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영상 한희재 기자 / 글 김태우 기자] SK 선수들은 시즌을 앞두고 총 6벌의 유니폼을 지급받는다. 홈·원정·인천군 유니폼, 그리고 여벌 하나씩이다. 대다수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이 6벌로 시즌을 마친다. 

그런데 노수광(29·SK)은 그렇지 않다. 수시로 새 유니폼을 신청한다. 유니폼의 수명이 짧은 대표적인 선수다. SK 관계자는 “가장 많이 유니폼을 신청하는 선수”라고 설명하면서 “몸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가장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고 안쓰러워했다. 

노수광의 유니폼은 성한 날이 없다. 앞으로, 뒤로 몸을 날리는 통에 경기가 끝나면 항상 흙이 잔뜩 묻어있기 일쑤다. 주루에서도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고, 수비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다이빙 혹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는 탓이다. 알게 모르게 몸 이곳저곳에 긁히거나 멍이 든 곳이 많다. 남들보다 몇 배의 근육통을 감수해야 한다. 

노수광은 “(몸을 던질 일이 많지 않은) 거포 스타일이라면 정말 좋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것이 조금 부럽기는 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래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흙이 묻은 유니폼을 보면 개운한 느낌이 든다. 나 같은 경우는 슬라이딩도 많이 해야 하는 선수다. 그렇게 야구를 했을 때 하루가 그냥 지나가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매일 몸을 던지는 노수광은 투혼의 아이콘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SK와이번스
어쩌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그게 지금의 유니폼 이미지다. “프로에 온 선수라면 아마추어에서는 누구나 에이스이자 4번 타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노수광은 프로 지명 당시부터 “나에게는 다른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럴까. 노수광은 지금까지도 주위에 “나는 야구 재능이 특별하지 않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나는 손재주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공 던지는 것을 못했다. 마음의 병이라고나 할까, 그런 게 있었다. 공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치는 것도 그랬다. 야구에 대해 타고난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 있을 때도 고등학생들보다 힘도 떨어지고, 타구 비거리도 별로였다. 신인 동기들끼리도 그런 것을 느꼈다. 고졸이 많았는데 대졸인 내가 많이 떨어지는 게 내 스스로도 보였다.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다”

실제 노수광은 2013년 한화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 때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4년 어린 후배들보다도 낮은 위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원망하지 않았다. 좌절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훈련에 훈련을 이어 갔다. 노수광은 재능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노력의 가치를 안다는, 남들보다 더 소중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노수광은 지난해 SK의 주전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 2억6500만 원이라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서 시작했던 동기들을 거의 다 제쳤다. 올해도 부침이 있었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최근 활약은 주전으로 나가기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6월 이후 48경기에서 타율 0.311, 출루율 0.387, 14도루를 기록했다. 

▲ 흙 묻은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수광은 2군행 이후 뛰어난 활약으로 SK의 리드오프 자리를 되찾았다 ⓒSK와이번스
6월 이후로 따지면 출루율은 팀 내 2위, 도루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2위다. 조금 뒤늦게 달린 맛은 있지만, 노수광의 엔진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 2군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오히려 노력이라는 연료를 채웠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은 탱크에 충분히 넣어두고 왔다.

노수광은 ‘투혼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내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도 읽힌다. 그러나 여기서 끝은 아니다. 

노수광은 “기회가 잡히거나 출루를 해야 할 때 ‘이 선수가 나가면 역전이 될 수도 있겠다. 동점이 되겠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수비에 나가면 어려운 타구를 쉽게 잡는 선수, 안정감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더 큰 욕심을 부린다. 노수광 자신만 몰랐던 특별한 재능이라면, 언젠가는 이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영상 한희재 기자 / 글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