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가 매서운 안타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이정후는 최근 10경기에서 20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순위 싸움(2위 키움 3위 두산)이 걸려 있던 두산과 주말 2연전에서는 7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조금 주춤하는 듯 보였던 안타왕 레이스에서도 1위 페르난데스(두산)를 1개 차로 추격했다.

12일 현재 페르난데스는 147개, 이정후는 146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보다 2경기 적은 107경기를 뛰었지만 안타 수에선 한 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보면 남은 33경기에서 45개의 안타를 추가하며 191안타까지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200안타까지 도전해 볼 수 있다. 안타왕과 동시에 한국 프로 야구사에 또 하나의 역사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정후가 안타왕에 오르면 KBO리그 첫 부자(父子) 타이틀 홀더가 탄생하게 된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 같은 최고의 영예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조금도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고 있다. 개인 타이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정후는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타이틀을 말하기엔 시기가 너무 이르다. 지금은 팀이 하루하루 이겨 나가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언제나 내 뒤엔 팬들이 함께해 주시고 있다. 팬들이 우승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나도 우승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팀 사정상 올 시즌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확실하게 잡고 싶다. 개인 타이틀은 시즌이 끝난 뒤에나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200안타와 안타왕 모두 개인적으로 큰 명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정후는 개인 목표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이정후는 "개인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타이틀이나 명예와는 상관없는 목표다. 그저 지난해보다 나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한 단계씩 성장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한 계단씩 꾸준하게 오르고 싶다. 지금은 내가 잘해서 팀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이정후는 실제로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11일 고척 두산전도 그랬다. 세 번째 안타는 빗맞은 타구가 느리게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며 행운의 내야안타가 됐다.

이날 경기의 세 번째 안타였다. 안타왕 타이틀에서 1개 앞서 있는 페르난데스가 이미 3안타 경기를 완성한 상황. 개인적으로 기뻐할 만도 했지만 이정후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1루로 돌아갔을 뿐이다.

큰 점수 차로 뒤진 팀 분위기 속에서 혼자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게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이정후는 "목표는 팀 우승뿐이다.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팀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다른 것들은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야구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이정후다. 하지만 이정후는 자신을 둘러싼 스포트라이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한다.

개인 기록보다 팀 플레이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정후다. 그가 팀과 함께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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