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함덕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처음에는 마무리 투수에서 물러난 게 아쉬웠죠. 지금은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잘된 것 같아요. 중간 계투로 나서면서 내 공을 찾은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좌완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30세이브를 목표로 삼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난해 27세이브로 구단 역대 좌완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으니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시즌을 치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목표의 절반인 16세이브에서 기록이 멈췄다. 5월 중순부터 제구가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고, 2군에서 열흘 동안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예전의 안정감을 되찾지 못했고, 6월부터는 이형범이 마무리 투수 보직을 이어받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나 추격조가 나서야 할 때 함덕주를 투입했다. 조금이라도 편한 상황에 내보내 부담감을 덜어주면서 감을 찾게 하자는 계산이었다.  

함덕주는 서서히 페이스를 되찾았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는 필승조로 중용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 맞아도 되니까 붙으라고 했다. 원래 제구가 기복이 있는 편인데, 지금은 제구가 전반적으로 안정됐다. 직구 무브먼트가 좋고, 체인지업도 좋다"고 칭찬하며 "(이)형범이 앞에 투입하거나 상황에 따라 형범이가 일찍 들어가면 뒤에서 준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승부처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4-2로 쫓긴 7회말 무사 1, 2루에 등판해 터커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에 놓였을 때는 이우성과 안치홍을 연달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흐름을 끊었다. 덕분에 두산은 5-2로 승리할 수 있었다. 

포수 박세혁은 경기 뒤 "2018년 함덕주가 돌아왔다"며 엄지를 들었다. 

함덕주는 "우타자에 강한 편인데 (1사 만루에서) 우타자가 연달아 나와서 더 자신 있게 던졌다. (2018년 함덕주로) 돌아왔다기보다는 마지막에 던진 공이 느낌이 좋았다. 다시 잘하려고 하고 있는데, 잘 안 된 게 있었다. 오늘(13일)로 자신감을 더 갖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게 가장 긍정적이었다. 함덕주는 "예전에는 많이 위축되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마무리 투수도 아니고, 중간 투수로 나가니까 뒤에 다른 투수들이 막아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올라가니 나도, 팀도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를 향한 아쉬움은 잊었다. 함덕주는 "(마무리 보직을 내주고) 초반에는 아쉽긴 했지만, 오히려 잘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무리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초반에는 성적이 좋아서 나랑 잘 맞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중간 계투로 나서면서 내 공을 찾은 것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준 이형범과는 야구장 안팎에서 늘 붙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다. 둘은 서로 조언해 주면서 의지하고 있다. 그런 이형범이 잘하고 있어 마무리 보직을 향한 아쉬움을 빨리 털어낼 수 있었다.

함덕주는 "성격도 잘 맞고, 취미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이)형범이 형이 안 좋을 때는 마음 편히 하라고 내가 다 했던 거라고 이야기해 준다. 주변의 말들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똑같다고 말해준다. 안 좋은 날에는 같이 대화하면서 마음을 풀기도 한다. 나 대신 마무리 투수 임무도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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