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특별취재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뉴스는 어느 때보다 많이 대중에 소비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매체와 기자는 늘어나지만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네이버로 통한다. ‘뉴스 위기론’의 배경에 대형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 독점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큰 스포츠·연예 뉴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스포티비뉴스는 업계 전문가를 통해 언론 생태계의 위기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 스포츠와 연예 콘텐츠는 독자와 팬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홈페이지에서는 홀대와 차별을 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 팩토리.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사과한다.”

국내 최대 IT 기업 네이버의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전 이사회 의장)는 지난 2017년 10월 30일 국정감사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따가운 시선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다. 당시 네이버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K리그 비판 기사가 잘 노출되지 않게 편집한 것이 발각됐다. 한성숙 대표가 공식 사과한 것에 이어 이해진 전 의장도 정치권의 집중포격을 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이해진이 굴욕적인 일을 당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배치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네이버는 적극 부인했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사실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짓말을 한 셈이었다. 신뢰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로도 휘청거렸다. 네이버는 AI(인공지능)를 전면에 내세웠다. 뉴스 편집에서 사람의 개입을 줄이겠다는 선언이었다.

◆ 뉴스 포기 못하는 네이버, 댓글조작 부작용 줄인다고 했지만

네이버는 뉴스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말에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성숙 대표부터 모바일에만 3000만 명이 찾는다고 대놓고 홍보한다. 그 3000만 명 중 상당수는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버 앱을 실행한다”면서 “실생활 관련 정보는 막강한 영상 파워를 지닌 유튜브에 완전히 밀린 지 오래다. 네이버는 뉴스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콘텐츠 선별 및 배열, 매체 및 창작자 선별, 이슈 선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스포츠와 연예 섹션은 외면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지난 2017년 6월 한국신문협회 창립 기념 발행인 세미나에서 발표한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뉴스 저작물의 기여도에 대한 개량적 분석'에 따르면, 포털 이용자들의 포털 이용 목적 1위가 바로 뉴스 소비다. 그리고 포털 뉴스의 선택 기준 중 1위가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2위가 '포털의 주요뉴스 편집'이다. 포털의 영향력이 막강한 셈이다. 해결책을 찾던 네이버는 뉴스를 없애지 못했다. 대신 인공지능(AI)이라는 도피처를 찾았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움직임은 AI라는 큰 줄기에서 연속성을 가진다. 올해 4월 4일 개편한 모바일 네이버 서비스가 최신판이다. 이용자들이 네이버를 찾는 가장 큰 요소인 뉴스 영역에서 수동 배열을 제외했다. 대신 이용자의 '구독'에 기반한 언론사 직접 편집 뉴스와 인공지능 기반 추천 시스템(AiRS) 뉴스(MY 뉴스) 영역만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PC 뉴스홈 상단 기사', '기존 버전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의 기사' 또한 자동 추천 뉴스로 변경했다.

네이버는 “이번 뉴스 서비스 변화로 약 18년 동안 네이버 첫 화면에서 빠르고 정확한 뉴스 전달을 위해 가동됐던 내부 수동 큐레이팅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자평했다. 이용자들은 44개 언론사 중 자신의 성향에 맞는 언론사를 구독해 개인화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네이버가 직접적으로 '18년'을 강조해 언급했을 만큼 큰 변화라면 큰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예외도 있다. 바로 네이버 뉴스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포츠·연예 섹션이다.

◆ '뉴스 소비 1등' 스포츠·연예네이버는 여전히 푸대접 왜?

스포츠·연예는 실생활에서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그만큼 비중도 크다. 스포츠·연예 섹션을 네이버가 별도 분리해 관리할 정도다. 그러나 네이버가 '18년 만의 변화'라고 자화자찬했던 4월 4일, 스포츠·연예 섹션은 바뀐 게 없었다. AI로 뉴스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이어갔을 뿐, 지금도 일반 뉴스처럼 개인화 영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스포츠·연예가 비중에 비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전체 뉴스 소비량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 스포츠·연예가 얼마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와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비중을 추측할 수 있다.

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모바일 포털 앱 이용 뉴스 장르 1위가 바로 스포츠·연예다. 전체의 18.62%를 차지했다. 각종 사건사고나 범죄를 다루는 사회(16.63%), 굵직한 이슈가 많은 정치(14.7%)를 앞지르는 수치다. 하위 3개 섹션인 사설/컬럼(4.92%), 국제(6.26%) 과학/기술(6.4%)을 다 합쳐도 스포츠·연예에 미치지 못한다.

▲ 스포츠‧연예는 일반뉴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사회, 정치, 경제 등을 모두 제치고 모바일 앱 이용 장르 1위를 기록했다. ⓒ 디자이너 김영현

스포츠·연예가 전체 뉴스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포털이 집계해 공개하는 페이지뷰(PV)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뉴스 편집을 했던 전직 포털 사이트 관계자 A씨는 "스포츠·연예는 기사 하나에 100만 PV가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대형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 포털이 따로 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일반뉴스에서는 웬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그 정도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스포츠·연예 섹션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댓글조작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 흔들리던 네이버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완벽히 검증하지도 못한 채 서둘러 AiRS를 도입할 때는 스포츠 섹션을 가장 먼저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언론사에 뉴스 편집권을 부여하고 독자에게 매체 선택권을 주는 새 시스템,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댓글 개편 대상에서는 스포츠·연예 섹션을 제외했다.

