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런히 움직인 정조국, 마무리 하나가 부족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강원FC은 자신들의 축구를 끝까지 유지했고, FC서울은 지난 고전을 잊지 않고 강원을 막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FC서울과 강원FC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5라운드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결과는 무승부였으나 하나씩 꼬집어보면 두 팀의 치열한 전략 대결이 벌어졌다. 지난달 6일 서울과 강원은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2-2로 난타전을 벌인 바 있다. 승점을 1점씩 나눴지만 아쉬웠을 쪽은 강원이었다. 이번 무승부는 지난 경기를 반영해 전략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 맞대결에서 강원은 서울의 스리백, 때론 파이브백까지 변화하는 수비를 잡기 위해 공격수를 많이 배치하는 전술을 활요했다. 정조국, 조재완, 김지현의 스리톱은 물론이고 강지훈의 전진과 중앙 미드필더 이현식의 공격 가담으로 경기 양상에 따라 5명이 상대 최종 수비 라인과 나란히 배치됐다. 특히 김지현과 이현식은 최전방과 중앙을 오가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수비수들이 따라오기는 부담스럽고, 미드필더들은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강원은 전반에만 슈팅 9개(유효 슈팅 4개)를 포함해 모두 13개의 슛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서울의 수비진도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은 전,후반 6개의 슛을 기록했지만 2골을 뽑아내며 집중력을 발휘해 승점을 따낼 수 있었다.

◆ 전반: 강원 무력화를 목표로 삼은 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2,3선 사이를 자주 들어온다. 공격수를 빨리 묻어나가면서 공, 선수, 공간을 같이 잡아야 한다"고 경기 전략을 밝혔다. 이외에도 승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것은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강원의 장점을 잡아두고 우리 경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서울은 강원의 전술적 포인트를 잘 짚어서 대응했다.

우선 서울은 수비 라인을 앞으로 밀고 나왔다. 지나치게 물러서면 위험 지역에서 상대의 공격을 줄 수 있기 때문. 수비를 위해 물러섰다가도 반복적으로 수비진이 전진했다. 스토퍼들의 움직임도 지난 경기와 달랐다. 황현수가 이현식, 김주성이 김지현을 바짝 따라붙었다. 측면이나 중원으로 물러설 때조차 따라붙으면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후방 빌드업 라인과 최전방을 연결해야 될 두 선수가 자유롭지 않으니 강원의 전체적인 공격이 어려웠다.

전반전은 그 증거였다. 전반전 강원은 서울의 수비진에 흠집을 내는 데 애를 먹었다. 전반 42분까지 단 2차례 슛을 기록했을 뿐이다. 전반 26분 박주영의 공을 가로챈 이현식의 역습, 그리고 전반 31분 나카자토의 프리킥을 정조국이 머리에 맞춘 것이 전부였다. 평소 점유율을 높이면서 차근차근 공격을 풀어나가는 강원이지만 서울을 공략하는 데는 애를 먹었던 것. 강원이 점유율에선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주로 중앙을 단단히 지킨 서울의 외곽만 맴돌았다.

서울은 전반 막판 흔들렸다. 전반 43분 왼쪽 측면 쪽에서 움직이던 이현식을 놓치면서 시작됐다. 이현식까지 투입되면서 수비진이 흔들렸다. 조재완이 반대쪽으로 크게 흔들면서 강지훈과 김지현이 공간을 확보했다. 강지훈의 슛이 부정확해 위기를 넘겼다. 전반 45분은 단번에 수비 뒤를 노린 김지현의 발에 이현식의 패스가 정확히 연결됐다. 사실상 중원에서 공이 돌지 않자 조금 더 단순한 형태로 서울의 뒤를 노린 것. 서울이 쌓은 수비진은 지난 맞대결에서 여러 차례 노출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의 찬스는 내주지 않았다.

▲ 오스마르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중원 싸움을 벌인 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 후반: 중원 숫자 늘린 강원, 압박 강도 높인 서울

강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신광훈을 전진 배치했다. 전반 내내 오른쪽 측면을 넓게 벌려서서 풀백처럼 후방을 지키던 신광훈은 공격 시에 중원의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중원에 숫자를 더해 패스 전개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강원이 내세운 또 하나의 방식은 중원을 생략하는 것. 먼저 최전방의 정조국은 후방에서 패스 타이밍에 맞춰 여러 차례 수비 뒤로 파고들었다. 이현식이 정조국이 움직인 공간으로 여러 차례 스프린트하면서 수비진을 흔들려고 했다. 정조국이 몇 차례 서울의 수비 뒤를 공략한 것이 적중했지만 마무리되지 않았다. 후반 12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강지훈이 공을 가로채면서 높은 지역에서 역습을 전개했다. 한국영의 패스에 정조국이 절묘하게 빠져들어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 밖으로 흘렀다. 후반 39분에도 윤석영의 전진 패스에 정조국이 침투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1차 슈팅을 유상훈이 막자 재차 슛을 시도했지만 유상훈에게 다시 한번 걸렸다.

서울도 전략의 변화를 줬다. 웅크리고 있던 전반과 달리 후반전은 적극적으로 전방부터 압박했다. 후방부터 패스가 많은 강원의 실수를 유도하고 역습을 노리기 위한 변화였다. 후반 6분 오스마르가 한국영의 공을 빼앗으며 박주영의 슛까지 나왔고, 후반 18분 박주영이 얻어낸 프리킥도 높은 지역에서 수비에 성공하면서 얻어냈다. 후반 35분 김한길이 김오규를 따라붙으며 강원의 골망을 흔든 장면도 마찬가지. 전반과 달리 과감하게 압박한 결과였다. 김오규가 넘어졌지만 반칙은 선언되지 않았지만 VAR에선 김한길이 손을 쓰는 장면이 포착됐다.

후반 막판은 두 팀 모두에게 기회는 열려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간격 유지에도 애를 먹었고 서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선 정신력 싸움이었다. 수비수들의 끈질긴 움직임은 결국 서로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은 채 90분을 마감지었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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