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농구 대표팀 최고의 슈퍼스타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미국 대표팀의 르브론 제임스, 카와이 레너드, 스테픈 커리, 제임스 하든, 앤서니 데이비스 등 수많은 슈퍼스타가 2019 중국 농구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대표팀 사상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후보 0순위는 미국이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슈퍼 감독' 그렉 포포비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는 켐바 워커와 도노반 미첼이다. 여기에 디애런 폭스, 해리슨 반즈, 제일런 브라운, 조 해리스, 카일 쿠즈마, 브룩 로페즈, 크리스 미들턴, 메이슨 플럼리, 마커스 스마트, 제이슨 테이텀, PJ 터커, 마일스 터너, 데릭 화이트로 구성됐다. 대표팀은 트레이닝 캠프와 평가전을 통해 최종 12명까지 선수를 추릴 예정이다.

이전 대회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 우승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의 존재를 간과해선 안 된다. 팀 내 최고의 슈퍼스타인 포포비치 감독이 팀으로 강한 미국을 만들고 있다. 

◆ 미국 대표팀의 컨셉은 원활한 볼 흐름과 스페이싱(Spacing)

지난 대회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은 마이크 슈셉스키는 스몰볼을 강조했다. 선수들의 기동력을 활용해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한 뒤 속공으로 이어 가는 트랜지션을 주문했다. 중요한 순간에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카멜로 앤서니 등의 개인 기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이전 대표팀보다 더욱 조직적인 플레이를 추구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USA 스퍼스'라 부를 정도다. 슈퍼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키워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포비치 감독은 2010년대 초반 샌안토니오의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이끈 바 있다. 무리한 개인기보다는 패스와 스크린,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으로 화려한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스퍼스식 시스템을 대표팀에 주입시킬 생각이다. 포포비치 감독은 "수비에서 헌신하는 선수, 공격에서는 공을 돌리면서 움직이는 선수를 뽑을 것이다"라며 기본적인 콘셉트를 밝혔다.

▲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포포비치 감독 시스템에 녹아들고 있다.
◆ 0.5초 이상 공을 들고 있지 말자

어시스트를 통한 야투 성공이 스퍼스식 농구의 최대 강점이다.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을 돌리면서 공격 기회를 잡기 때문에 수비수가 대응하기 어렵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기를 줄이고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터너는 "과거에는 아이솔레이션을 펼칠 선수가 많았지만 현재 우리 팀은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는다"라며 "포포비치 감독은 0.5초를 강조한다. 그 시간 안에 슛, 패스, 움직임을 선택해야 한다. 우린 이를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도 "포포비치 감독은 0.5초 안에 결정을 내리라고 한다. 캐치 앤드 슛을 할 거면 드리블 없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빠른 판단을 통해 공격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포포비치 감독의 의지는 코치진만 봐도 확인할 수 잇다. 포포비치 감독은 팀플레이에 능한 리그 최고의 감독 중 하나고, 스티브 커 역시 모션 오펜스를 강조하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세 번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로이드 피어스(애틀랜타 호크스)와 제이 라이트(빌라노바) 역시 기동력과 스몰볼, 스페이싱에 특화된 인물들이다.

◆ 돌파 후 킥아웃 패스로 공격 기회를 노린다

포포비치 감독과 선수들, 현지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드라이브 & 킥(Drive & Kick)'일 것이다.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를 통해 마무리한다는 이야기다. 

국제무대는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이 없다. 센터 수비수가 페인트존을 계속 지키고 있어도 된다는 의미다. 만약 루디 고베어 같은 수비수가 골 밑을 지키고 있다면 그 빈틈을 뚫고 올라가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짧게 돌파한 뒤 킥아웃 패스를 통해서 3점슛을 노리거나, 3점슛 페이크 이후 미드레인지 혹은 돌파를 노리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펼칠 계획이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공격 패턴을 두고 '페인트존, 킥, 클리어'라는 콘셉트라고도 설명한다. 페인트존에 진입한 뒤 킥아웃 패스를 내주고, 이동해서 공간을 열어준다는 뜻이다. 


지난 10일 열린 미국 대표팀 청백전에서 이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1쿼터 6분 10여 초, 속공 상황에서 블루팀의 미첼이 혼자 공을 몰고 갔다. 그는 직접 마무리 대신 코너에 있는 워커에게 공을 전달했다. 워커는 클로즈아웃 수비를 이겨내고 안쪽에 진입했고, 슛 대신 미첼에게 공을 건네 3점슛을 이끌었다.

이러한 방식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경기 후 포포비치 감독은 23개의 어시스트와 3점슛 성공률 41%를 언급하며 "매 경기 3점슛 성공률 41%를 기록한다면 계속 노릴 것이다"라며 "선수들이 서로 더 잘 알고, 우리 시스템에 적응한다면 더 많은 어시스트가 나올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수비 콘셉트 : 3점슛은 내주지 않는다

슈셉스키 체제에서 대표팀의 수비는 거칠었다. 순간적으로 두 명의 수비수가 공격수를 압박하며 공을 빼앗는 등 공격적인 수비를 경기 내내 펼쳤다. 포포비치 체제는 이와 다르다. 2대2 수비를 기본으로 하되 많은 활동량을 주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NBA.com에 따르면 대표팀 코치진은 "상대가 픽 앤드 롤을 많이 펼칠 것이다. 여기에 대한 수비 방법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픽 앤드 롤 수비에서 2대2 수비에 참여한 2명의 수비수 못지않게 나머지 3명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3명의 도움 수비 범위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플럼리는 "상대가 2대2 게임을 펼치면 두 명의 수비수만 따라가고, 나머지는 슈터를 지키는 스테이 홈(Stay Home) 작전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두고 골 밑이나 외곽으로 도움 수비 가는 빈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무리한 도움 수비로 오픈 3점슛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이 없다는 건 미국 대표팀도 유리한 점이다. 터너와 로페즈의 높이와 수비 반경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골 밑을 잘 지킬 수 있다. 지난 시즌 블록 1위가 터너, 4위가 로페즈였다. 따라서 두 선수가 페인트존을 전담하고, 외곽 수비수가 안쪽으로 도움 수비를 가지 않고 외곽슛을 막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미국 대표팀의 목표는 우승이다

미국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대표팀 구성원은 걱정이 없다. 제리 콜란젤로 대표팀 단장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런 걱정을 안 한다"고 말했고, 포포비치 감독 역시 "내가 신경 쓰는 건 이곳에 누가 있느냐 뿐이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한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그들을 데리고 최고의 팀을 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워커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 대표팀 발탁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회다. 큰 무대에서 재능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며 "모두가 우리를 의심한다. 하지만 우리는 배고프다. 새로운 모습으로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력이 약하지만 미국은 미국이다. 베팅업체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슈퍼북', '오즈 샤크' 등 여러 업체는 미국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을 압도적인 1위라고 봤다. 

미국 대표팀의 위기는 2004년대 초중반에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일본 농구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이후 각성했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이후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어떨까. 슈퍼스타가 빠졌지만 여전히 미국 대표팀 전력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훌륭하다. 과연 미국이 농구 월드컵 3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미국 대표팀 경기력에 많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 미국 대표팀이 농구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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