▲ 왼쪽 일반 뉴스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는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가 기사를 직접 배열하고, 독자는 아래 매체 로고 중에서 원하는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오른쪽 스포츠 홈페이지에서는 일반 뉴스에 적용된 기능이 없다. AI가 자동 배열한 기사 목록만 볼 수 있다. ⓒ 디자이너 김종래

한성숙 대표는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3000만 명이 같은 뉴스를 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스포츠·연예 섹션은 여전히 3000만 명이 같은 뉴스를 보고 있다.

네이버 PC 버전 하단 화면에서는, 제휴 계약을 통해 네이버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CP) 목록에서 스포츠·연예 매체를 아예 제외했다. 여기서 빠진 스포츠와 연예 전문 매체의 목록은 스포츠와 연예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네이버는 종전에는 스포츠·연예 매체를 비롯한 종합지, 경제지, 방송통신, 인터넷, 지역지 등 분야별 CP 언론사 목록를 배열했다.

▲ 스포츠와 연예 전문 매체는 네이버 PC 홈페이지에 있는 콘텐츠 제공 언론사 목록에서도 빠졌다. ⓒ 디자이너 김종래

네이버가 스포츠·연예 섹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연예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와, 소비하는 독자와 팬에 대한 차별과 홀대를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 댓글 장사 포기 못해…정치권 관심 없어 괜찮아?

네이버가 스포츠·연예 섹션을 찬밥 취급하는 것일까. 오히려 그렇지 않다. 관계자 A씨는 “네이버는 포털업계에서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이런 시장 지배적 위치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연예 섹션에서도 경쟁자들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왔다”면서 “일반뉴스처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네이버가 스포츠·연예에서 댓글 장사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유입되는 이용자들은 자연히 네이버의 수익 사업에도 중요한 고객이 된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 개편으로 일반 뉴스의 PV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스포츠·연예까지 그렇게 하기에는 네이버의 손실이 너무 컸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는 자의든 아니든 대선 당시 댓글 조작의 목적지였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반뉴스에서는 개인화 영역을 구축하고, 댓글 편집은 언론사에게 권한을 주는 등 철저하게 뒤로 숨었다. 하지만 스포츠와 연예는 정치권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언론계나 학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네이버가 입맛대로 다루기에 좋은 영역이다.

이처럼 네이버의 의도적인 푸대접과 방치 속에 문제는 더 곪아가고 있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스포츠·연예 매체의 불만도 커져간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AI의 뒤에 숨어 댓글 장사를 더 노골적으로 하는 모양이 됐다. 좋은 기사, 속보에 대한 의욕이 완전히 떨어졌다. AI는 속보와 양질의 기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AI를 속이기 위한 어뷰징은 더 고도화됐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않는다. 

실제 일반뉴스에서는 분 단위로 메인 기사가 바뀌어 나오고, 개인이 직접 선호 기사를 편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연예 섹션에서는 인기 좋은 기사가 6시간 이상 메인 뉴스에 올라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 AI 알고리즘은 여전히 수준이 떨어지고,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혹평이 나온다.

◆ 실험 땐 스포츠 먼저, 개선안 적용엔 '외면'…속보이는 이중잣대

스포티비뉴스는 “네이버 스포츠·연예 섹션에서는 왜 언론사 편집 뉴스 설정 및 댓글 개편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스포츠·연예계에선 특정인을 향한 악성 댓글 문제점이 많은데 왜 베스트 댓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AiRS 도입 후 심층 취재 기사, 인터뷰 기사 등 공 들인 기사가 묻히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데 그에 대한 보완책은?” 등을 네이버에 공식 질의했다.

네이버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놨다. "질의한 내용들은 IT기업의 대외비인 AI기술에 대한 것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사 편집 뉴스 시스템 도입과 새 댓글 제도 적용 여부를 밝히는 것은 AI기술에 대한 비밀 유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네이버는 또 "네이버 내 '뉴스/스포츠/연예' 서비스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제공 주체 단위의 '채널형 서비스'로 전환해가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실시한 뉴스 서비스 정책이 안정되면, 스포츠 및 연예 서비스로 확장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검토'와 '예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나열하며 핵심을 비켜갔다.

네이버의 답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또다른 전직 포털 관계자 B씨는 “기술적으로는 지금 시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중장기적으로 시행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서비스 정책의 안정은 네이버의 자의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자기들이 하기 싫으면 계속 안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네이버의 홀대와 방치 속에, 스포츠·연예 매체의 경영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동시에 좋은 콘텐츠를 원하는 독자의 권리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특별취재팀(류재규 이재국 김원겸 이교덕 한준 김태우 배정호 김현록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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