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요원 중 하나로 평가되는 SK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때 '벌떼야구'로 불리며 강력한 위용을 자랑했던 SK 불펜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오히려 그 불펜에 발목이 잡혔다. 불펜은 SK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점이 더 이상 아니었다.

2017년 SK의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5.63으로 리그 7위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17로 리그 1위였지만, 5.49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역시 7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염경엽 SK 감독이 부임 이후 “올해는 불펜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런데 SK 불펜은 염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12일 현재 SK의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3.84다. 타고투저 완화 효과도 있지만, 리그 평균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1위 LG(3.50)나 2위 키움(3.63)과 격차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무더위에 불펜이 지칠 법한 7월 이후로는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졌다. SK 불펜은 7월 이후 2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도 3.01로 역시 리그 1위다. 타선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SK가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는 리그 최고의 불펜 중 하나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SK의 불펜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마무리 하재훈과 사이드암 박민호가 합류하기는 했지만 이탈 요소도 적지 않았다. 핵심 자원인 정영일과 강지광이 부상으로 빠져 있었고, 김택형은 시즌 내내 들쭉날쭉했으며, 베테랑 불펜 투수들은 생각보다 부진하거나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강속구라는 키워드로 무장한 SK 불펜은 서로의 짐을 잘 나눠들며 순항하고 있다.

전임 트레이 힐만 감독은 상대적으로 공이 빠른 투수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당시 단장으로 힐만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염경엽 감독 또한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염 감독은 “강속구과 홈런이라는 화끈한 팀 이미지, 남자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원들을 수집해 적시에 배치했다. 그렇게 2~3년이 지난 지금, SK 불펜은 위력적인 강속구 군단이 됐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공인구의 변화는 타고투저를 식혔다. 예전보다 공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한 SK 투수들도 정면 승부를 즐긴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빠르고 구위가 좋으니 설사 맞더라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SK는 선발진에 공이 빠른 선수들이 많다. 140㎞대 초반의 구속으로 이어 던졌다가는 상대 타자에게 만만히 보이기 일쑤다. 그런 측면에서도 불펜 강속구는 중요하다.

정영일이 돌아왔고, 김택형과 강지광까지 돌아오면 SK 불펜은 사실상 완전체가 된다. 전원 시속 145㎞ 이상의, 150㎞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불펜 순번을 짤 수도 있다. SK의 강속구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올해도 그런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내년에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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