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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엑시트', 유쾌·담백한 탈출기…군더더기 없이 달린다①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19년 07월 23일 화요일

▲ 영화 '엑시트' 포스터 및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이야기도 감정도 군더더기가 없다. 절박한 가운데서도 따스함과 웃음이 피어나는 짠내 폴폴 청춘 탈출기. '엑시트'(감독 이상근·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는 올 여름의 복병이 될 것 같다.

청년 용남(조정석)은 오늘도 철봉에 매달렸다. 한때 대학 클라이밍 동아리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그저 취업준비생이라, 노인과 애들뿐인 대낮 공원에서 홀로 땀을 흘릴 뿐이다. 이 와중에 열리는 어머니 칠순잔치라니, 결혼도 취직도 아직이란 머쓱한 근황을 전하고 또 전하느라 죽을 맛이다.

하지만 용남에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짝사랑하던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일부러 의주가 부점장으로 있는 연회장에 왔건만, 잔치 끝물에 뜻밖의 가스 테러가 터진다. 거리를 가득 채운 뿌연 유독가스가 바닥부터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며 생명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살려면 좀 더 높은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용남은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건물 외벽에 매달려 살 길을 찾는다. 손님들을 먼저 챙긴 의주도 합세한다. 두 사람의 탈출기가 펼쳐진다.

▲ 영화 '엑시트' 포스터 및 스틸
'엑시트'는 흔히 재난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여느 재난영화들과는 다른 재난영화다. 무시무시한 파괴의 스케일을 과시하지 않으며, 초인적 히어로를 내세워 구조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이들을 구원하지 않는다. '엑시트'는 내 가족, 내 한몸을 건사해야 할 평범한 사람들의 탈출기이자 생존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라는 '엑시트'의 재난은 현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반영하는 것 같다. 배경은 미래라는 이름의 신도시 어디쯤. 앞이 보이지 않는 갑갑함,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 주인공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 누군가에겐 남 일인 이 알 수 없는 재난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이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이라는 건 필연이었을 것이다.

▲ 영화 '엑시트' 포스터 및 스틸
용남과 의주를 구원하는 건, 남들이 쓸데 없다 여겼던 철봉 실력과 산악 동아리에서의 경험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주저앉지 않는 잡초같은 근성이다. 쓰레기 봉지와 청테이프, 분필 따위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 그렇게 '엑시트'는 전형성이 빠져나간 자리에 보잘것없다 여겨지는 것들을 향한 따스한 애정을 채운다. 그 소소한 디테일, 흐뭇한 긍정은 이 색다른 재난영화 전체를 풍성하게 만든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늘 함께하는 웃음과 유머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첫 영화를 선보인 이상근 감독은 매력적인 여름 영화를 만들어냈다. '엑시트'는 조정석 임윤아란, 친근하고도 유쾌하며 진짜 잘 뛰는 두 주인공을 앞세워 시간낭비나 감정소모 없이 달린다. 몇몇 허점도 지나칠 속도감,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돋보인다. 진하게 녹아있는 정겨운 가족코드는 역시 한 방이 있는데, 딱 선을 지킨다. 또 제 한 몸뚱이에 의지해 발버둥치는 주인공을 내세웠으면서도 재난에 대처하는 시스템의 무능함을 쉽게 비꼬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는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이 역시 '엑시트'가 피해 간 재난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다.

▲ 영화 '엑시트' 포스터 및 스틸
능청과 너스레가 제 것인양 몸에 착 붙은 조정석은 보고 나면 또다른 용남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제격이다. '공조' 이후 2번째 스크린 도전작에서 주연을 꿰찬 임윤아는 발군이다. 당당하면서 책임감 있고, 인간미와 귀여움까지 있는 멋진 여성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진짜 가족같은 박인환 고두심 김지영은 물론이고 김강현, 배유람 등 조연들도 하나하나 생생하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강기영까지도.

7월31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P.S. 엔딩까지 깨알같다. 놓치지 마시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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