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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현장] 라바리니호, 절망이란 이름의 방에 희망 스며드는 이유는?

조영준 기자 cyj@spotvnews.co.kr 2019년 08월 07일 수요일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조영준 기자/영상 촬영, 편집 송승민 영상 기자] "지금 두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기에서 진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이기던 경기를 놓쳐서 아쉬움은 크죠. 선수들과 슬픈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자랑스럽고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여자 배구 대표 팀을 이끄는 수장인 그는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왼쪽)과 김연경 ⓒ 인천국제공항, 스포티비뉴스

라바리니 감독은 주장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쉬)을 비롯한 대표 팀 선수들과 6일 늦은 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막을 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대륙간 예선에서 2승 1패로 E조 2위에 그쳤다.

한국은 조 1위 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냉철한 승부사'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그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싸 안았다.

목표인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지만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한국은 선수들의 평균 키가 무려 188cm인 러시아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세트 막판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멕시코와 러시아전에서 나온 경기력은 배구 강국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상당수 배구 관계자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해온 세터 두 명이 부상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좋은 체격 조건에 성장 가능성이 큰 이다영(23, 현대건설)을 주전 세터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다영은 이번 예선을 앞두고 열린 세르비아와의 연습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다행히 진단 결과는 아킬레스건 파열이 아닌 염증이다. 3주 휴식한 뒤 몸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대표 팀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나타났다. 그는 "(이)다영이의 부상이 크지 않아 다행이지만 본인은 대표 팀에 뛰지 못해 매우 아쉬워했다"며 선수의 근황을 전했다.

부상 중인 아디영과 안혜진(GS칼텍스) 대신 급하게 대표 팀 유니폼을 입은 세터는 이효희(한국도로공사)와 이나연(IBK기업은행)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한 이효희는 시차 적응과 체력 문제를 이겨내며 팀을 지휘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새롭게 가세한 세터들에게는 전술적인 부분을 전달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올림픽 대륙간 예선으로 체력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모두 지쳐있다. 당장은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1월 태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아시아 지역별 예선을 바라보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선수들이 지금 많이 지쳐있는데 이틀 정도 휴식한 뒤 훈련에 들어간다"며 일정을 설명했다.


그는 팀의 대들보이자 주장인 김연경에 대해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상황에 따라 김연경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김연경은 원래 포지션(아웃사이드 히터 : 레프트)에서 제일 잘한다. 포지션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았다.

이어 "김연경은 가장 잘하는 자리에서 빛나야 한다. 포지션 변동은 없지만 전술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이와 힘 그리고 공격력이 뛰어난 유럽 팀과 아시아 팀은 다르다. 이번 대륙간 예선에서 한국은 '힘과 높이'의 팀인 러시아를 상대했다면 내년 1월에는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운 '단신' 태국을 만난다.

라바리니 감독은 "내년 1월 지역 예선에서는 아시아 팀을 만난다. 유럽 팀을 상대하는 것과는 전술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러시아와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벤치를 떠나지 못했다. 선수들도 아쉬움을 눈물을 흘리며 내년 1월을 기약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라바리니 감독과 선수들은 지난 5월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들은 어느새 굳은 신뢰로 똘똘 뭉쳤다. 한유미 KBS 배구 해설 위원은 "라바리니 감독의 훈련은 매우 힘들다. 선수들은 힘든 훈련 속에서도 함께하는 전술적인 훈련 등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 인천국제공항, 스포티비뉴스

대표 팀 선수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배구에 눈을 조금씩 눈뜨고 있다. 그리고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된 러시아의 간담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김연경은 "(라바리니 감독이)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주셔서 우리는 그것만 따라 여기까지 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분께 희망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찍 유럽 무대에 뛰어든 김연경에게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 방식은 익숙했다. 데이터와 분업을 바탕으로 한 라바라니 감독의 지도에 선수들은 조금씩 녹아들었다. 이다영의 부상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김연경은 "중요한 것은 결과다. 앞으로는 결과도 보여드리고 싶다. 라바리니 감독님 체제로 더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전했다.

선수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친 뒤 해산했다. 몇몇 선수들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노장 정대영(한국도로공사)은 후배들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이틀간 짧은 한숨을 돌린 뒤 오는 18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조영준 기자/영상 촬영, 편집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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