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전 깜짝 선발로 나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박태준(왼쪽)과 김동현 ⓒ성남 FC

▲ 서울전 경기 이후 인터뷰를 가진 김동현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뛰지 못하는 선수는 간절하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몸을 다 바쳐 뛴다. 성남FC의 미드필더 김동현-박태준이 그랬다. 

성남은 지난 17일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19 26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전 문상윤의 득점으로 웃었다. 

경기 전 취재진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건 20대 초반 미드필더 김동현과 박태준의 선발 소식. 김동현은 이번 시즌 5번째, 박태준은 3번째 K리그1 출전이었다. 그것도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서울을 상대로 두 선수가 선발로 뛸 것이라는 예상을 하긴 어려웠다.

남기일 성남FC 감독은 무뚝뚝하지만 매번 그랬듯 "저희는 어리든 나이가 있는 게 중요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내보낸다. 경남전 문지환과 이재원이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됐다. 어린 선수지만 김동현, 박태준 모두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두 선수의 기용 이유를 밝혔다. 

알리바예프-오스마르-정원진(후반엔 고요한)을 상대로 김동현 박태준은 밀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기로 정평이 난 두 선수는 뛰고 또 뛰었다. 간절하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김동현은 지난 5월 울산 현대와 13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출전 기회를, 박태준은 지난 7월 초 전북과 19라운드 이후 첫 출전 기회를 잡았다. 

오랜만에 뛰었지만, 좋은 경기를 펼친 후 만난 두 선수는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풀타임, 김동현도 후반 43분까지 뛰며 남기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 박태준이 공격적임 임무를 맡았다. ⓒ성남FC
▲ 김동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적인 경기를 치렀다. ⓒ성남FC

◆다음은 김동현()-박태준()과 일문일답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준비하고, 서울전 기회를 받았나

"김: 다른 말 하는 건 핑계인 것 같다. 자신이 부족해서 감독님 부름을 못 받았다. 밖에서 계속 준비를 했다. 코치님, 형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그 기회를 잡자'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했다. 어느 순간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셨다. 오늘 경기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여기 와서 출전 시간이 적어 다음 경기, 뒤 보지 않고 앞만 보자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박: (김)동현이 형이랑 저랑은 리그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춰 봤다. 수원 삼성과 R리그에서만 딱 1번 풀타임으로 호흡을 맞춘 게 전부다. 마침 (문)지환-(이)재원이 형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해 운 좋게 기회가 온 것 같다. 기회 속에서 감독님이 '이겼으면 했던 경기'에서 뛰고 이겨서 좋다."

-서울전이 남기일 감독 생일이던데, 동기부여를 갖는데 도움이 됐나

"김: 더 동기부여가 생긴 것 사실이다. 오늘이 그냥 훈련이었다면 케이크를 준비하고 축하해드렸을 텐데, 승리가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각자 생각했던 것 같다."

"박: 경기 날까지 감독님 생신인지 몰랐다. 구단 SNS에 올라와서 알았다. 감독님이 생일이라고 이야기하신 적은 없다. 경기 며칠 전부터 프런트도 그렇고 '이번 경기엔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이기고 싶다'고 하셔서 열심히 준비했다."

-김동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서고, 박태준이 약간 더 위에서 뛰던데, 남기일 감독이 어떤 주문을 했나?

"김: 시즌 초반에는 제가 공격적으로 나가고, (김)정현이 형이 수비적으로 하셨다. 제 옷을 감독님이 다시 잘 바꿔주셔서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옷을 잘 입은 것 같다. (박)태준이는 U-20 월드컵에서도 공격적으로 했다. K리그에서는 호흡을 맞춘 게 오늘이 처음이지만, R리그에서는 맞춰 봤다. 그 호흡을 믿어주신 것 같다. 저와 태준이도 감독님께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던 것 같다."

"박: 동현이 형한테는 공격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니까 뒤에서 지키라고 했고, 상대 미드필더 오스마르-알리바예프가 패스 줄이 좋으니 그 선수들을 잘 체크하고 막으라고만 하셨다. 공격할 땐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셨다. 마음껏 움직였다."

-서울 미드필더진은 K리그 정상급 전력이다. 숫자도 세 명이고 경험도 많은 상대였는데

"김: 솔직히 개인적인 기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배울 점도 많다. 코치님께서 "네 자신은 안 믿으면 누가 믿냐. 이 자리에서는 네가 최고다'라고 마음을 먹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부딪쳐보자고 생각했다. 경기장에서는 시선이 공평하다. 준비한 게 잘 나왔다."

"박: 경기하기 전에 상대 선수들이 좋은 선수들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의식하진 않았다. (공)민현이 형이 많이 내려와서 도와주셔서 미드필더 수적 싸움에서 안 밀렸다. 저희가 많이 뛰니까 커버가 됐다."

-경기 끝나고, 내부에서 잘된 점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나

"김: 냉정하게 다른 팀에 비해 개개인이 뛰어나지 않다. 그래서 감독님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매번 말씀하신다. 그런 마음이다. 경기 전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고, 실점하든 부딪치자, 강하게 하자, 우리 페이스로 가려면 선제골이 필요하다'고 맨 뒤에 있는 (김)동준이 형부터 최전방 (김)현성이형까지 말했다."

"박: 경기 끝나고 서로 잘했다고 했다. 이정효 수석 코치님이 동현이 형이랑 저를 훈련 많이 시켜주셨다. 턴 훈련 많이 해주셨는데 그게 많이 나와서, 뿌듯하고 감사했던 것 같다."

-서울전 명단 18인이 모두 국내 선수로 구성됐다. 외국인 선수가 부족한 성남에 대한 내부 선수의 생각은 어떤가?

"김: 밖에서는 외국인 선수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셔도 감독님이 선택하시는 거다. 감독님이 국내 선수한테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오늘도 리그 3위 팀을 용병 없이 잡았다. 2위 팀이든 1위 팀이든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 저희가 그렇게 많이 신경을 안 쓴다. 그래도 에델 선수가 있었으면 위협적이고 득점이 많아서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저희가 외국인 선수가 있고 없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동요되진 않았다." 

-후반 막판 부상 우려가 있던 발은 괜찮나?

"김:전반전에 패스를 받다가 볼 컨트롤이 길었다. 오스마르에게 밟혔다. 10분부터 아팠는데, 오랜만에 잡은 출전 기회에서 '오늘 죽자, 한없이 뛰자' 생각하며 뛰었다."

-마르세유 턴 등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 정말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다. 지난 7월 초 전북 현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경기 전에 (임)채민이 형이 동현이 형과 저에게 '마지막 경기라면 어떻게 뛰겠냐며 후회 없이 뛰라'고 해주셨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제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나온 것 같다. 볼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내게 볼이 왔을 때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뛰었다."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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