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을 털어낸 김창평은 수비에서의 안정감을 증명해야 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SK의 2루에 선 선수는 총 8명이다. 선수 자랑은 아니었다. 확실한 2루 주전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선수를 실험한 불가피한 결과였다. 염경엽 SK 감독도 “2루는 확실한 선수가 없다”고 고민을 숨기지 않는다.

우타자인 강승호, 좌타자인 최항이 번갈아가며 2루를 맡으면서 베테랑 나주환이 이들을 돕는 게 시즌 전 시나리오였다. 타격과 수비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컸다. 그러나 강승호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최항은 타격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안상현 최경모 최준우 정현이 번갈아가며 2루에 섰으나 염 감독의 눈높이를 통과한 선수는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SK는 남은 28경기에서 2루 구상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여기서 가장 마지막으로 기회를 얻은 선수가 신인 김창평(19)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지명을 받은 김창평은 부상과 싸움을 이겨내고 염 감독의 테스트에 임한다.

염 감독은 김창평에 대해 “타격은 A급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험이 쌓이면 3할 이상을 기록할 만한 콘택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도 느리지 않아 2루타 이상의 장타 생산도 가능하다. 올해 전지훈련에 김창평을 데리고 다니며 집중 조련한 것도 이 가능성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잦은 부상과 수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0일까지 1군 3경기 출전에 그쳤다. SK의 당초 구상보다 분명히 훨씬 적은 경기 수다.

하체가 자주 말썽을 부렸고, 6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어깨를 다쳐 한 달 이상 재활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송구 문제도 있었다. 어깨의 힘과는 별개로 송구가 너무 돌아서 나온다는 지적이었다. 유격수는 2루에 비해 송구 거리가 길다. 공을 뺀 뒤 송구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길면 타자주자는 1~2발자국을 더 간다. 아웃될 것이 세이프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내야 수비수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집중 조련이 시작됐다. 퓨처스팀(2군)에서 김일경 코치와 맨투맨 훈련을 했다. 염 감독이 직접 챙겼다. 매일 동영상으로 보고를 받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더 지시를 했다. 그 결과 김창평은 수비에서 한결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 감독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기회를 줄 구상을 드러냈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SK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라는 절박함이 있다.

김창평도 훈련 성과에 스스로 놀랐다. 김창평은 20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수비는 전반적으로 훈련을 했다. 특히 공을 뺀 다음에 하체의 리듬을 안정적으로 맞춰가는 훈련에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동영상을 보면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염 감독은 “안상현이 2군에 가면서 김창평이 유격수 백업 1순위가 됐다”며 중요성을 설명했다. 유격수로도 실험하겠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김창평을 1군에 올리자마자 곧바로 두 경기 연속 주전으로 투입했다. 아직 조금은 긴장된 기색이 있기는 했지만 수비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낙구 지점을 찾아가는 움직임이나 마지막 순간 집중력, 그리고 송구까지 처음보다는 확실히 더 나아졌다. 타격은 큰 의심이 없다. 18일 창원 NC전에서는 2루타 하나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타의 조건 중 하나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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