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 복귀 후 좋은 구위로 팀 필승조를 지키고 있는 SK 정영일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SK 불펜은 올 시즌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은 경기력으로 순항하고 있다. 틀이 확실히 잡힌 7월 이후로는 리그 최고를 다툰다. 하재훈 김태훈 서진용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건재하고, 나머지 선수들도 자기 몫을 잘하고 있다.

그런데 필승조 요원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정영일(31)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성적이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다. SK 필승조가 초반 많은 경기에 나갈 때 정작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감기몸살로 쉰 적도 있었고, 내복사근 부상으로 35일간 1군에서 빠지기도 했다.

필승조 한 명이 급했던 상황에서 정영일은 자책이 심했다. 정영일은 “미안함이 컸다. 다들 힘들 때 빠졌다”고 떠올렸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 정영일은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동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더 열심히 던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옆구리 부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정영일은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영일은 “몸통을 너무 많이 썼다. 부하가 걸리는 범위가 커졌다”고 설명하면서 “사실 시즌 전부터 코어 근육을 많이 이용하려고 했다. 보통 오른쪽에 부상을 많이 당하는데 내 경우에는 왼쪽이었다. 겨울에 신경을 썼던 부분이 나오면서 왼쪽에 부하가 걸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근육이 버티지 못했을 뿐, 전반적인 방향은 옳았다는 점에서 부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영일은 “구속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올릴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구위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날이 더우니 야수들이 지치지 않도록 빨리 이닝을 끝내려고 한다”고 최근 주안점을 이야기했다.

부상만 빼면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정영일은 시즌 26경기에서 1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0.153에 불과하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아지면서 피안타율이 뚝 떨어졌다. 정영일은 “작년보다 많이 다듬었고 이제는 카운트를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나는 패스트볼 이미지의 투수고, 내 패스트볼은 커터처럼 휘기도 하고 싱커처럼 떨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이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염경엽 SK 감독도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데 조금씩 자기 것을 찾아가고 있다”고 필승조 활용을 시사했다. 정영일도 최근 21경기 연속 무실점 역투로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리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정영일은 이 마음을 끝까지 이어 갈 참이다. 

정영일은 “워낙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또 잘하는 선수들이다. 내가 안 아팠으면 불펜이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고, 지금 선수들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미안해하면서 “던지면서도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게 오히려 최근 좋은 성적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감을 불태우는 정영일의 시즌이 다시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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