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하남, 박대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눈 위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면 물 위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랄프 새뮤얼슨(1903~1977)은 서핑광이었다. 틈만 나면 미시시피강으로 갔다. 수면(水面)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10대 때 이미 동네에서 알아주는 서퍼였다. 수영과 애쿼플레이닝(1920년대 유행한 초창기 수상 스키), 모터보트 운전 등 못하는 게 없었다. 물 만난 고기였다.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을 가르는 미시시피강은 청년 새뮤얼슨에게 실험장이었다. 열아홉 생일을 맞기 전 여름에도 즐기는 스키를 떠올렸다. 소나무 켜서 만든 널빤지, 스노 스키를 가져다 실험했다. 실패했다. 모두들 비웃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무를 구리 주전자에 끓인 뒤 앞쪽 끝을 구부렸다. 대(臺)가 가라앉지 않고 쭉쭉 나갔다. 얼음 지치듯 물살을 갈랐다. 수상 스키가 탄생했다.

제34회 회장배 전국남녀 수상스키·웨이크보드 선수권대회가 4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렸다.

새뮤얼슨 후예 약 3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슬라롬과 트릭, 점프, 웨이크보드 종목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관중 눈을 시원하게 했다.

서핑과 스키 특징이 배합된 '물 위 서커스'였다. 물살을 부챗살처럼 펼쳐 보이는 슬라롬과 도움닫기한 뒤 공중에서 제비돌기하는 트릭, 램프대를 박차고 활공하는 점프 스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수 몸매가 탄탄했다. 수상 스키는 보트가 이끄는 방향 속도에 끌려가면서 맞저항을 펼쳐야 하는 온몸운동이다. 

덕분에 운동량이 상당하다. 소비 열량이 1시간 200칼로리로 쉴 새 없이 코트를 누비는 구기종목과 맞먹는다. 수영 2배다. 

그래서 20분만 타도 숨이 턱턱 막힌다. 호흡이 가빠진다.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물살을 받을 때 전신 마사지 효과가 있다. 50대 이후에 시작한 동호인도 부지기수다. 신경통, 스트레스 완화에 탁월하다.

현역 선수 권유가 물처럼 이어졌다. 김윤호(20, 건국대)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가평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수상 스키를 경험했다. 매력에 푹 빠졌다. 더운 날씨에 물살을 가르는 쾌감이 중독적"이라고 했다.

이어 "수상 스키를 위험한 스포츠로 여기시는 분이 있다.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안전하다. 많은 분이 수상 스키 매력을 한 번만 느껴보셨으면 한다. 푹 빠지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아름(22, 중앙대)은 "수상 스키 입문은 신중해야 한다. 정말 매력적이라 헤어나기 쉽지 않다"며 재치 있게 수상 스포츠를 권유했다.
한아름(22, 중앙대)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바나나 보트 탔다가 정말 재밌어서 아버지한테 (시켜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코치님께서 '너 곧잘 타는구나' 칭찬해 주셨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타기 시작했다. 그게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한 번 빠지시면 헤어날 수 없다. 생각을 많이 하고 입문하셨으면 한다(웃음).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라 한 번만 타도 만족감이 높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는 레저 스포츠 전성시대다. 수상 스키는 개중에서도 해양 스포츠 꽃으로 불리우는 종목. 최고 시속 60km가 선물하는 스릴감과 기술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 한여름 뙤약볕을 잊게 해주는 청량감을 두루 지닌 스포츠다.

낮 최고 기온 36도.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린 일요일 오후. 

기자는 땀에 절어 손부채질을 쉼 없이 했지만 선수 동호인은 한강물에 푹 젖어 여름을 잊었다. 수상 스키 매력에 흠뻑 젖어보였다. 

더워 보이지가 않았다. 단 한 명도.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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