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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의 축구를 읽다] '무득점' 서울-강원전을 '다시보기'해야 하는 이유

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2019년 08월 14일 수요일
▲ 무승부 뒤 지친 정조국(가운데)와 정현철(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득점 없이 끝난 무승부. 두 팀 합쳐 슈팅은 14개에 유효 슈팅도 단 2개뿐. 일부 팬들의 반응은 '재미 없었다'였다. 바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5라운드 FC서울과 강원FC의 맞대결에 대한 설명이다.

감독들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김병수 감독은 "썩 못했던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식의 승점도 귀중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은 원체 수비력이 강한 팀이다. 수준 높은 축구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위험한 상황도 줬지만 무실점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무득점이 조금 아쉽다. 예상과 똑같이 강원이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부담을 줬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감독은 승리한 뒤에도 부족한 점을 꼬집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도자지만, 이번 맞대결에는 좋은 점수를 줬다.

팬과 감독들의 평가가 갈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예로 들면 이해가 조금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팬들이 쉽게 즐거워 할 '대중성'은 잡지 못했으나, 전문가들의 눈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성'은 갖춘 경기였기 때문이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던 최 감독이 "많은 팬들 앞에서 득점을 하지 못해서 0-0이라 저도 실망스럽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작품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서울-강원전은 쉽게 해석하기 어려웠다. 조금 더 깊숙히 알고 보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감독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숨은 묘미였다.

▲ 원정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25라운드는 '속편', 19라운드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번 맞대결은 사실상 '속편'이었다. 25라운드 서울-강원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난 19라운드 맞대결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편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달 6일 같은 장소에서 두 팀은 맞대결을 벌였다. 2-2로 비기고 승점을 1점씩 나눴지만 아쉬웠을 쪽은 강원이었다. 

강원은 서울의 파이브백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정조국, 조재완, 김지현의 스리톱은 물론이고 오른쪽 수비수 강지훈과 중앙 미드필더 이현식까지 최전방까지 전진했다. 경기 양상에 따라 5명이 서울의 최종 수비 라인과 맞섰다. 특히 김지현과 이현식이 중원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오갔다. 수비수들이 따라오기는 부담스럽고, 미드필더들은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강원은 전반에만 슈팅 9개(유효 슈팅 4개)를 포함해 모두 13개의 슛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서울의 수비진도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용수 감독은 당시 "상대(강원)가 준비를 잘하고 나온 것 같다. 전반전 빌드업 시에 상대방 측면을 허용해서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맞았다"고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서울은 전,후반 합쳐 6개 슛을 시도해 2골을 기록했다. 전반 27분 한국영의 백패스를 박동진이 가로채면서 1골을 만들었고, 후반 27분엔 오스마르가 이현식과 몸싸움을 이기면서 조영욱의 골까지 이어졌다. 서울은 높은 위치에서 강원의 공을 가로챈 뒤 짧은 거리를 역습해 득점에 성공했다.

▲ 최용수 감독의 맞춤 전술 ⓒ한국프로축구연맹

◆ 서울은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을 잡으러 나왔다

'전편'을 제대로 복기한 최용수 감독은 적절한 대응책을 들고 나왔다. 서울의 1차 목표는 강원이 잘하는 강점을 막는 것이었다. 강원은 서울전 전까지 6경기에서 14골, 경기당 2골 이상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강원을 맨체스터시티에 비교했던 최용수 감독은 마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맞수인 주제 무리뉴처럼 맞춤 전술을 준비했다.

서울이 포착한 강원의 전술적 포인트는 이현식과 김지현이었다. 최후방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제어하려고 했다. 최근 강원에 합류한 이영재가 진가를 발휘한 위치기도 하다. 최용수 감독은 "(강원이) 공간을 잘 활용하고 3자 움직임이 좋고 조재완처럼 중심이 낮은 선수들이 많다"고 평가하면서 " 2,3선 사이를 자주 들어온다.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빨리 묻어나가면서 공, 선수, 공간을 같이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3명의 중앙 수비수 가운데 1명이 이현식과 김지현에게 바짝 따라붙어 문제를 해결했다. 황현수-이현식, 김주성-김지현의 맞대결이 자주 벌어졌다. 이현식과 김지현이 움직이면, 서울의 두 센터백은 바짝 따라붙어 사실상 전담 마크를 펼쳤다. 중원 깊은 곳이나 측면까지 움직이더라도 끝까지 따라갔다. 뒤에 남은 4명의 선수들이 빠져 나간 공간을 메우면서 안정감은 유지했다. 스리백을 쓰기 때문에 충분한 수비 숫자를 확보할 수 있어 가능한 전략이었다.

