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영상 촬영, 편집 김효은 영상 기자] "떠날 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는데…그래도 모두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염원이 간절한 만큼 잘하고 돌아올거라 생각합니다."

후배들을 응원한 한 여자배구 선배의 한숨에는 아쉬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한국(세계 랭킹 9위)은 다음 달 2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5일까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대륙간예선전에 출전한다.

▲ 김연경(가운데)과 이효희(왼쪽) 양효진(오른쪽) ⓒ FIVB 제공

한국은 러시아(세계 랭킹 5위) 캐나다(세계 랭킹 18위) 멕시코(세계 랭킹 21위)와 E조에 편성됐다. 싱글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총 6경기가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1위 팀이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쥔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0, 이탈리아)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지난 24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떠났다. 이번 예선을 앞둔 한국은 여자 배구 세계 랭킹 1위인 세르비아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장신 군단들을 상대할 한국에게 이번 전지훈련은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던 변수가 생겼다. 주전 세터인 이다영(23, 현대건설)이 세르비아와 연습 경기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다.

한국은 이효희(39, 한국도로공사) 이후 뚜렷한 주전 세터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다영은 라바리니 감독에게 인정을 받으며 이효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이다영에게 뜻하지 않은 불운이 닥쳤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예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이다영은 부상 중인 세터 안혜진(21, GS칼텍스)과 31일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다영은 귀국한 뒤 곧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진단명은 좌측 후종 점액낭염, 삼각골 증후군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너 의견으로는 3주 정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이다영 ⓒ FIVB 제공

이다영은 이번 올림픽 예선을 위해 동료들과 꾸준하게 호흡을 맞췄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다영은 선수들과 호흡도 잘 맞았고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매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이다영의 뜻하지 않은 부상에 가장 당황한 이는 라바리니 감독이었다. 대표 팀은 그동안 이다영을 중심으로 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전사령관인 주전 세터를 잃었다.

라바리니 감독의 용단은 '선수 보호'였다. 이다영은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그는 선수 생명을 위해 돌려보내는 쪽을 선택했다.

이다영과 안혜진 대신 구원 투수로 긴급 투입된 세터는 이효희와 이나연(27, IBK기업은행)이다.

장윤희 SPOTV 배구 해설위원은 "상황이 어렵게 됐지만 그나마 이효희가 대신 들어가는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은 "그동안 이다영을 중심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이효희는 경험이 많고 노련미가 있다. 지난해까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가운데)과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그러나 불안 요소도 있다. 단신 세터가 전위에 섰을 때 '블로킹 구멍'이 될 수 있다. 179cm인 이다영은 장신 군단인 러시아, 캐나다와 맞설 때 토스뿐만이 아닌 블로킹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다.

반면 이효희와 아나연은 모두 173cm다. 장 위원은 "높이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이 수비에서 버텨줄 능력은 있지만 러시아는 워낙 높이가 있는 팀이기에 어려움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조에 배정된 팀의 세계 랭킹을 볼 때 한국의 최대 난적은 러시아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의 전력이 급상승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캐나다는 최근 챌린지 컵에서 우승했다. 어느덧 한국이 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서 캐나다는 러시아 다음으로 긴장해야 할 상대가 됐다.

장 위원은 "과거 키가 큰 외국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이러한 팀들은 범실을 많이 해서 우리가 경기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효희와 이나연이 합류한 상황이 됐다. 리시브에 신경을 써서 이효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시브의 비중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효희는 패턴 플레이를 잘 만든다. 첫 캐나다 경기에서 안정된 리시브로 이효희를 도와주면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FIVB 제공

문제는 39살 노장인 이효희가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합류했다는 점이다. 휴식 없이 사흘간 진행되는 예선 일정을 생각할 때 세터의 체력 관리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효희는 물론 뒤를 받쳐줄 이나연의 활약도 절실한 상황이다.

어려움은 있지만 한국은 '배구 여제'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을 비롯한 최정예 멤버들이 버티고 있다. 장 위원은 "김연경은 최근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올림픽 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맞춰 나아간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 SPOTV NOW는 이번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 3경기를 위성 생중계한다. SPOTV는 경기가 끝난 뒤 녹화 중계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영상 촬영, 편집 김효은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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