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준은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기를 원한다. 지난 4일 수원 삼성전에서 이수빈(두 손을 들고 좋아하는 사람) 뒤에 붙어 있느라(유니폼 하의 14번) 자신을 보일 기회도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4일 수원 삼성과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에서 2000년생 이수빈(19)의 1골 1도움 만점 활약으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승리는 여러모로 포항에 이득이었다. 승점 29점에 도달하며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 수원(32점)과 승점 차를 3점으로 사정권에 두며 향후 치열한 순위 싸움의 동력을 마련했다.

반대로 강등권과는 더 격차를 벌렸다. K리그2(2부리그) 자동 강등인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15점)에 14점 차이로 도망갔다. 잔류권인 10위 제주 유나이티드(17점)에도 12점이나 벌렸다.

스플릿 전까지 9경기가 남았지만, 최소 50%의 승률만 유지해도 잔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히려 상위 스플릿 진입 경쟁에 더 탄력을 받아 나가게 됐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격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던 김승대(전북 현대)의 이적 공백을 메울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이날 포항은 이수빈 옆에 전북에서 임대 이적한 최영준을 내세웠다.

최영준은 경남FC 시절 첼시에서 뛰는 프랑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와 비슷한 플레이로 인해 '경남의 캉테'라 불렸다. 놀라운 활동량에 상대와 일대일 경합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이런 능력은 올해 전북으로 이적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화려한 전북 선수층에서 최영준이 설 자리는 없었다. 불규칙한 출전은 최영준의 출전 욕구만 더 늘려 놓았다. 전북이 FA컵은 물론 아시아 축구연맹(AFC)에서도 조기 탈락하면서 리그에만 집중하는 선수단 운영으로 인해 더 뛰기 어려워졌다.

결국, 여름 이적 시장에서 포항을 선택했다. 포항도 허리 강화가 필요했다. 전방에는 일류첸코, 완델손 두 외국인 공격수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관건은 허리였고 3월에 영입한 정재용과 김기동 감독 부임 후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선 이수빈이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공격 연계 부족이라는 약점도 있었다.

최영준이 등장하면서 극복 가능성을 봤다. 수원 관계자는 "테리 안토니스가 결장하면서 미드필드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패스 싸움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도 포항전 종료 후 "미드필드에서 원하는 패스가 부족했다"며 패싱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포항의 패스마스터는 이수빈이였다. 그 뒤에는 최영준이 활동량과 몸싸움으로 수비진 앞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톡톡히 해줬기 때문이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최영준은 경남 시절부터 지켜봤고 영입을 요청했다. 미드필드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앞으로 이수빈을 공격적으로 배치하고 (최영준의 포지션 파트너인) 정재용을 조금 더 전진시키겠다"며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수원전이 끝난 뒤 최영준은 뛰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말 경기에 뛰고 싶어서 (전북에서) 포항으로 왔다, 배가 고팠는데 기회가 왔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 아직 홈 포항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갖지 않은 최영준, 전북 현대전도 임대 신분이라 뛸 수 없다. 홈 데뷔전은 8월 25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나 가능하다. ⓒ포항 스틸러스

경쟁은 필수지만, 자신 있다는 최영준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겠다.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자신의 장점 발휘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1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예정된 전북과 25라운드는 임대 신분이라 출전하지 못한다. 대신 정재용이 나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최영준-이수빈-정재용으로 구성되는 삼각형 미드필드 구축이 가능하다.

그는 "포항 선수들도 좋다. 각자 역할을 하면서 협동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 같다. (전북에서) 너무 기회를 받지 못해서 그런가 이른 시점에 풀타임을 소화해서 좋더라"며 자기만족은 물론 팀의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서운 아이'이자 '수빈이 형' 이수빈에게도 배우겠다는 최영준은 "어리지만 괜찮게 하더라. 앞으로 더 경험하면 좋을 것 같다"며 "(수원전 완델손의 골 장면에서) 패스를 뿌린 뒤 안아줬다. 완델손이 골을 넣을 것으로 직감했다. 앞으로도 그렇지만, 내가 뒤에서 정리할 것이니 공격은 네가 하라고 했다. 갓 프로에 데뷔한 선수의 경기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하더라. (영플레이어상) 수상을 위해 밀어주겠다"며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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