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디즈니와 소니가 잡았던 손을 놓았다. '스파이더맨'은 MCU를 떠날까. 

20일(현지시간) 미국 데드라인은 "차기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디즈니와 소니픽쳐스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이대로 끝난다면, 소니픽쳐스는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3편과 4편을 독자 제작하게 된다. 동시에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는 더이상 '스파이더맨' 솔로무비에 참여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더이상 MCU 영화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디즈니, 마블, 소니 측은 이같은 보도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디즈니가 향후 '스파이더맨' 단독영화에 대해 제작비 및 극장수입을 50대50으로 나누자는 새 계약조건을 제시했으나, 소니는 제작비를 직접 대고 마블에는 극장수입 약 5%를 주는 현 계약조건을 고수했다. 결국 수개월에 걸친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못했다고 전해졌다.

소니픽쳐스는 마블코믹스 최고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3편,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2편을 선보였다. 그러나 2014년 마지막 시리즈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막을 내렸다.

▲ 영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틸
스파이더맨의 운명은 2015년 극적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흥행 동력이 필요했던 소니픽쳐스, 스파이더맨을 마블스튜디오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시키고 싶었던 디즈니가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해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니픽쳐스가 영화의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극장 수입과 배급권을 갖고, 마블스튜디오가 제작을 맡는 한편 스파이더맨 머천다이징(MD) 사업권을 가져갔다. 동시에 MCU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소니픽쳐스와 마블스튜디오의 합작으로 선보인 첫 스파이더맨 영화가 바로 2017년 '스파이더맨:홈 커밍'이다. MCU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로 처음 인사한 신입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스파이더맨:홈 커밍'은 전세계에서 8억8800만 달러(약 1조600억 원)를 벌어들이며 스파이더맨과 소니픽쳐스의 부활을 동시에 알렸다.

올해 개봉한 2편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은 글로벌 수입이 11억900만 달러(약 1조3300억 원)에 이르렀다. 동시에 '007 스카이폴'을 넘어 소니픽쳐스 사상 최고의 히트작에 등극했다. 마블 스튜디오 역시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시키는 등 승승장구 중이지만, 다 만들어둔 세계관에 스파이더맨을 얹어 영화 제작까지 하고 수입 5%만 가져가는 '스파이더맨'의 조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확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 영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틸

소니픽쳐스도 나름의 셈이 있다. 자사 최고 인기 시리즈의 수입을 절반을 뚝 떼어주는 새 조건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담인데다, MCU 최고 슈퍼스타 아이언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쨌든 소니 소유인 스파이더맨의 주가는 더욱 올랐다. 더욱이 주인공 톰 홀랜드는 이미 소니와 2편의 '스파이더맨' 영화 출연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픽쳐스로선 마블이나 케빈 파이기 없이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법하다. 에이미 파스칼 등 소니 프로듀서가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은 데다, 소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톰 하디 주연의 '베놈'이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홈커밍' 버금가는 8억5000만 달러(약 1조2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점, '스파이더맨' 세계관 아래 800개 가까운 캐릭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역시 소니픽쳐스에게 힘을 더하는 요소다. 

파이기 역시 피곤한 '스파이더맨'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일단 디즈니의 폭스 인수합병으로 '데드풀'을 포함한 '엑스맨' 유니버스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게 된 데다, 극장과 디즈니플러스(디즈니+)를 통해 MCU의 또 다른 페이즈도 선보여야 한다. 이 가운데 스파이더맨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부활을 진두지휘한 케빈 파이기이기에 극적 합의를 통해 다시 '스파이더맨' 영화에 참여할 가능성도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즈니-소니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인데다, '스파이더맨' 관련 협상 결렬의 여파를 가늠하긴 이르다. 협상결렬 보도 이후 미국 증시 개장과 함께 소니픽쳐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도리어 소니 주가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과연 '스파이더맨'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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