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FC 15세 이하(U-15) 팀은 제주국제유스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남FC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초반에는 실망을 많이 했죠. 프로팀 산하 클럽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남궁도(37) 성남FC 15세 이하(U-15) 팀 감독은 현역 시절 K리그에서는 나름대로 이름을 알렸던 공격수였다. 2000년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에 진출했다가 2001년 전북 현대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고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 일화., 대전 시티즌에서 생활했고 마지막은 FC안양에서 뛰었다.

총 254경기 36골 15도움으로 기록만 보면 평범했던 공격수였지만 김호곤 현 수원FC 단장 눈에 들어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나서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안양을 끝으로 남궁도는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015년 성남FC 12세 이하(U-12) 팀 코치로 시작해 2017년 15세 이하(U-15) 팀 감독이 됐다. 학원팀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성남이 직접 팀을 꾸려 운영하는 '진짜 클럽팀'이다.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의 강창학 경기장에서 '2019 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 팔메이라스(브라질)와 결승전에서 만난 남 감독은 담대하게 싸웠다. 브라질 명문팀 팔메이라스는 이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4강까지 5경기 30골을 퍼부어 경기당 5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런 팔메이라스를 상대로 성남은 선제골을 넣는 등 강하게 흔들었다. 1-2로 졌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 스타일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전날(17일) 성인팀이 FC서울을 상대로 끈끈함을 과시하며 1-0으로 승리한 것과 비슷했다.

남 감독은 "포항에서 프로축구염맹 15세 이하(U-15) 챔피언십이 끝나고 이틀만 쉬고 제주에 왔다. 챔피언십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타이틀이 없어졌다. 이 대회는 타이틀이 걸려 있어서 뭐든지 해보자고 했는데 여기까지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2명이 U-15 대표팀에 차출, 전력 약화가 우려됐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잘 해줬다.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소중한 경험을 쌓은 대회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성남은 이 대회 조별리그 C조에서 대병중학교에 6-0으로 이기며 출발했다. 요코하마FC(일본)에 1-0으로 이기고 LA갤럭시(미국)에 0-3으로 패하며 2위로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감바 오사카(일본)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고 4강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에 1-0으로 이기며 결승에 올랐다. 성인팀 특유의 끈끈함이 U-15팀에도 전파된 것 같았다. 

남궁 감독은 "선수들 다수가 상위 팀에 올라가지 못해도 다양한 (진출) 통로가 있다고 본다. 재미있게 육성하고 있고 잘 하려고 한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 현역 시절 K리그 대표 공격수 중 한 명이었던 남궁도 성남FC 15세 이하(U-15) 감독

정장 대신 선수들과 같은 운동복을 입고 지휘하는 남궁 감독이다. 그는 "처음부터 클럽팀을 맡아서 (학원 축구팀 또는 클럽 위탁 운영팀의) 장, 단점을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이렇게 운영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잘 배우고 경험 중이다. 훈련하고 집에 가서 밥 먹고 자고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불편하지 않다. 단합도 된다"고 말했다.

지도자 입문 후 선수들의 수준에 실망했었다는 남궁 감독이다. 선수 시절의 눈이 아직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반에 실망도 많이 했다. 프로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며 웃은 뒤 "아이들은 시간이 약이더라. 해보니까 3, 4개월 정도 지나면 세 번 정도는 튀고 올라가더라. 많으면 네 번이더라"며 알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지도자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프로연맹 유스 챔피언십에서 수원 삼성, 포항을 이기면서 자신감이 커진 것도 득이 됐다. 사실 성남은 기존의 울산 현대, 포항 유스나 수도권이라는 이점을 살린 수원, 서울 유스에 최근 뜨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로 인해 그저 그런 유스가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중심을 잡고 선수 육성에 매진하면서 연령별 대표팀에 선수들을 내주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남궁 감독은 "육성에만 집중하니 성적도 따르고 괜찮게 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학부모나 아이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며 "생각 이상으로 팀이 많이 올라왔다"고 좋아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스승이나 선배 지도자들에게도 자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남궁 감독이다. '나는 현역 시절 됐는데 너희는 왜 못하니'라는 생각도 버렸다. 그는 "여전히 배우는 입장이다. 일찍 지도자에 입문하니 조금 힘들긴 하더라. 선수로 더 뛰다가 지도자를 했으면 한다"며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성남의 콘셉트는 '포기하지 않는 팀'이다. 한 번 상대를 만나면 전력이나 수준이 차이가 나도 무조건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는 연령별 대표팀부터 성인팀까지 같은 스타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에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또 어떤 마음으로 상대하는지를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