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이학주! 워어어어어 워어어어어 삼성의 이학주!"
올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내야수 이학주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마치 콘서트처럼 변한다. 삼성의 남녀노소 팬들이 이학주의 응원가를 따라부르며 똑같은 율동을 하는 모습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 부럽지 않다. 최근 삼성의 응원가가 대부분 호평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학주의 응원가는 타팀 팬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학주의 응원가는 전문 작곡가가 아닌 삼성의 김상헌 응원단장(37)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김 단장은 최근 들어 중독성 있는 응원가를 만들어내며 '헌토벤'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학주는 지난 21일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타석 때 자신의 응원가를 만든 김 단장의 응원복을 입고 직접 팬들의 응원을 이끌기도 했다.
2013년부터 삼성 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김 단장은 원래 체대 출신으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삼성과는 2000년부터 '블레오' 마스코트로 시작해 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김 단장이 어떻게 응원가 작곡까지 맡은 것인지 알고 싶어 직접 김 단장을 만났다.
- 선수들 응원가를 직접 작곡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드시는 건가요.
▲ 운전을 하거나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웃음) 흥얼거리면서 포인트가 되는 멜로디가 생각이 나면 그때 그때 휴대전화에 녹음을 해요. 200~300개 정도 녹음을 해둔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들면 어울리는 선수를 찾아서 붙여봐요.
- 이학주 응원가도 그렇게 탄생한 건가요.
▲ 그렇게 녹음을 하던 곡들 중 하나입니다. 이학주 선수 곡은 야구장 와서 계단을 걸어오르다가 생각이 났어요. "워어어어어"가 먼저 생각나서 계속 멜로디를 만들었어요. "워어어어어"에 꽂혀서(웃음) 가사를 더 붙이지 않았어요. 이학주 선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개인 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초안을 들려드렸는데 좋다는 반응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학주 선수는 처음에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이원석 선수 응원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팬들이 바꾸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학주 선수를 설득시키기로 했어요. 마케팅팀을 통해 일단 해보자고 했는데, 현장에서 나오는 곡을 듣고 이학주 선수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어요. 율동은 당시 유행하던 관제탑 댄스를 쉽게 바꿨습니다.
- 이번 올스타전에서 이학주 선수가 응원단장복을 입고 응원을 지휘했는데 보셨나요.
▲ 그때 라미고 몽키즈 초청으로 코리안 데이에 초대받아 대만에 가 있었어요. 올스타전 전날에 구단 직원에게 국제전화가 와서 이학주 선수가 그 응원단장복을 입을 거라고, 어디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올스타전에서 이학주 선수가 그 옷을 입는다고 하니 설렜습니다. 한국 야구를 좋아하는 대만 팬 분이 이학주 선수가 입고 있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뭉클했습니다. 많은 팬들이 좋아해주신다고 생각하면 눈물날 것 같더라고요.
- 어떻게 작곡을 시작하신 건가요.
▲ 저작인격권 문제가 생기면서 2017년 겨울부터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미디(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편집 장치) 작업을 배우려고 했는데 화성학부터 가르쳐줬어요(웃음). 마음이 급해서 한 달 만에 그만두고 인터넷으로 혼자 초보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봤죠.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A사 컴퓨터에서만 작동이 돼서 사비 300만 원을 들여 노트북을 사기도 했습니다(김상헌 단장은 이때 금액을 이야기하며 먼산을 바라봤다). 그렇게 혼자 독학을 했는데 제 개인 방송을 본 팬들 가운데 실용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이랑 연결이 돼서 음악을 함께 만드는 '허니크루'가 됐어요. 많은 돈을 드리지도 못하는데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 지금까지 어떤 선수들의 곡을 만드셨나요.
▲ 현재 이학주 선수의 응원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곡이 직접 만든 곡이라 저작권도 등록돼 있습니다. 많게는 한 분기에 24만 번 스트리밍이 되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팬분들이 응원가를 쉽게 찾아서 들을 수 있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기존 응원가들에 라이브 세션을 새로 입혀서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어요. 세션이 들어가면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해서 크루들과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 어떻게 응원단장 일을 시작하신 건지.
▲ 2000년부터 마스코트 '블레오' 일을 시작해 2009년까지 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애니비(세계 최초 마스코트 응원단장)를 맡았습니다. 그때 정말 여러 번 기절할 만큼 힘들었지만 말을 안 하는 응원단장을 따라해주는 팬들을 보면서 팬심을 많이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2013년부터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응원단장 기회를 제안해 주셔서 지금까지 맡고 있습니다.
- 야구장에서 정말 오래 일하셨네요.
▲ 젊었을 때 '일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일을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제 성격이에요. 어느 순간 마스코트로서 더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해서 2005년에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무언극에 도전했습니다. 평소 제가 했던 일이 어떻게 보면 무언극이니까요. 거기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연극예술학과에 편입해 대학 공부를 했습니다. 2007년에 다시 한 번 에딘버러에 가서 공연을 하기도 했죠.
- 계속 도전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 응원단장은 팬들이 있는 덕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가장 다가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팬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응원가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응원가를 만드는 데 제일 중요한 게 팬들의 반응이라 초안을 들려드리고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 방송도 만들었습니다. 올 겨울에는 EDM을 독학해서 내년에는 경기 후 디제잉 파티 때 선수들의 응원가를 믹싱해 들려드리고 싶어요.
- 응원단장으로서 목표는.
▲ 야구로 만난 팬들이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서로 애장품도 나누고 야구 외적으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게 꿈이에요. 그리고 김상헌을 생각하면 '재미있다'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래서 조지훈(롯데 응원단장), 김주일(kt 응원단장) 등 많은 분들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전직 응원단장님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누구 하나 싫어하는 사람 없는 응원단장이 되는 것이 어렵지만 제 큰 꿈입니다.
-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잘 하던 삼성은 이제 예전 이야기가 됐지만 지금 우리 팀은 세대교체 중입니다. 세대교체가 잘 되고 나면 우리가 원하는 야구가 바로 여기서 실현될 거라고 믿고 그때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팀이 힘들 때부터 시작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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