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스포츠1팀] 스포트라이트를 충분히 받지는 못했어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내는 선수들이 있다. 한 번쯤은 이 선수들도 조명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구단별 담당 기자가 선정한 전반기 언성 히어로는 누구일까. 

▲ 두산 베어스 김승회 ⓒ 곽혜미 기자
◆ SK - 박민호(김태우 기자)

1승1패4홀드.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놓고 보면 분명 화려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염경엽 SK 감독의 불펜 구상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철저한 불펜 분업화 속에서도 여러 보직을 수행하며 분투했다. 염 감독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카드였고, 앞선 상황, 뒤진 상황, 멀티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가 바로 박민호였다. 보직의 정체를 알기 어려웠던 박민호는 30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SK 불펜 안정에 큰 공을 세웠다. 그 값어치는 분명 필승조에 못지않았다.

◆ 키움 - 김동준(고유라 기자)

올해 전반기 김동준이 거둔 성적은 20경기 6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71. 선발로는 5경기, 구원으로는 15경기에 나왔다. 기록만 봐서 크게 위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김동준이 없었다면 키움 선발진이 올 전반기만큼 톱니바퀴를 잘 굴렸을지 알 수 없다. 키움은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인 안우진, 이승호, 그리고 매년 부상을 겪은 최원태를 위해 주2회 등판에 맞춰 하루씩 휴식을 줬는데 이때마다 김동준이 그 자리를 메워줬다. 1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부상했을 때도 그 자리는 김동준의 것이었다. 김동준 역시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지만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건강하게 돌아왔다.

◆ 두산 - 김승회(김민경 기자)

만 38살 맏형이 마운드에서 많은 땀을 흘릴수록 두산 불펜은 더욱 단단해졌다. 김승회는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까지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47경기 50이닝으로 팀 내 불펜 이닝 1위다. 성적은 3승3패 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4다. 김승회는 보직이 없는 게 "내 실력"이라고 겸손하게 답했지만, 언성 히어로로 불려도 손색없는 헌신이었다. 

▲ LG 트윈스 오지환 ⓒ 곽혜미 기자
◆ LG -오지환(신원철 기자)

다른 의미에서 존재감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지만…각설하고, 지난해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극복했다. 여전히 국가대표급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전반기 두 자릿수 실책을 기록했지만 한화 정은원에 이어 수비 이닝 2위(787⅔이닝)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6월 14일까지 타율이 0.207이었는데, 6월 15일 이후 타율은 0.341로 리그 10위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야구 기록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려하면 빈틈 없는 선수가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드는 인물. FA 시장에서 가치가 궁금해진다.    

◆ NC - 손시헌(김민경 기자)

주전 유격수의 성장이 더딘 가운데 손시헌이 노장의 힘을 보여줬다. 손시헌은 올해 유격수로 307이닝을 뛰면서 노진혁(유격수, 363⅔이닝)과 부담을 나눴다. 타격에서는 지난해 128타수 24안타(0.188)에 그쳤는데, 올해는 전반기에만 121타수 33안타(0.273)를 기록했다. NC의 미래가 성장할 시간은 충분히 벌어주고 있다.

◆ kt - 김민혁(김민경 기자)

빠른 발과 콘택트 능력을 무기로 kt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의 믿음 속에 리드오프, 그리고 주전 좌익수로 성공적인 풀타임 첫해를 보내고 있다. 91경기 타율 0.299(324타수 97안타), 출루율 0.357, 12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24살이니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김민혁은 야구팬들이 "kt 1번 타자"하면 그를 떠올릴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삼성 -최지광(박성윤 기자)

삼성 정현욱 불펜코치는 '노예'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많은 경기에 나서서 공을 던졌다. 2019년 최지광이 이 별명을 받고 있다. 최지광은 40경기에서 47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최지광은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진 구원 투수다. 이승현과 함께 짝을 이뤄 삼성 철벽 불펜 구축에 힘을 보태는 듯했으나 이승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최지광이 맡을 몫이 더 커졌고 근소한 추격, 동점, 홀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전반기 삼성에 최지광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일찍 5위와 차이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 KIA 타이거즈 이창진 ⓒ 곽혜미 기자
◆ KIA - 이창진(신원철 기자)

트레이드는 발표 당시의 시점에서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이렇게 또 깨닫는다. 지난해 6월 kt와 트레이드로 오준혁(현 SK)과 유니폼을 바꿔입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일찍, 이렇게 큰 존재감을 보일 줄은 몰랐다. 이창진이 팀에서 갖는 존재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 숫자 두 개로 대답할 수 있다. 83경기 606⅓이닝. 출전 경기와 수비 이닝 모두 팀 내 1위다. 주전 중견수로 나서다가 이제는 내야수로도 뛴다. 시즌 중에도 변화가 많았던 KIA다. 어떤 변화에도 대처한 이창진의 수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한화 - 안영명(고유라 기자)

지난해 리그 1위였던 한화의 불펜(4.28)은 올해 자존심을 구겼다. 전반기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6위(4.61)를 기록했다. 어린 투수들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계속해서 시련을 맛봤다. 팀 마운드 전체가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형들' 정우람과 안영명은 꿋꿋이 불펜을 지켰다. 특히 안영명은 46경기에 나와 4승4패 9홀드 평균자책점 3.09을 기록하면서 팀에서 가장 많은 홀드를 달성했다.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고 팀 전체가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묵묵하게 팀 불펜을 지켰다.

◆ 롯데 - 장시환(김건일 기자)

4-23으로 진 3월27일 삼성전, 한 이닝 16실점이라는 굴욕을 당한 4월7일 한화전. 선발투수는 모두 장시환이었다. 마무리까지했던 불펜에서 선발로 도전했지만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확 달라졌다. 전경기 퀄리티스타트에 평균자책점이 1.53이다. 사직구장에선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롯데는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장시환 덕분에 박세웅 서준원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5선발 체제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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