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배구에서 한 명의 특출난 선수가 팀 전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배구 여제'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은 공격과 수비 블로킹 등 모든 방면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2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대륙간예선전 E조 1차전에서 캐나다를 세트스코어 3-1(21-25 25-20 25-19 25-22)로 눌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은 지난달 24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 세계 랭킹 1위인 세르비아는 올림픽 예선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러시아를 대비해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그러나 주전 세터 이다영(23, 현대건설)이 연습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쳤다. 다행히 아킬레스건 파열이 아닌 좌측 발목 염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그는 31일 귀국했다.

예선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국은 '적색경보'가 켜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0, 이탈리아) 감독은 이다영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맞췄다. 그러나 야전사령관인 주전 세터가 빠지면서 전력 가동에 차질이 생겼다.

예상대로 대회 이틀을 앞두고 합류한 이효희(39, 한국도로공사)와 선수들의 호흡은 불안했다. 이효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물론 지난해까지 대표 팀 주축 선수들과 손발을 맞췄다.

그러나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코트에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이효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흘간 소속 팀에서 볼 훈련을 했다. 볼과 토스에 대한 감각은 있었지만 갑자기 대표 팀 공격수들을 조율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 캐나다와 경기에서 리시브하는 이재영 ⓒ FIVB 제공

이 상황에서 김연경은 홀로 37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새롭게가세한 이재영(23, 흥국생명)은 14점을 올리며 지원사격했다. 특히 리시브 대부분을 책임졌고 마지막까지 버텨냈다.

그러나 블로킹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공격은 아쉬웠다. 한국은 캐나다와 블로킹 싸움에서 3-9로 밀렸다. 3개의 블로킹도 김연경이 2개, 김수지(32, IBK기업은행)가 한 개를 잡는 데 그쳤다.

라바리니 감독의 신임을 얻은 이주아(19, 흥국생명)는 이 경기 주전 미들 블로커로 출전했다. 그러나 국내와 비교해 한층 빠르고 높은 캐나다의 공격을 좀처럼 막지 못했다. 이주아의 뒤를 이어 코트에 나선 정대영(38, 한국도로공사)은 유효 블로킹 4개를 기록했지만 블로킹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부상을 털어낸 '블로킹 퀸' 양효진(30, 현대건설)은 이번 대표 팀에 합류했지만 아직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한국은 블로킹의 열세를 끈끈한 수비로 버텨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은 캐나다와 비교해 한층 높고 파워도 뛰어나다. 힘이 실린 강한 스파이크를 디그로만 버텨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라이트 포지션에서의 공격도 아쉬웠다. 김희진은 17번 공격을 시도해 4점에 그쳤다. 김연경은 37득점을 올리면서 무려 5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이재영의 공격성공률 45%로 나쁘지 않았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들은 나름 자기 소임을 해줬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김희진은 23%에 그쳤다.

▲ 캐나다와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김희진 ⓒ FIVB 제공

김희진은 전문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니다. 국내 V리그에서는 팀 상황에 따라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병행한다. 김희진을 제외한 이렇다할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다는 한국의 약점은 이번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미들 블로커들의 블로킹과 라이트에서의 활발한 공격이 과제로 남았다. 느닷없는 세터 교체로 한국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디그는 승리의 원천이 됐다.

한편 한국은 3일 밤 11시 멕시코와 대륙간 올림픽 예선 2차전을 치른다. SPOTV NOW는 한국과 멕시코가 맞붙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대륙간 예선전을 위성 생중계한다. SPOTV는 경기가 끝나는 대로 재방송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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