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겠다며 의지를 다진 성남FC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괜찮아. 골을 내줄 생각을 하지 말고 넣을 생각을 하자."

현역 시절 준수한 K리그 공격수였던 남궁도 성남FC 15세 이하(U-15) 감독은 이름값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의 마법이 통했는지 4강까지 5경기 30골을 넣은 팔메이라스(브라질)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8일 제주 서귀포의 강창학 경기장에서는 '2019 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남이 팔메이라스와 만났다.

성남은 학원 축구팀을 위탁 운영했던 것에서 벗어나 클럽팀 체제로 팀을 만들고 있다. 현역 시절 성남 등에서 뛰었던 남궁도가 감독을 맡았다.

남 감독은 "U-15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있다. 전력이 다소 약화한 상태로 나서게 됐는데 어쨌든 결승까지 왔다. 어떤 타이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앞두고 남 감독은 선수들에게 "괜찮다. 즐겁게 해라. 골을 내줄 생각을 하지 말고 넣을 생각을 하자. 우리가 넣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팔메이라스가 전날 4강전에서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에 4-0으로 이기는 등 조별리그와 8, 4강 5경기에서 30골을 퍼붓는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성남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전날 도르트문트는 플랫5 수비를 내세워 전체 대형을 내렸다가 혼났기 때문이다.

▲ 경기 전 팔메이라스가 기(?)를 모으고 있다.

선제골도 성남이 넣었다. 5분 팔메이라스의 대형이 잠시 깨진 틈을 놓치지 않고 정기현이 슈팅한 것이 수비에 맞고 골이 됐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팔메이라스가 먼저 넣을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물론 U-15 연령대 경기는 분위기를 많이 탄다. 1분 뒤 곧바로 지오바니 엔리케에게 실점했다. 그렇지만, 성남 선수단은 주눅이 들지 않았다. 팔메이라스의 탁월한 기술을 팀플레이로 막았다.

조직력은 성남 성인팀의 무기 중 하나다. 전날(17일) FC서울에 1-0으로 이기는 등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당황한 팔메이라스가 대회 내내 보여주지 않았던 롱 스로인을 시도하는 등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래도 성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쓰러지자 볼을 밖으로 차내는 예의까지 보여줬다. 대회 내내 벤치에 자주 앉아 여유를 보여줬던 루카스 페레이라 팔메이라스 감독도 당황했는지 계속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후반 20분이 넘어가면서 성남은 더 끈끈한 수비를 보여줬다.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해냈다. 공격 정확도가 떨어졌지만, 상관 없었다. 30분 웬델 가브리엘에게 실점하며 균형이 깨졌지만,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팔메이라스는 선수교체로 시간을 끌며 우승에 대한 집착을 보여줬다. 결과는 팔메이라스의 우승, 성남의 준우승이었다. 1-2로 끝났지만, 관중들은 양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남미 강호를 상대로 충분히 자부심을 느껴도 될 성남이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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