▲ 올 시즌 SK 불펜의 중추로 든든한 활약을 펼친 김태훈(왼쪽)과 서진용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태훈(29)과 서진용(27)은 올 시즌 전반기 SK 불펜을 이끈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마무리 하재훈(29)과 더불어 필승조를 꾸리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김태훈은 셋업맨으로 돌아온 뒤 좋은 성적을 냈다. 결국 전반기 48경기를 4승2패7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08로 마쳤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월 말 5.28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분전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 서진용은 드디어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 49경기에서 3승1패4세이브21홀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했다. 마무리는 하재훈이지만, 서진용의 이미지도 수호신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선수의 전반기가 완벽하게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비가 몇 차례 있었다. 마무리 보직에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김태훈은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했다. 서진용도 투구 밸런스가 약간씩 흔들린 시기가 있었다. 그때 손혁 투수코치가 나섰다.

시즌 초반 순항하던 서진용은 4월 30일 키움전에서 0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그 다음 경기였던 5월 3일 롯데전에서도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1.20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두 경기 만에 5.63까지 치솟았다.

SK는 서진용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의심했다. 그러나 구속과 릴리스포인트, 전반적인 분당회전수(RPM)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투구 밸런스가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회상이다. 

서진용은 올 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교정했다. 투구시 뒤로 누웠던 투구폼을 더 꼿꼿하게 세우는 작업에 몰두했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지만 손 코치의 예견대로 패스트볼의 각과 힘이 좋아지며 올 시즌 좋은 성적의 발판을 놨다. 다만 몇 개월 연습으로 굳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손 코치는 밸런스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고 신경을 썼다. 다시 정상을 되찾은 서진용은 5월 5일 이후 3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6이라는 걸출한 성적을 거뒀다.

김태훈의 구속 회복도 아주 미세한 교정에서 시작했다. 투구 준비에서 발을 나란히 둬야 하는데, 김태훈도 모르게 발이 살짝 벌어진 것을 손 코치가 발견했다. 김태훈도 비디오를 보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던 아주 작은 차이였다. 

곧바로 폼을 교정한 김태훈의 구속은 수직상승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6월 23일 두산전에서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3㎞였다. 하지만 교정 직후인 6월 25일 LG전은 148.1㎞, 6월 26일 LG전은 148㎞, 7월 3일 롯데전은 147.8㎞였다. 그후로도 단 한 차례도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패스트볼 구속 상승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 배가로 이어졌다. 김태훈은 7월 9경기에서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코치 만능론'은 이미 폐기된 이론이다. 일부 선수들에게 코칭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엄청 많다. 손 코치의 생각도 같다.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코치가 됐음에도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특히 1군 코치들이 그렇다. 1군에 올라올 정도라면 대다수는 어느 정도가 완성된 선수들이다. 오히려 지나친 개입이 역효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가야 할 방향을 만들어주고, 그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선을 벗어났을 때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시켜주는 게 1군 코칭스태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선수들이 사람이라 1년 내내 똑같은 폼으로, 똑같은 컨디션에서 공을 치고 던질 수 없다. 정작 선수들이 이를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이유다. 

그때 코치들의 임무가 중요하다.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김태훈과 서진용의 사례에서, 손 코치는 1군 코칭스태프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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