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수원 삼성과 첫 겨루기에서 염기훈을 막았던 이수빈(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메이드 인 포항' 이수빈(19)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포항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까지 3경기 무승(1무2패)으로 전환점이 필요했던 포항이었다. 경기를 잘 운영하고도 지는 이기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김기동 감독은 수원전 선발에 신예 이수빈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그의 옆에는 자주 호흡했던 정재용이 아닌 최영준이 있었다. 경남FC 시절 은골로 캉테(첼시)에게 빗대 '경남 캉테'로 불렸고 전북 현대로 이적했지만, 주전 확보에 실패해 포항으로 임대왔다.

23라운드 강원FC전에서 교체로 나섰던 최영준이 이날 처음 선발로 출전해 왕성한 활동량을 뽐내면서 이수빈이 전방으로 좀 더 전진하는 기회가 생겼다. 최 감독은 5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는 수원의 아담 타카트를 보면서 "우리도 기회가 오면 골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골 결정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항에는 일류첸코와 완델손 두 외국인 공격수가 있었지만, 타가트와 비교하면 결정력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김 감독은 "이수빈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 정재용은 다음 전북 현대전을 염두, 교체 명단에 넣었다"며 나름대로 안배가 있었음을 전했다.

이수빈은 포항 유스 출신이다. 올해 시작 전 채프먼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면서 정재용을 급히 영입했지만, 미드필드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전임 최순호 감독이 경질된 뒤 김기동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수빈을 더 과감하게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이수빈은 포항의 조율사로 자리 잡았다. 공격포인트는 없어도 존재감은 확실했다. 김기동 감독은 이수빈이 젊다는 것을 활용해 선발 기회를 계속 주면서 육성에 집중했다.

절묘하게도 수원전에서 이수빈은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내내 좌우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수원 수비를 위협하던 이수빈은 추가시간 완델손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망을 흔들었다.

판단력과 시야가 돋보였다. 완델손이 왼쪽 코너에서 볼을 받아 아크 근처에 있던 이수빈에게 패스했다. 이수빈은 수비진이 페널티지역 안에 묶여 있던 것을 본 뒤 오른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후반 시작 후에도 이수빈은 수원 허리를 장악했다. 순식간에 최전방까지 전진하는 등 왕성하게 움직였고 12분 중앙선 부근에서 수원 수비 머리 위로 패스한 볼을 완델손이 골로 연결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수빈의 놀라운 활약으로 포항은 향후 정재용-최영준이 허리를 구축하면 이수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가능한 효과를 얻게 된다. 수원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많은 것을 얻은 포항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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