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고명석(왼쪽)과 볼을 다투고 있는 대구FC 단기 임대생 박기동(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시즌 초반 DGB대구은행파크 개장과 함께 돌풍의 중심에 섰던 대구FC가 뜨거운 한여름으로 오면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대구는 지난달 30일 수원 삼성에 0-2로 패했다. 2연패를 기록하며 승점 33점에 머물렀다. 6위 수원 삼성(32점)에 1점 차이로 쫓긴 것은 물론 7위 상주 상무(29점)에도 사정권이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대구는 부상자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 수비수 홍정운이 지난 6월 22일 17라운드 FC서울전에서 왼쪽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올해 안에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했던 츠바사 역시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했다.

그나마 수비는 다수의 자원이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해 '돌려 막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 16라운드 강원FC전에서 어깨 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는 상황이 다르다.

에드가 191cm의 장신이지만 제공권은 물론 발밑플레이가 좋아 상대팀에 상당한 위협이 됐다. 세징야를 막으면 에드가나 김대원에게 기회가 가고 반대로 에드가를 막으면 세징야가 묵직한 슈팅으로 수비를 허물기 때문이다.

당시 에드가는 3주 재활이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이는 확실하게 복귀를 위한 안드레 감독과 조광래 대표이사의 조치였다. 조 사장은 "브라질로 보내 치료하게 했다. 여건이 좋고 치료 수준도 괜찮아 그렇다. 30일 귀국했다"며 조만간 그라운드로 복귀 가능성이 있음을 전했다.

대신 수원전에 에드가의 대역이었던 박기동이 선발로 나섰다. 박기동은 지난달 22일 경남FC에서 대구로 임대됐다. 191cm 장신 박기동이 전방에서 공중볼 싸움과 연계플레이만 해줘도 세징야, 김대원, 히우두 등이 볼을 잡아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공식을 만들 수 있다.

수원전에서는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까지 수원에서 뛰었던 박기동은 수비진과 격하게 경합하며 연계에 집중했다. 몸이 완전치 않아 전반 22분 세징야의 침투 패스를 놓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30분에는 히우두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했지만, 슈팅이 허공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날까지 K리그 199경기 29골 26도움의 실력은 어디가지 않았다. 동료들과 조금 더 호흡한다면 에드가의 복귀까지 충분히 공백 메우기가 가능하다. 오히려 에드가 합류 뒤 공격 다양성이 생기면서 상대팀에는 더 골칫거리가 됐다.

▲ 수원전 종료 후 대구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박기동(오른쪽)

안드레 감독은 "박기동이 잘해줬다.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정도로 헌신했다. 공격 이행도 잘했다. 아무래도 전 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서 경기 흐름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공식적으로 선발로 많이 나서지 못했는데 체력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 좋은 경기를 했다. 에드가의 복귀전까지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 한 관계자도 "팀에 합류하고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더라. 자신이 무엇이든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후배들도 박기동의 집중력에 많이 놀라더라"고 말했다.

박기동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단을 통해 "입단 후 훈련을 하면서 팀에 적응하려 애썼다. 수원전은 나흘을 준비했었다. 패해서 아쉽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팀 전력에 꼭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전 종료 후 팬들은 버스에 오르려는 박기동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소리쳤다. 일부는 "대구에 제대로 왔어요", "세징야랑 다음에는 꼭 골을 넣어주세요'라고 외쳤다. 단 한 경기로 대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박기동이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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