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울진, 조영준 기자/촬영 김동환 PD, 편집 김효은 영상 기자] "더는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팀에 다시 들어와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니까 많이 간절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석기(33, 우리카드)가 지난 23일 우리카드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경북 울진군 후포면 해변가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독 힘들었던 시간과 배구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얻은 소감을 털어놓았다.

지난 2018~2019 시즌이 끝난 뒤 최석기는 프로 입단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그는 친정팀인 한국전력에 복귀했다.

그는 한국전력에 남기를 원했다. 그러나 구단은 방출을 통보했고 최석기의 프로 배구 인생은 벼랑 끝까지 밀려났다. V리그를 떠난 옛 동료들처럼 최석기도 실업 팀 입단이나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는 듯 보였다. 

▲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해변에서 팀 동료들과 전지훈련에 임한 최석기

그러나 최석기는 여전히 프로 선수로 남고 싶었다. 과거 자신의 스승이었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에게 건 한 통의 전화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제가 처음에 감독님께 전화했을 때는 고민 상담 차원으로 했습니다. 그때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감독님이 저에게 "길게 해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해주셨죠. 그 말이 크게 와닿았고 결국 저에게 다가온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최석기는 신 감독의 권유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간절하게 염원했던 프로 팀 유니폼을 입었다.

최석기는 "내가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좋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원했는데 나에게 다가온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석기는 2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탁월한 블로킹 감각으로 팀의 주전 미들 블로커로 활약한 그는 신명나는 세리머니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제가 그런 세리머니를 해서 팀 분위기가 살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웃음) 그런 점은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줘서 팀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요."

▲ 최석기 ⓒ 우리카드 제공

최석기는 실력은 물론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까지 갖췄다. 그러나 이후 끊이지 않은 무릎 수술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랫동안 무릎 수술을 많이 해서 제가 과연 배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죠. 몇 년 전부터 몸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고 나이가 든 뒤에는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곳(우리카드)에 온 뒤 몸이 더 좋아졌어요. 아직 완벽하게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가 없기에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어요."

팀의 정신적 지주인 '맏형' 윤봉우(37)는 최석기가 팀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을 줬다.

"(윤)봉우 형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입니다. 제가 보고 배우고 본받고 싶은 형이죠. 제가 딱히 얘기를 안 해도 먼저 다가와 말씀을 걸어주시는 선배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지가 됩니다. 제 위로 (하)현용이 형과 (유)광우 형도 있는데 다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죠."

최석기는 대한항공 시절인 2017~2018 시즌 우승을 경험했다.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지만 우승을 상징하는 별을 더 달고 은퇴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무엇보다 13개월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좋은 선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는 우리 팀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이 우승하는 데 있어서 기여를 하는 것이 제 목표죠. 그리고 제 아들에게 아빠가 좋은 선수였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스포티비뉴스=울진, 조영준 기자/촬영 김동환 PD, 편집 김효은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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