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썰렁한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3루 구역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비가 오기는 하는데 그래도 롯데 팬들이 너무 없네요”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3루 측의 한 매점 직원은 “날씨가 좋지 않고 평일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롯데 팬들이 너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실제 이날 3루 관중석은 썰렁했다. 롯데의 구역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비가 내리자 얼마 없던 팬들도 비를 피하고자 지붕 밑으로 들어갔다. 중반까지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이니 그냥 귀가하는 팬들도 있었다. 응원단상 앞의 팬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요즘 모든 게 흥이 나지 않는 롯데다. 21일 경기가 이를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팀은 2개의 실책과 결정적인 실책성 플레이에 5점을 헌납했다. 경기 초반 기회는 불길한 예감대로 날아갔다. 경기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4점 열세를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다. 또 한 번의 패배가 올라갔다. 42승71패2무, 승률 0.372 최하위. 선두 SK와 경기차는 32.5경기. 롯데의 참담한 2019년을 상징하는 숫자들이다.

롯데는 좋든 싫든 화제의 중심에 서는 팀이다.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강력한 ‘팬덤’은 자타가 공인한다. 잘할 때는 월드스타가 됐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난도 받는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면서 진짜 롯데 선수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느그가 프로가’를 외치며 절규하고 또 격려하던 팬들은 어느 순간부터 비판도, 비난도 지쳤다. 양상문 전 감독의 사임 이후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 기대했지만 딱히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제는 사실상 무관심이다.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적어도 프로에서 무관심은 생존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끔찍한 이야기다.

현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공필성 감독대행은 요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공 감독대행은 21일 인천 SK전을 앞두고도 “좋은 과정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잘 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리면서 “나는 이제 한 달이 남았다. 내년에 어떤 감독님이 오시더라도 잘할 수 있게끔 선수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주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움직임조차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구상은 많은데, 정작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다.

▲ 단장 부재 속에 공필성 감독대행은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선수단 분위기 수습에만 주력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롯데는 양 감독의 사임과 더불어 이윤원 단장도 같이 직함을 내려놨다.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단장직이 공석이다. 내년, 혹은 그 이후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있다 해도 결재가 안 떨어진다. 사장 직속 테스크 포스가 움직이고 있으나 그 조직조차도 새 단장을 기다린다. 공 감독대행도 대행 신분이다. 윗선의 지시 없이 어떤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가기는 불가능하다.

롯데의 향후 구상에 어떤 선수가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테랑들을 계속 중용할지, 젊은 선수들을 파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포지션 정리도, 전력 보강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현장은 일단 지금 선수들을 모두 구상에 넣고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양 전 감독의 선수 기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시즌은 다시 돌아온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3월이 되면 어김없이 ‘0’이라는 같은 지점에서 모든 팀이 새로 출발한다. 올해 성적은 내년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은 경기의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남들보다 일찍 더 내년을 준비할 수 있는 귀중한 시기다.

롯데는 올 시즌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리더십 공백 속에 이를 잘 살리지 못했다. 벌써 감독대행 체제로 흐지부지 21경기가 지나갔다. 21경기에서 롯데는 팬들의 응원을 받을 자격도, “희망을 품어주세요”라는 메시지도 증명하지 못했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롯데의 하소연도 들어줄 만하다. 그러나 답답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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