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올림픽 3회 연속 진출'을 눈앞에서 놓쳤다. 1, 2세트를 모두 잡은 한국은 3세트 22-17로 앞서갔다. 그러나 이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5일(한국 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대륙간 예선전 E조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러시아에게 세트스코어 2-3(25-21 25-20 22-25 17-25 11-15)으로 역전패했다.

이번 대륙간 예선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참가국 네 팀 가운데 2위에 그쳤다. 3전 전승을 거둔 러시아는 조 1위를 차지하며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3세트 후반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력을 펼치며 러시아를 압도했다. 3세트 22-17까지 앞선 한국은 올림픽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경기 내내 맹활약한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쉬)의 마무리 공격 득점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한국의 다양한 패턴 플레이에 시종일관 흔들렸던 러시아의 블로킹은 3세트 후반부터 살아났다.

러시아는 18-22에서 내리 7득점을 올렸다. '마의 22점'을 이겨내지 못한 한국은 4세트부터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16-25로 4세트를 내준 한국은 5세트마저 무릎을 꿇으며 거의 다 잡았던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이번 올림픽 예선을 앞둔 한국은 주전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이 왼쪽 발목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예선을 눈앞에 둔 한국은 '적색 경보'가 켜졌다. 베테랑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와 이나연(IBK기업은행)은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 이효희가 올림픽 대륙간 예선 러시아와 경기에서 토스하고 있다. ⓒ FIVB 제공

이효희는 시차 적응은 물론 체력 문제를 이겨내며 러시아전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3세트 막판 체력이 떨어지며 토스가 낮아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마지막 고비를 이겨내지 못하며 내년 1월 대륙별 예선을 기약하게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발 멤버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에 김연경 이재영(흥국생명) 미들 블로커에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에 김희진(IBK기업은행) 세터에 이효희 리베로에 오지영(KGC인삼공사)을 투입했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두 팀 최다인 25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이재영은 16점, 김수지는 13점, 김희진은 11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주 공격수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1, 2세트에서 부진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기세가 올라왔다. 5세트 막판 해결사로 나선 곤차로바는 20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 11-11에서 한국은 김연경의 2단 다이렉트 공격과 호쾌한 퀵오픈으로 13-11로 달아났다. 한국의 장기인 예리한 서브는 1세트부터 제대로 통했다. 리시브가 흔들린 러시아는 범실이 나왔고 러시아가 믿었던 곤차로바도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19-14로 점수 차를 벌린 한국은 이재영의 공격 득점과 양효진의 천금 같은 블로킹으로 20점 고지를 먼저 넘었다. 세트 막판 러시아를 압도한 한국은 1세트를 따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서도 한국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한국은 7-6으로 앞서간 상황에서 김희진의 연속 공격 득점이 터졌다. 김연경과 이재영은 물론 김희진의 공격 마저 살아난 한국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러시아의 높은 블로킹을 허물었다.

러시아는 브론코바와 중앙 속공을 앞세워 15-17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은 김연경의 호쾌한 스파이크로 러시아의 추격을 따돌렸다. 여기에 김수지의 블로킹과 이재영의 재치있는 터치아웃까지 이어지며 21-16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 김연경(가운데)가 러시아의 높은 블로킹 사이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FIVB 제공

한국은 이재영의 공격 득점과 상대 공격 범실을 묶어 2세트도 잡았다.

3세트 7-7에서 한국은 김연경의 연속 공격 득점과 양효진의 속공이 터지며 먼저 10점을 넘었다. 경기 내내 리시브가 흔들린 러시아는 좌우 날개 공격수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경기를 펼쳤다. 반면 한국은 김연경-이재영-김희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물론 김수지와 양효진의 허를 찌르는 속공도 살아났다.

한국은 15-11에서 김수지의 절묘한 서브에이스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20점을 먼저 넘은 한국은 22-17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상황에서 김연경의 마무리 공격은 터지지 않았다. 러시아의 높은 블로킹은 위력을 발휘했고 한국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22-18에서 무려 연속 7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아쉽게 3세트를 내줬다.

다잡았던 3세트를 내준 한국은 4세트에서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3세트까지 나오지 않던 범실이 쏟아졌고 김연경은 물론 이재영 김희진의 공격 득점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주전 선수 대부분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4세트를 내줬고 최종 승부는 5세트로 이어졌다.

5세트 6-6에서 러시아는 치명적인 공격 범실을 범했다. 이재영은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고 한국이 8-6으로 리드했다. 한국은 5세트에서 교체 투입된 정대영(한국도로공사)의 연속 속공 득점으로 10점을 먼저 넘었다.

그러나 막판 뒷심 싸움에서 이긴 쪽은 러시아였다. 11-11에서 러시아는 내리 3점을 올리며 14-11로 달아났다. 결국 한국은 5세트를 내주며 다 잡은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비록 한국은 이번 대륙간 예선에서 올림픽 출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대륙별 예선이 남아있다. 한국은 올림픽 출전 기회를 내년 1월로 기약하게 됐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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