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오른쪽)이 최근 인터뷰에서'로봇 심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스포티비뉴스=LA(미 캘리포니아),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지난 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에서 통산 2397탈삼진을 기록하면서 다저스 역사상 3번째로 많은 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됐다.

커쇼는 이날 탈삼진 부문에서 다저스 레전드 샌디 쿠팩스를 넘어섰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은퇴 전 역대 다저스 투수들이 세운 모든 기록들을 갈아 치울 전망이다.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 및 가을야구 기록은 제외하고 말이다.

확실한 것은 커쇼는 지금까지 세운 기록만으로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하다는 것과 다저스타디움에는 언젠가 재키 로빈슨과 샌디 쿠팩스 동상 옆에 커쇼의 동상이 세워질 것이란 점이다.

평소에는 평온하며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에 믿음을 전파하는 커쇼지만 선발로 등판하는 날은 '두얼굴의 사나이'로 변신한다. 경기 전과 도중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고 경기와 승부에만 집중한다.

커쇼는 올 시즌 부상자명단(IL)에서 시작했지만 그 후로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게대가 요즘은 3살짜리 아들 찰리가 자신을 닮아 야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자녀들이랑 같이 노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커쇼를 지켜보면 선수생활이 끝나도 세상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듯하다. 커쇼는 알려진 대로 야구 외 다양한 선교 및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보육원, 도미니카공화국 병원, LA 지역 아이들 놀이터까지…. 커쇼는 그냥 돈만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방문하며 봉사를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 못지않게 커쇼는 방송 쪽 일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은퇴 후 커쇼가 TV 중계 해설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모든 미국인들이 좋아할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설자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말도 조리있게 잘하기 때문이다.

커쇼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이다보니 인터뷰도 항상 많이 한다. 커쇼의 경기 전후 인터뷰를 들어보면 자기 생각을 잘 정리정돈해서 말한다. 선발로 출전하지 않는 다저스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헤드세트를 끼고 라이브로 방송 캐스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광경도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런 커쇼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가지 안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댄 패트릭(왼쪽)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US 뱅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수퍼볼 프리게임쇼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패트릭은 지난달 7월 27일(한국시간) 방송된 '댄 패트릭쇼'에서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를 인터뷰했다.

커쇼는 최근 미국 전역에 TV와 라디오, 팟캐스트로 중계되는 '댄 패트릭 쇼'에 출연했다. 댄 패트릭은 미국 스포츠채널 ESPN 앵커로 활동했으며 시청률이 가장 높은 'NBC 선데이나이트풋볼' 프리게임 진행을 맡고 있는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다.

이날 방송된 인터뷰에서 커쇼는 고등학교 시절 풋볼경기에서 퇴장당한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만약 다저스 팀 동료들 중 옥타곤에서 종합격투기로 붙어야한다면 포수 러셀 마틴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많은 주제 중 하나는 공인구 문제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인구 제조사인 롤링스(Rawlings)를 인수한 뒤 공을 조작해 홈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커쇼는 이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같은 공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가 그렇게 비밀스러운지 흥미로울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커쇼는 "올 시즌 쿠어스필드 경기에서 달(?)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공이 멀리 나가는 것을 봤다. 투수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 밤경기에서도 파워히터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도 밀어치기로 홈런을 친다"며 "확실히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홈런들을 올 시즌 많이 볼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커쇼는 올 시즌 후반기부터 애틀랜틱 독립리그에 시험적으로 도입된 로봇 심판에 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커쇼는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회의적이다. 아직 로봇이 적용하는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요즘 TV 야구 중계에서 볼수 있는 스트라이크 박스는 방송국마다 차이가 있다.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가는 것을 판정하기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스트라이크존은 3D다. 야구 규정대로 하면 공이 유니폼 앞면 팀 이름이 있는 글짜를 지나는 것도 스트라이크다. 만약 이것을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인정한다면 투수들은 패스트볼을 계속 높게 던지게 될 것이며 타자들이 여기로 지나는 패스트볼을 쉽게 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커쇼는 로봇 심판이 투수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아직 직접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다. 스프링트레이닝이나 올스타전에서 시험적으로 체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포수 역할을 걱정했다. 커쇼는 "포수들이 어떻게 공을 잡고 어떻게 심판에게 보여주는 것도 능력이다. 만악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포수의 프레이밍은 사라지게 된다. 프레이밍이 없어지면 포수는 좀 더 공격만 잘하는 선수들로 대체될 것"이라며 많은 포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커쇼와 인터뷰가 끝난 후 패트릭과 공동 진행자들은 서로 이와 관련된 찬반논의를 나누다가 일단 '로봇 심판'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고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S: Automated Ball-Strike System)'이 공식 명칭이라고 정정했다.

'로봇 심판'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로봇이 인간의 심판직을 뺏어가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판정하자는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앞으로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 ABSS가 도입될지 모르나, 커쇼처럼 전통적인 야구경기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과 좀 더 판정 논란이 없는 명확한 판단을 원하는 팬들 사이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LA(미 캘리포니아),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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