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안양 김형열 감독도 같은 정장으로 5연승을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4경기 연속골 넣은 조규성(13번 김상원에게 손을 뻗는 선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안양, 이성필 기자] "(박)진섭아. 벗어라."

종합운동장이지만, 가변석 설치 효과는 확실했다. 박진섭 광주FC 감독이 관중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선명했다.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2부리그) 2019' 20라운드 FC안양-광주FC 경기를 관통하는 화제는 단연 박진섭 광주 감독의 겨울 정장 착용이었다. 박 감독은 개막전부터 겨울 정장을 고수했는데 19경기 무패(13승 6무)로 1위 유지의 힘이 됐다.

경기 전 만난 박 감독은 너무 정장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선수들이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정장이 계속 주목을 받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속옷은 직접 빨고 정장은 계속 세탁소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정작 화제가 되는 정장을 수선, 드라이하는 세탁소 사장은 박 감독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단다. 박 감독은 "팀 숙소가 광주에 있는 것도 아니라 아마 (정장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김형열 안양 감독은 "오늘은 박 감독의 정장을 벗겨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박 감독이 제자인데 내 입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그렇다"며 웃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 감독은 여름 정장을 입고 있는데 이날 경기 전까지 4연승 중이었다. 구단에서 홍보를 할 법도 한데 그냥 두라고 했다. 4연승 전 진 경기에서도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옷을 입고 나선다는 점은 같다.

▲ 박진섭 광주FC의 겨울 정장은 옷장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혹시라도 5연승을 하면 계속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권유를 하자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계속 입으면 좋을텐데 그냥 벗을까 싶다"며 나름대로 차이가 있는 정장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경기 시작 후 광주 벤치와 가까운 본부석에서는 "박진섭 감독 오늘 정장 벗겨줄게"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후 소원대로 전반에만 안양이 3골을 넣었고 "진섭아 벗어라"라는 중년 아저씨 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반, 박 감독의 정장을 완벽하게 벗긴 것은 최근 K리그2에서 완벽한 결정력으로 김학범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감독까지 안양에 오게 만든 조규성이었다.

조규성은 올해 안양에 입단한 신예다. 스물 두 살로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나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 연속골(4골)을 터뜨리며 K리그2 득점 부문 3위를 달렸다. 188cm의 장신으로 높이도 되고 발밑 플레이도 좋다.

조규성은 3-1로 앞서던 후반 27분 김상원의 왼쪽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머리로 받아 골을 넣었다. 4경기 연속골을 완성했다. 페널티지역 안에서는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조규성의 골 뒤에도 안양은 세 골을 더 넣으며 창단 첫 7골 기록을 만들었다. 박 감독의 정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스포티비뉴스=안양,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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