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남자 배구가 이렇게 된 원인은 배구인 모두의 책임입니다. 선수를 탓하기 전에 남자 배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 배구인의 남긴 말이다.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세계 랭킹 24위)의 국제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프로 리그가 출범한지 14년이 지났다. 국내 리그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며 활성화됐지만 국제무대에 나가면 자국 프로 리그가 없는 팀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이 3전 전패로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을 마쳤다. 한국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한 팀인 미국(세계 랭킹 2위) 벨기에(세계 랭킹 12위) 네덜란드(세계 랭킹 15위)와 B조에 편성됐다. 세계 랭킹을 볼 때 애초 한국이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기는 쉽지 않을 듯 여겨졌다.

비록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연패 했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1, 2세트를 따내며 평균 키 199cm인 네덜란드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쉽게 3-2로 역전패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한층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문성민 최민호(이상 현대캐피탈) 정민수(KB손해보험)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입었다. 한국은 11명 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한 한국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며 내년 1월에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 대륙별 예선을 기약했다.

▲ 벨기에와 경기에서 리시브하는 정지석 ⓒ FIVB 제공

그러나 배구 강국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현격했다. 오래전부터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 유럽과 북미, 남미 팀들은 전광석화 같은 플레이로 한국의 블로킹을 무용지물 하게 만들었다.

높이와 힘이 월등한 팀들이 어느덧 스피드까지 갖췄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남자 배구의 위상은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여전히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팀을 소집해 겨우 출전만 하는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대한배구협회는 여자 대표 팀과 더불어 처음으로 전임 감독제를 실시했다. 김호철 전 감독이 지휘봉을 맡은 대표 팀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다. 올해 올림픽 예선까지 준비하던 와중 김 전 감독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모든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남자 배구는 급하게 수석코치였던 임도헌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임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추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선수들이 선전했지만 이런 시스템 속에서 올림픽 출전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 최강' 이란(세계 랭킹 8위)이 이번 대륙간 예선에서 탈락했다. E조에 속한 이란은 쿠바와 멕시코를 잡으며 2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최종 3차전에서 홈 팀 러시아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아 대륙별 예선에서 이란은 물론 중국, 호주와 단 한 장 뿐인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친다.

이란은 힘과 높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월등하게 앞선다. 세계 배구 강국들의 반열에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이란을 잡기는 쉽지 않다.

또한 호주도 높이와 힘에서는 한국을 압도한다. 이번 대륙간 예선에서 핀란드를 잡은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 벨기에와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곽승석 ⓒ FIVB 제공

임 감독은 "상대가 우리 팀보다 뛰어나도 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며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은 네덜란드로 상대로 두 세트를 따냈고 벨기에전에서는 매 세트 접전을 펼쳤다.

부상 선수가 많고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춘 점을 생각할 때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문제는 대표 팀의 전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과 시스템이다.

올림픽 최종 예선은 시즌 중인 내년 1월에 열린다. 한국의 아시아 지역별 예선 결과 및 경기력이 시즌 흥행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마지막 선 무대는 2000년 시드니 대회다.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한국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상대인 이란과 내년 1월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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