"스리톱이 가운데로 들어와서 움직이고, (신)광훈이나 (윤)석영이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저희 수비 5명이서, (김)주성이나 (황)현수가 공격수를 압박하고 저희가 뒤를 봐주고, 볼이 나가면 저희가 올리고, 다시 수비 뒤 공간을 봐주고. 그렇게 많이 뛰어다녔다." - 고요한

맞춤 전술에 강원도 일단 경기 초반 페이스를 잃었다. 김병수 감독은 "우리가 전반 15분 정도는 시행 착오를 거쳤다"고 인정했다. 미드필더 한국영도 "서울이 워낙 수비적으로 준비를 잘해왔다. 지난 맞대결하고 비교해서 확실히 준비를 해온 것 같다. 경기가 쉽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반 43분 강지훈에게 허용했던 아찔했던 위기는 서울의 수비 방식이 효과적이었단 것을 되려 반증한다. 슛은 강지훈과 김지현의 연계에서 나왔지만, 공격 전개의 시작은 황현수가 하프스페이스로 움직이는 이현식을 놓치면서다. 이현식에게 공이 투입되자 수비진 전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전반 내내 유지했던 서울의 견고한 수비에 일순간 틈이 벌어졌다.

▲ 공을 다투는 박주영과 이현식(왼쪽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

◆ 스토퍼와 최전방, 강원은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았다

"서울이 나름 분석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저희는 저희 스타일대로 풀어내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측면으로 가도 황현수가 자꾸 따라오더라. 그걸 잘 대비해서 온 것 같다. 저희가 묶이면 다른 선수들이 풀어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 이현식

강원은 전반 중반부터 공격 방식을 수정했다. 억지로 공을 중원에 투입하기보다는 더 단순하고 직접적인 공격인 움직임을 활용했다. 정조국과 김지현, 이현식이 후방으로 내려오는 대신, 직접 수비 뒤를 파고들었다. U자 형태로 돌아뛰거나 공격 2선에서 가속하는 등 '오프더볼의 움직임'을 살려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깨뜨려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45분 단번에 수비 뒤를 노린 김지현의 발에 이현식의 패스가 정확히 연결됐다.

또 수비수들을 공격에 활용해 중앙을 잘 좁혀놓은 서울을 공략했다. 신광훈, 윤석영, 나카자토는 기본적으로는 수비수지만 경우에 따라 공격에 가담하거나 직접 전진 패스로 공격을 풀어준다. 미드필더들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후반전 강원은 윤석영과 신광훈이 최전방의 정조국을 직접 활용하려고 했다. 한국영은 "서울이 가운데 볼이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 생각하니 신광훈, 나카자토 쪽이 비어 있었다. 빨리 볼을 돌리면서 공간을 찾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후반 27분에 신광훈의 전진패스에 정조국이 U자 형태로 돌아뛰면서 오프사이드를 피해 쇄도했다. 후반 39분에도 윤석영의 전진 패스에 정조국이 침투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옥에 티는 마무리. 확실한 골잡이 정조국의 영점이 이날만큼은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 서울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서울은 후반전 실수를 기다리지 않고, 유도하려고 했다

서울도 마냥 물러앉아 버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는 강원의 장점을 잡아두고 우리 경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그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전반전은 강원의 강점을 눌러놓는 것을 우선했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강원이 완성도 있는 빌드업과 공격 전개를 보여주는 만큼 90분 내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을 터.

"사실 강원이랑 할 때 내려앉아서 하면 더 힘들다. 볼을 빼앗아도 역습으로 나가기 힘들다. 수비만 하다가. 강원을 강하게 압박해서 킥을 유도하고 미드필드 싸움에서 역습으로 나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저희도 승점을 따내야 했다. 후반전에는 밀어붙였다." - 고요한

후반들어 압박 시작점이 크게 높아졌다. 최전방의 박주영과 박동진부터 강력하게 압박을 시도했다. 후방에서 패스가 많은 강원의 실수를 유도하고 역습을 노리기 위한 변화였다. 후반 6분 오스마르가 한국영의 공을 빼앗으며 박주영의 슛까지 나왔고, 후반 18분 박주영이 얻어낸 프리킥도 높은 지역에서 수비에 성공하면서 얻어냈다. 후반 35분 김한길이 김오규를 따라붙으며 강원의 골망을 흔든 장면도 마찬가지. 전반과 달리 과감하게 압박한 결과였다. 결국 VAR 끝에 골은 취소됐지만 서울이 준비한 후반전 전략을 볼 수 있었다.

중원에서 압박 싸움이 벌어지면서 강원도 몇 차례 기회를 잡았다. 후반 3분 김지현의 단독 돌파나, 후반 12분 정조국의 결정적인 기회까지 모두 강원이 공 쟁탈전에서 승리하면서 역습을 전개해 만든 기회였다. 서울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안고 공격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모든 축구 경기가 감독의 전술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서울-강원전은 감독들의 수 싸움이 유난히 빛났던 경기다. 유럽 빅리그의 명장들의 전술 싸움에 못지 않았다. 언뜻 보면 재미없었던 서울과 강원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을 다시 돌려볼 것을 권하는 이유다. 무득점임에도 수준 높은 전술이 담긴, 잘 만들어진 명품 경기였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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