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는 리드오프 이미지가 강하다.

올 시즌에도 리드오프로 가장 많은 359타석에 들어섰다. 정확성과 빠른 주루 플레이, 리드오프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덕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보다 다양한 활용 루트를 찾고 있다. 3번 타자가 바로 그것이다.

장 감독은 "이정후가 지금은 리드오프로 많이 나서고 있지만 3번 타자로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꾸준히 기회를 주며 익숙하게 해 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정후는 올 시즌 3번타자로 117타석에 나섰다.

일단 기본 타율은 리드오프 때보다 3번 타자일 때 더 좋았다. 1번에선 0.325를 쳤는데 3번에선 0.343를 기록했다. 타율만 놓고 보면 3번일 때도 특별히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장타력이다. 이정후는 프로 입문과 함께 정확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장타력에선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타순에 대한 고정 관념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그래도 '3번 타자'라고 하면 언제든 한 방이 나올 수 있는 장타력을 지닌 선수가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장타율 0.477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0,455로 떨어졌다. 반발력 조정으로 전체적인 타자들의 장타력이 떨어진 것이 이정후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정후에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일단 공을 맞히는 재주가 있는 만큼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게만 된다면 3번 타자로서도 충분히 가치을 인정받을 수 있다.

강타자의 첫 번째 조건은 타구 스피드다. 스피드가 동반이 된다면 강하고 빠른 타구를 치며 긴 비거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발사 각도만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중요한 건 이정후가 올 시즌 대단히 빠른 타구를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A팀 전력분석원은 "이정후는 타구 스피드가 지난해보다 빨라졌다. 키움 선수단 내에서도 손꼽히는 타구 스피드를 갖고 있다. 타구 스피드만 놓고 보면 샌즈나 박병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한 이정후는 의외로 플라이볼형 타자다. 타구 스피드가 동반이 되는 만큼 앞으로 장타력까지 갖출 수 있는 타자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이 0.86이다. 뜬공 아웃이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빠른 타구 스피드와 타구를 띄울 수 있는 능력. 장거리포의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장정석 감독의 생각도 같다.

장 감독은 "앞으로 체격도 더 커지고 근육량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파워를 더할 수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3번 타자에 어울리는 선수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리그 정상급 타구 스피드를 지니고 있는 이정후다.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

역대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인 박용택은 "타구 스피드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후는 장타자로 갈 수 있는 좋은 타구 스피드를 타고났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천재는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장타력 잠재력까지 터진다면 이정후는 더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일단 조건은 갖추고 있다. 남은 것은 이정후가 자신 속에 숨어 있던 재능을 꺼내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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