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방이동, 박대현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는 특이한 건물이 있다.

실패 박물관(Museum of Failure)으로 불리는 신제품 작업소가 도시 명소다. 관람객이 그득하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 제품 약 7만 점이 전시돼 있다. 기업인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인즈의 보라색 케첩, 펩시콜라의 투명콜라 등이 인기다. 

기업인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실패한 제품을 통해 '성공할' 제품을 떠올린다. 

CNN은 "과정에서 쓴맛을 굴레로 여기지 않는 미국 특유의 기업문화가 응집된 곳"이라고 호평했다.

◆ 다시 시작하는 20대…신발끈 대신 마음을 조이는 사람들

운동을 그만뒀다. 

10년 넘게 이어온 선수생활. 뛰고 던지고 메치고 굴렀던 일상이 사라지자 헛헛해졌다. 

'나 뭐해 먹고 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한체육회가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전(前) 엘리트 체육인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은퇴선수 진로지원을 위한 2019 취업스킬 업(UP) 프로그램이 지난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 대한체육회는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전(前) 엘리트 체육인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해가 쉬웠다. 비유가 쏙쏙 들어왔다. 금두환 바른진로취업연구소 대표가 일일 멘토로 나서 길잡이 노릇을 했다. 

금 대표는 "운동처럼 취업도 코치가 필요하다"며 꼼꼼이 정리된 취업 지도를 꺼내보였다.

부상 탓에 운동을 그만둔 학생, 실업 팀 입단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20대. 금 대표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날카롭지만 유쾌했다.

"취업은 게임(경기)이다. 운동처럼 룰이 있다. 그 룰만 배우면 승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룰 공부 첫 관문으로 면접관 분석을 꼽았다. 한국 기업 면접관 프로필을 상세히 살폈다.

금 대표는 "나이는 주로 4~50대, 남자 비율은 90%다. 이들은 결혼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장성한 자식을 둔) 아버지일 확률이 높다. 즉 사위와 며느리를 고르는 심정으로 면접자를 관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관은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당신에게 큰 기대를 품지 않는다. 일은 회사가 가르쳐줄테니 가르침을 받아들일 자세가 됐는지를 더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 손흥민으로 이해하는 낯선 개념 3가지

직무, 업종, 기업.

취업을 시험 치는 과목으로 본다면 이 세 단어는 기본 개념이다. 어렵다. 언론사에 취직해 일하는 기자에게도 직무, 업종 같은 단어는 모호하다. 확 와닿질 않는다.

금 대표는 다시 비유 카드를 꺼냈다.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을 예로 들었다. 개념이 단박에 이해됐다.

"손흥민에게 업종은 뭘까. 축구다. 만약 그가 레슬링이나 배드민턴을 택했다면 지금 같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보자. 그렇다. 업종은 좋아하는 일이다."

"직무는 뭘까. 손흥민 직무는 공격수다. 축구(업종)에는 포워드와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라는 직무가 있는데 손흥민은 자신에게 적합한 포지션을 택했다. 왜? 그 직무(포지션)에서 잘하니까. 직무는 잘하는 일이다. 소속 팀 토트넘은 기업으로 볼 수 있고."

취업준비생은 이 3가지를 잘 구분짓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 확률을 몰라보게 높이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입사지원서는 당신(회사)을 사랑한다고, 함께하고 싶다고 적는 연애편지다. 3가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금방 들통난다. 완성조차 버겁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하다. 운동선수 출신을 향한 선입견은 아직 한국 사회에 질기게 남아 있다.

이 편견을 멋지게 극복하는 게 중요할 터. 분노하거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혹 있을까.

"간단하다. '저는 종이 신문을 읽습니다' '최근 경제에 관심이 생겨 모의주식 게임을 즐겨합니다' 이 멘트 한둘이면 편견이 단박에 깨진다. 신문 읽기는 업종 전망을 파악하는데도 유용하다. 정말 강력히 추천드린다."

금 대표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유니폼을 벗은 선수는 이직이 아니라 전직 개념으로 취업을 준비한다. 그래서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우선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는 과정부터 도움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가듯 은퇴 뒤 취업에 관한 도움도 전문가를 만나셔야 한다. 이곳 은퇴선수 진로지원센터에 오셔서 많은 힌트 얻어가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체고 3학년까지 육상을 하다 발목 부상으로 은퇴한 김덕원 씨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차이를 구체적인 예로 설명해주신 점이 인상 깊었다. 내가 잘하는 분야를 (바르게) 선택한 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번째 삶'을 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태권도 선수였던 남혜원 씨는 "어렵고 딱딱할 줄 알았는데 즐겁고 따듯하게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운동선수 편견을 강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조언을 건네주신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이곳 진로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해 꼭 취업에 성공하겠다"며 환히 웃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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