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변신' 포스터.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영화 '변신'은 익숙함이 낯섦으로 바뀐, 그 순간의 공포를 포착한다. 아늑한 울타리였던 가족이 한순간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 안락해야 하는 집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변한다. 영화는 '가족'을 소재로 기존 오컬트물의 변주를 시도한다.

'변신'(감독 김홍선, 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변신'은 구마사제 중수(배성우)의 트라우마가 시작되는 프롤로그로 포문을 연다. 중수의 잘못 아닌 잘못의 여파는 형 강구(성동일)의 가족 모두에게 미친다. 주위 사람들 시선과 비난에 못 이긴 강구 가족은 새 동네에 둥지를 튼다. 하지만 썩 마음에 들었던 집에서 보내는 첫날 밤, 옆집에서 무언가를 칼질하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소음을 더이상 참을 수 없는 강구는 스산함이 감도는 옆집에 발을 들인다. 바닥에 진득하게 고인 핏물을 밟으며 한발 한발 내딛던 강구는 기괴한 낯선 사내와 마주하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후 본격적으로 그의 가족에게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강구에게는 아내 명주(장영남)가, 첫째 딸 선우(김혜준)에게는 동생 현주(조이현)가, 현주에게는 아빠 강구가 낯선 모습으로 공포가 된다. 결국 강구 가족은 중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 영화 '변신' 스틸.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변신'은 각 캐릭터를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기댈 곳 없는 공간으로 몰아넣는다. 여느 때처럼 아침밥을 준비하던 엄마가 갑자기 윽박지르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욱여넣는 모습에 아들 우종(김강훈)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목을 조르고 칼을 든 채 죽일 듯 달려드는 아빠의 잔혹한 모습은 선우와 현주에게 질식할 것 같은 공포로 다가온다.

한 집에서,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가 '변신'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한계가 분명하다. 밀폐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들 관계를 통해 공포 지수를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여러 사건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돼 긴장감이 다소 낮아진다. 캐릭터들이 극한 상황에서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등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는 설득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영화의 출발점이자 전제가 되는 서사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해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도 껴안고 있다.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등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특히 웃음기를 완전히 뺀 배성우와 성동일 연기는 신선하다. 중견 배우들의 든든한 연기력에 김혜준, 조이현 등 신예들이 새로운 얼굴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변신'은 2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3분, 관람등급은 15세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