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전' 포스터.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영화 '암전'은 장르과 내용이 어색하게 맞물린다. 어느 순간 광기에 가까운 캐릭터의 '집착'이 짙게 그려져 공포와 스릴이 자취를 감춘다. 이와 함께 '영화 속 영화'라는 독특한 설정은 아쉽게 매듭지어진다. 

'암전'(감독 김진원, 제작 토닉프로젝트, 아이뉴컴퍼니)은 신인 감독이 상영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사건을 그린 작품.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지구역 부문 상영작 중 유일한 한국영화 '도살자'(2007)를 통해 주목 받은 김진원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우연히 상영 금지된 작품에 대한 소문을 듣고 곧바로 '그 영화'를 찾아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영화의 감독 재현(진선규)은 미정에게 연락해 관심을 끊으라고 서늘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 영화'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미정의 욕망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결국 영화 원본을 손에 쥐게 되고, 여러 개 동영상이 담긴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한다.

'암전'은 '그 영화'가 무엇인지 미정의 시점으로 풀어간다. 그의 앞에 나타난, 무언가에 사로잡힌 재현의 등장은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미스터리한 소재를 둘러싸고  '파헤치는 미정'과 '감추려는 재현'의 극명한 캐릭터 대립은 극의 초중반까지 이끄는 동력이다. 특히 미정이 재현 집에 들어간 뒤 그려지는 공포는 장르의 기존 문법을 따르며 특유의 긴장감을 자아내려 시도한다. 

▲ 영화 '암전' 스틸.

하지만 영화의 제2막으로 나눌 수 있는, 극 중후반 서사가 헐거워지면서 스릴감은 약해진다. 미정이 '그 영화'의 직접적 실마리를 찾게 되는 공간이자 클라이맥스가 펼쳐지는  폐극장은 갑자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거칠게 표현된다. 빈티지 배경과 조명 등 미장센은 공포 분위기를 전하지만,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병렬적으로 그려지는 등 서사 자체에서 서스펜스가 낮아진다.  

'암전'은 재현의 과거, 미정의 현재를 교차하면서 인간의 '광기'를 표현한다. 이들은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면서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결말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미정이 '그 영화'를 또 다른 영화로 만들기 위해 보여주는 행위들은 이를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대목이다. '암전'은 주요 인물의 내적 상태를 집중 조명하는 동시에, 클라이맥스에서 기대되는 공포와 스릴감을 놓치고 만다. 

배우들의 고군분투는 빛난다. 드라마 '구해줘'(2017)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서예지는 비슷한 듯 다른 장르인 '암전'에서 욕망 가득한 캐릭터를 그리며 새 얼굴을 표현해낸다. '범죄도시'(2017) '극한직업'(2019) '사바하'(2019) 등 최근 연이어 흥행작을 탄생시킨 진선규는 광기 어린 인물을 통해 외모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암전'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86분, 관람등급은 15세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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