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선수들이 6일 잠실 두산전에서 3-8로 패한 뒤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는 6일 잠실 두산전에서 3-8로 완패했다. 0-8로 뒤진 경기에서 9회초 3점을 쫓아갔지만 이미 경기는 두산 쪽으로 기운 뒤였다.

이날 한화가 기록한 실책은 1개였다. 2회 2사 만루에서 정은원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뺴앗겼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또 하나가 있었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정수빈의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 이성열이 타구를 시야에서 놓쳐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무사 2, 3루가 됐다. 이어 오재일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5가 됐다.

이 두 장면은 현재 한화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화가 왜 꼴찌를하고 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한화는 올 시즌 두 가지 큰 실패를 했다.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데 실패했고 세대교체도 이뤄내지 못했다.

시즌 전에는 두 가지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류현진 이후 끊어진 신인왕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밝혔다.

그러나 시즌의 70% 이상을 치른 지금, 한화를 향하고 있는 건 비난뿐이다. 목표를 이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은원의 실책은 뎁스 강화 실패의 단면이다. 정은원은 5일까지 팀이 치른 103경기를 모두 출장했다.

이제 고졸 2년차 선수다. 여름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화는 그런 정은원에게 다 걸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는 '호잉 이글스, 올해는 '은원 이글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은원은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이제 고졸 2년차일 뿐이다. 성장하는 과정을 걷고 있다. 그런 정은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는 것이 한화의 현실이다.

장담했던 것처럼 뎁스가 강화됐다면 정은원도 휴식을 줘 가며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화엔 그런 여유가 없다.

이성열의 실수 속에는 한화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한화는 당초 정근우을 중견수로 쓰겠다고 밝혔다. 수비 부담이 덜한 중견수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중견수로 나서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성적이 대신 말을 해 주고 있다.

정근우는 중견수로 나선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결국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바 있다.

외야 구성이 어그러지다 보니 1루수 요원으로 훈련해 온 이성열이 다시 외야로 나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성열은 타격에 장점이 있다.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현재 한화 선수단 구성상 이성열은 어쩔 수 없이 우익수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른 중반의 나이, 2루수로서 최고의 성과를 냈던 선수를 중견수로 보내며 그 시도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그저 있는 선수들을 돌려 쓰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 장진혁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너무 늦게 나타난 대안이었다. 그리고 구멍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이 한화의 현실이다.

더 암울한 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망주들이 클 시간을 벌어 줘야 할 베테랑들은 팀 내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기둥이 되어 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새 얼굴들도 시간이 적잖이 걸릴 듯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화 한 코치조차 "예전엔 신인 성장에 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현재 우리 신인들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화는 현 시점 꼴찌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탈꼴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다 해도 유의미한 순위를 만들긴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미래까지 어두워진다면 한화는 다시 암흑기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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