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세종(오른쪽)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선수 은퇴와 함께 축구에서 멀어져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는 주세종. 그는 이제 지도자를 꿈꾼다.

주세종은 2018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의무 경찰 신분이다. 그동안 내무 생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세종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꾸준히 대표팀에 들고 있다. 아시안컵에서도 5경기에 모두 교체로 나섰고, 3월과 6월 A매치 4경기 가운데 3경기에 출전했다. 

전역을 1달 여 앞둔 지난달 30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주세종은 "(아산에 있는) 2년 동안 대표팀에 계속 나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간이 빨리 지난 것 같다"며 "대표팀이 쉬는 시간이 많고, 자는 시간도 많아서 컨디션 관리하기가 좋았다"며 솔직한 고백을 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주세종. 그는 이제 선수 개인의 목표를 넘어 한국 축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를 넓힌 것은 바로 태극마크, 그리고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얻은 경험이었다.

◆ 터닝 포인트: 월드컵

월드컵은 주세종에게 터닝포인트였다. 결과는 1승 2패 탈락으로 아팠지만 그 가운데 느낀 것이 컸기 때문이다. 무작정 투지만 강조하는 것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것이다.

"축구는 죽기살기로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란 걸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경험이 가장 중요하고, 큰 물에서 놀아야 된다는 것. 많이 부딪혀보고 깨져야 된다. 안정적인 곳에서 대우받고 주전으로 뛰는 걸 바라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면 그 상황에 안주하고 발전할 수 없다. 좋은 선수들하고 부딪히다보니까 더 노력해야 하고,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세종은 "아무리 죽기살기로 뛰어도 정말 잘하는 선수를 만나면 소용이 없다고 느꼈다"고 꼬집는다. 더 영리하게 뛰어야 하고, 뛸 때는 확실히 뛰지만 쉴 땐 잘 쉬는 것도 축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대표팀에서 넓어진 시야는 자연스럽게 은퇴 이후의 삶까지 고민하게 했다. 주세종은 주세종은 "군대에 오기 전까지 월드컵 전까지는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축구를 딱 끊고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후배들을 보고 또 월드컵을 다녀오면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올해 30살에 느끼는 것을 후배들이 이른 시기에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가 29살, 30살에 느꼈던 것을 23살쯤에 느끼면 더 좋은 선수들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라. 제가 만난 지도자들께서도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시지는 않으셔서 이제야 느끼게 됐나 싶기도 하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이른 시기에 경험하면서 더 좋은 축구를 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

▲ 대표팀은 재밌다. 주세종(오른쪽)과 손흥민(가운데)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벤투호: 비판에 동요하지 않는다

주세종은 최근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과 기용이 완고하다는 비판에 대해 단호히 반대 의견을 밝혔다. 확고한 철학 아래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한다는 것. 동시에 훈련장에서도 "기존에 있던 선수, 새로운 선수가 있다. 많은 선수가 바뀌진 않지만 내부 경쟁은 치열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비슷한 선수가 와서 팬들이 'K리그나 다른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가 왜 못 들어오나'라고 의문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는 선수로서 그런 것에 동요하지 않고 있다. 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오는 게 맞지만, 감독님은 자기 축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벤투호를 향한 주세종의 신뢰는 확고하다. 벤투호의 장점은 확고한 전술적 색에 더해, 상대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주세종은 "훈련 스케줄, 선수 컨디션 관리도 잘해주셔서 좋다. 감독님이 해주시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게 상대 팀 분석을 잘해주셔서 좋다. 많은 정보를 주신다. 감독님이 주신 정보가 잘 통하고, 공격적으로 연결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 경기(2-1 한국 승)는 분석의 결과가 나온 예시다. 연장전에 터진 김진수의 골은 준비된 장면이었다. 또 하나의 예는 지난 3월 볼리비아전이다. 볼리비아 수비의 약점을 분석해 공략법을 선수들이 알 수 있었다.

"(바레인전에선) 한쪽 측면에서 공격하면서 크로스 상황이 오면, 반대쪽 측면 수비수가 맨 뒤, 수비 뒤로 들어가라고 강조를 하셨다. 훈련할 때도 계속 말씀하셨는데 맞았다. 볼리비아전에서는 상대가 수비를 (중앙으로) 좁혀서 하고 측면을 비워둔다고 하셨다. 반대 방향으로 열어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다 보니 (김)문환이나 (홍)철이나 계속 찬스가 나더라."

◆ 도전: 은퇴하는 날까지 좋은 축구를 배울 것

대표팀의 중원은 기성용과 구자철의 은퇴 선언으로 후계자 찾기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처음에 갔을 땐 (기)성용이 형, (구)자철이 형, (정)우영이 형이 있어서 경기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 형들이 은퇴 준비를 하고 부상할 때마다 경기를 나가곤 했다. (이)강인이나 (백)승호나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쟁에 있어선 '당연히 내가 뛰겠지'라는 생각은 없고 더 강하게 뛰고 경쟁하면서 강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주세종은 새로운 축구를 배우고, 뛰어난 동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어 즐겁다. 주세종은 " 대표팀엔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 오니까 (경쟁도) 어쩔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제가 어렸을 때와 다르게 생각하고, 생활하고, 경기한다. 배울 점이 있다. 사명감도 있지만 감독님 축구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경쟁도 재미있다. 대표팀은 재미있는 곳이다."

주세종의 꿈은 끝나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또 소속 팀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배워갈 생각이다. 성공적인 선수로, 도전하는 선수로 은퇴까지 살아낸 뒤에, 후배들의 성장에 거름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당연히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 은퇴하는 날까지 좋은 축구를 배우고 싶다. 그래야 은퇴하고 나서도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밝은 표정의 주세종. 이것이 전역 예정자다.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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