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자' 포스터 및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한국형 퇴마 액션 히어로의 탄생.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제작 키이스트·공동제작 세븐오식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발은 뗐다.

주인공은 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 그는 어린 시절 경찰이던 아버지가 사고로 사경을 해메자 밤새워 성당에서 울며 기도한 아픔이 있다. 허나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신을 원망하던 용후는 세계적 격투기 선수로 자랐다. 

그러던 어느날 손바닥에 저절로 생긴 상처가 아물지 않고, 밤마다 가위에 눌리던 용후는 용한 무당이 가보라 한 장소를 찾는다. 그 곳에선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가 구마 의식을 벌이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안신부를 도운 용후는 손의 상처와 함께 특별한 능력을 깨닫는다. 그리고 악마 숭배자 검은사제(우도환)을 쫓는 안신부와 함께하게 된다.

'사자'는 오컬트 장르의 상징, 의식, 소품을 아이템처럼 활용하며, 신내림 받은 무당과 가톨릭 구마사제를 함께 등장시킨 세계를 선보인다. 허나 '엑소시스트' 같은 정통 오컬트 무비나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이전에 사랑받은 한국영화들을 떠올리며 극장을 찾은 팬들은 기대와 다른 영화를 만날 것이다. 출발과 목표가 전혀 다른 영화다. 으스스한 분위기지만 '사자'는 관객을 겁에 질리게 할 생각이 없다.

영화의 방점은 공포가 아니라 쾌감에 찍힌다. 시사회도 하기 전 '콘스탄틴' 감독의 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자'는 오컬트의 탈을 쓴 영웅 이야기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로 시작해 그의 아픔과 상처, 위기와 각성, 그리고 활약상으로 이어지는 서사부터가 히어로물의 전형이다. 이종격투기 링에서 조각같은 근육을 자랑하던 주인공은 사제복을 코스튬처럼 입고 빌런들과 싸운다. 그는 불주먹으로 악귀를 때려잡는 엑소시스트 히어로다.

▲ 영화 '사자' 포스터 및 스틸

여심을 저격하는 핫스타 박서준을 주인공 용후 역에 캐스팅한 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서준은 쭉쭉 뻗은 팔다리로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선을 붙든다. 이런저런 특수효과나 분장보다 박서준 보는 맛이 있다. 뜻밖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안성기인데, 국민배우의 자애로운 미소에 구마사제의 카리스마가 더해진 멋진 캐릭터를 선보이며 내내 시선을 붙든다. 툭툭 터져나오는 담백한 유머도 착착 붙는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오컬트 액션으로 여름 극장가에 대찬 도전장을 던진 '사자'. 어느덧 흥행 장르로 자리잡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신선한 변주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시리즈를 염두에 둔 기획도 반갑다. 다만 '사자'는 모든 게 '적당'하다. 이야기부터 단순한데다 적당히 으스스하고, 적당히 시원하며, 갈등도 적당히 풀리고, 액션 쾌감마저 적당한 선에 머문다. 영화의 확장성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그 적당한 선에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자'로 시작된 다크 유니버스가 '사제'로,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그 결과에 달렸다. 

7월 31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15세 관람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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