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카를로스 페게로.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4번이요? 글쎄요…." LG 류중일 감독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장타력이 살아난 카를로스 페게로를 6번이 아닌 4번 타순에 배치할 의향은 없는지 묻자 지금의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페게로의 6번타자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페게로는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을 올렸다. 10타점을 기록한 키움 제리 샌즈에 이어 주간 타점 2위다. OPS도 샌즈(1.424)에 근접한 2위(1.415). 터지지 않던 장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타점과 OPS 모두 급상승이다. 

페게로의 6번타자 기용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페게로가 6번 타순에서 장타 감을 잡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류중일 감독은 "박용택이 복귀하면 모를까, 일단 지금은 6번에서 잘하고 있으니 옮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6번 타순이 류중일 감독에게 아주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폭탄론'이다. 류중일 감독은 6번타자에게 기회가 많이 걸리기 때문에 여기에 장타력이 있는 타자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페게로는 류중일 감독의 바람대로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안타 7개 가운데 4개가 득점권에서 나왔고, 이 가운데 2개는 홈런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6번타자는)폭탄아이가!"하며 페게로의 맹타를 반겼다. 

▲ LG 류중일 감독 ⓒ 곽혜미 기자
대구에서는 '폭탄'의 위력이 배가됐다. 18일 삼성전에서는 밀어친 홈런이 나왔다. 지난 2개의 홈런은 모두 당겨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회에는 밀어서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치기도 했다. 이제 반대 방향으로도 장타가 나온다.

페게로는 라쿠텐에서의 커리어 하이 시즌인 2017년 26개의 홈런을 쳤다.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14개가 오른쪽을 향했지만 밀어친 홈런도 7개가 있었다. 2016년에도 10개 가운데 3개를 밀어서 넘겼다. 

'걸리면 가는' 타구를 시프트로 막을 수는 없다지만 밀어치는 홈런이 나오면 볼배합부터 어려워진다. LG 차명석 단장은 페게로가 첫 홈런을 친 날 "그동안 잠을 못잤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페게로는 정규시즌에 적응하고 포스트시즌에 잘하기를 바라고 데려온 선수"고 했다. 그 시기가 예상보다 당겨진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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