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에게 인사하는 아산 선수들 ⓒ아산 무궁화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아산 무궁화가 경찰 선수들과 작별한다. 떠나는 선수들은 잊지 못할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 싶다.

경찰 축구단은 2013년 K리그2(당시 챌린지)의 창설로 정식으로 K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2014년부터 2016년은 안산을 연고로 활동하다가, 2017년부터는 경찰 대학이 이전한 아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 역사는 '아산 무궁화'라는 팀의 이름에서도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계급장이 무궁화 형태가 아닌가.

이젠 '무궁화'들과 이별을 맞는다. 아산은 오는 4일 오후 8시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19 22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마지막으로 팀의 주축이었던 의경 선수들의 고별전을 치른다. 고무열과 안현범, 김도혁 등을 포함한 1094기 12명의 의경 선수들은 오는 12일 전역한다. 대표팀 차출로 1095기로 입대한 주세종과 이명주는 9월 전역하지만 이후 경기는 출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산 관계자는 "부산전이 공식적으론 경찰 축구단의 마지막 경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명주, 주세종, 김도혁은 아산 팬들, 구단,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승을 함께 만들고, 존폐 위기를 함께 넘었고,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선수들은 군 복무를 대신해 아산을 선택했다. 동기부여가 부족할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아산은 2018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열심히 뛸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아산의 팬들이다.

"군 팀이라 아산에서 열정을 못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나태해지지 않고, 동기를 갖고 운동하고 경기할 수 있고 또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산 팬들 덕분인 것 같다." - 이명주

2018년 팀의 존폐 위기를 넘기며 선수들과 팬들이 더욱 끈끈해졌다. 경찰은 2022년부터 의무 경찰을 모집하지 않고, 2023년엔 마지막 의경들의 전역과 함께 의무 경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18년 경찰 축구단은 새로운 '의경 선수'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남은 선수들의 2019년은 불확실했다. 아산은 경찰 선수들에 더해 일반인 선수들을 더해 K리그2 참가를 결정했다.

"저희는 군 복무를 위해 팀에 왔고 팀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은 못하고 들어왔다. 의무 경찰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우승을 하면 (팀이 유지되고) 저희가 축구를 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많은 팬들이, 시민들이 서명 운동도 하시는 걸 보고 우리의 팀이 아니구나 싶었다." - 주세종

지난 6월 팀 전체가 참가한 팬미팅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느낀 기억이다. 직접 팬들을 만나고 나니 그 마음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이명주는 당시 한 팬이 아산을 '우리 지역의 자랑'이라고 말하며 팀의 존폐 위기에 서명을 받았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거 밝혔다. 그는 "이런 경험(팬 미팅)은 처음이다. 팬들의 말을 직접 듣다보니 애틋해지더라"며 "축구 하나로 뭔가 사람들의 삶에 힘을 줄 수 있다고 느꼈다. 노력해서 경기장에서 더 뭔가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도혁도 마찬가지다. 김도혁은 "저희 테이블에 앉으신 팬들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그리고 아버지가 오셨다. 저희를 너무 좋아해주시더라.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해드리고 싶어서 홈 경기에서 보이자마자 유니폼을 벗어서 드렸다. 사인은 나중에 만나서 해드렸다. 땀이 난 거라서 빨아서 다음 주에 오셨더라. 그랬더니 또 고맙다고 손편지도 써주시고. 그 가족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역하는 14명은 아산을 떠난다. 하지만 이별하는 마음은 복잡하다. 아산은 올해 말 다시 한번 시민 구단 전환을 두고 고비를 넘겨야 한다. 서명 운동 등 구단 안팎의 노력이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전역 예정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멋진 이별을 하는 것뿐. 부산전을 승리를 외치는 이유다.

2019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끈 이명주는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떠나기 전에 좋은 경기로 보답드리고 싶다"며 "선수들하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행사를) 생각하고 있다. 경기장에 오시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산 팬들에게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달라고 부탁했다. 

주세종은 "경기장 곳곳을 돌면서 최대한 많은 팬들과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 다같이 팬들하고 모여서 트로피를 두고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산은 이한샘과 주세종의 팬 사인회를 비롯해 워터슬라이드 운영, 페이스 페인팅 체험 등 이벤트를 준비했다. 경기 뒤엔 선수들과 함께 이별 행사도 준비했다.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법. 하지만 언제나 이별은 안타깝지만 영원한 이별 또한 없다. 아산과 14명의 선수들은 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아산은 다른 팀보다 팬하고 더 가까운 것 같다. 많은 팀들이 팬들이 주인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아산 시민들이 구단의 주인이라고 생각을 하셔서, 간식도 많이 주시고, 길에서 만나면 주말을 재밌게 보내고 있다고 말도 많이 해주신다. 하나가 돼서 가족같은 분위기로 2시즌을 뛰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이고 감사한다. 지금 존폐 위기에 또 놓였다. 확실히 말이 없기 때문에 팀이 남아서, 좋은 성적을 내고 언젠가 1부 리그에서 서울과 만나면 좋겠다." - 주세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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