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특별취재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뉴스는 어느 때보다 많이 대중에 소비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매체와 기자는 늘어나지만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네이버로 통한다. ‘뉴스 위기론’의 배경에 대형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 독점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큰 스포츠-연예 뉴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스포티비뉴스는 업계 전문가를 통해 언론 생태계의 위기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 “이게 기사냐?”
저널리즘은 지금 위기다.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인 의식 조사 결과는 기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 60%가 이직을 고민했고, 언론의 공정성, 전문성, 자유도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기자들 스스로 언론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와 악성 댓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매체의 숫자와 기자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언론인 인식 조사 결과가 급속도로 악화된 것은 이 시기와 맞물린다.
2017년 6월 한국신문협회 창립 기념 발행인 세미나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뉴스 저작물의 기여도에 관한 계량적 분석’ 연구를 발표한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 관찰되지 않는 국내 뉴스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디지털 뉴스 플랫폼 시장에서 포털이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라고 했다.
연초 발표된 포털 사이트 점유율에서 네이버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2017년 평균 81.54%에서 2018년 평균은 67.62%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를 주로 이용한다. 2위 구글이 22.75%, 3위 다음은 7.09%에 불과해 네이버의 위상이 여전히 독보적이다. 자연스레 뉴스를 찾아보는 곳도 네이버다. 네이버 메인에 오른 기사가 화제가 되고, 반향을 일으킨다.
언론의 양적 성장과 그로 인한 무한 경쟁은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좁은 포털 사이트 뉴스 카테고리 안에서 더 많이 보여지기 위한 ‘메인 경쟁’과 ‘조회수 경쟁’이 어뷰징과 베끼기, 오보를 양산했다. 최근에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현장의 기자들, 특히 스포츠 언론인들은 지난 1년 사이 기사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고 증언한다. 독자들 역시 ‘왜 이 소식이 메인에 나오지 않느냐?’고 의아해 하는 상황이 빈발한다. 이 1년 간 가장 큰 변화는 기사 편집과 배열 방식의 변화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뉴스 편집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자 AI(인공지능)가 메인 뉴스를 배열하는 ‘에어스(AiRS)’ 시스템을 적용했다.
에어스가 시간대별로 독자들이 많이 읽은 기사를 자동추출해 메인에 반영하면서 기사의 선정성이 심화됐다. 자극적인 제목, 이슈가 되는 키워드, 정확하기보다 빠른 기사들이 메인을 점령했다. 긴 호흡으로 꼼꼼하게 취재한 기사나, 세간의 ‘핫 이슈’와 동떨어진 주제의 기사들은 외면당했다. 최근 네이버 뉴스 메인에 배치되는 기사들의 질이 더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포털 뉴스 사이트 메인 배열 문제가 기사의 질적 하락에 궁극적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언론사가포털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생하기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 그 원인이 있다. 뉴스 시장의 왜곡 이유는 결국 수익성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받는 전재료 수익이 적다. 기사 내 관련 기사 아웃 링크를 통한 자사 홈페이지 유입과, 이에 따른 광고 유치 외에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아웃 링크로 독자를 유도해야 하는 기사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 ‘뉴스는 죽었다?’
국내 온라인 뉴스 소비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뉴스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크다. 안 교수의 연구 결과 포털 이용자들의 포털 이용 목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뉴스 소비(8.01점)와 스포츠ㆍ연예 소식 수집(6.49점)이었다.
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체류 시간의 40%가 뉴스 이용과 관련됐다. 포털 사이트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안 교수가 고안한 ‘디지털 뉴스 소비지수’ 공식으로 도출한 적정 뉴스 전재료는 3,060억 원 규모다. 하지만 실제 지급 금액은 이 액수에 훨씬 못미친다.
안 교수는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실제 뉴스 이용률이 적을 뿐더러 돈 버는 것이 없다고 한다. 뉴스 사업으로 생각보다 버는 돈이 적을 수 있지만, 그게 적다고 해서 뉴스 가치가 적은 게 아니다. 시장에는 돈을 버는 게 있고 공짜로 주는 게 있다. 공짜로 주는 것을 통해 다른 데서 돈을 버는 것이다. 포털은 전형적으로 그런 사업을 하는 곳"이라며 "뉴스란에 가면 깨끗하고 보기 편하다. 공짜로 제공하는 것, 왜 공짜로 제공하느냐. 다른 데서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뉴스가 없으면 오겠나?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당시 네이버 측은 디지털 뉴스 소비지수 공식으로 도출한 전재료 현황에 대해 ‘실제 금액과 다르며, 전재료를 지출해 운영하는 뉴스 사업의 경우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 어떻게 뉴스를 살릴 수 있을까?
언론사는 공익성을 갖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운영할 수 있다. 취재 인력과 현장 취재를 위한 투자와 지원이 뒤따라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요즘 시대에 대형 포털 사이트가 플랫폼을 독점하면서 언론사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발로 뛰며 취재한 기사, 긴 시간 공 들인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 앉아서 쉽게 쓴 기사, 베껴 쓴 기사, 빨리 쓴 기사보다 덜 읽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잘 읽히더라도 실제 수익 대부분을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형 포털 사이트가 가져가면서 수많은 언론사가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비롯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언론사의 자체 노력도 필요하지만 최근 기사 품질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 대형 포털 사이트의 독점적 지위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안 교수는 "네이버가 독점하는 게 문제다. 독점이라는 얘기는 네이버가 바게닝 파워(협상 주도권)에서 어떤 뉴스 제공자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강한데도 언론사에 돈(전재료)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주는 돈을 줄여도 마음에 안들면 나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독점적 지위를 뜻한다"고 했다.
물론 언론 생태계가 겪고 있는 문제가 모두 네이버의 잘못만은 아니다. 안 교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자극적인 것을 원하면 써야 하고, 이것은 디지털 뉴스 언론 생태계 자체가 그렇게 된 것이다. 최근 네이버는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편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스포츠ㆍ연예 저널리즘은 예전 그대로다. 이 영역까지 변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언론을 통해 가장 큰 돈을 버는 것이 네이버다. 사회적으로 건전한 여론 조성이나 심층 정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는, 네이버의 전체 콘텐츠 중 뉴스 부문의 비중과 관련 데이터 공개, MY 뉴스(언론사가 자사 기사를 직접 배열하고 독자가 선호하는 언론사를 선택) 기능의 스포츠‧연예 섹션 확대 적용, 인공 지능에 기반한 콘텐츠 자동 추출 및 배열 원칙과 알고리즘 공개 여부 등을 네이버에 공식 질의했으나 네이버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특별취재팀(류재규 이재국 김원겸 이교덕 한준 김태우 배정호 김현록 정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