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지진희의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그동안 멜로와 불륜 연기를 했죠?(웃음) 이번에는 장르물에 도전했어요. 너무 재밌는 작업이었죠."

배우 지진희가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썼다. '대장금'(2003) '애인있어요'(2015) '미스티'(2017)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그는 높은 싱크로율과 묵직한 연기로 '60일, 지정생존자'의 인기를 이끌었다. 본격 장르물에 도전한 지진희는 "연기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연신 드러냈다.

지진희는 22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종영 인터뷰로 스포티비뉴스를 만났다.

지난 20일 종영한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 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A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다.

지진희는 "나뿐 아니라 모두가 기대 반, 걱정 반이 있었는데 기대를 많이 하면서 사랑해줘 기쁘다"라고 종영 소감을 먼저 밝혔다.   

▲ 22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지진희의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대본이 너무 좋았다. 원작을 봤는데 현지화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 나라의 감성과 뉘앙스가 있고 하나를 바꾸면 모든 게 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작가님이 그만큼 잘 써줬다. 내가 연락을 하면 누가 될까봐 작품을 찍는 내내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 캐스팅을 어떻게 이렇게 잘했을까' 생각하면서 기뻐했다. 촬영장 가는 순간이 언제나 즐거웠다"면서 "특히 후배 배우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줬다. 그 친구들에게 '함께 해 즐겁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했다.

극 중 지진희는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 역을 맡았다. 박무진은 극에서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이룬 인물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날부터 한반도 전쟁 위기, 총격 테러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여러 시련을 겪으며 진정한 국가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한다.

지진희는 자신감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건 나름의 최면이었다"며 "신인 때는 실수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자신감이 생긴다. 촬영장에 가는 자세부터 달라진다"고 연기 철학을 설명했다.

그런 자신감을 토대로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자신만의 박무진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진희는 "원작과 달리 박무진은 본인의 의지로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떠밀려서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박무진은 성장해 가기 때문에 초반에 박무진을 멋있게 그리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시청자분들이 처음엔 답답해 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초반에는 '박무진이 나중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포인트라고 여겼다. 약한 부분, 고구마 부분이 있어야만 그 후의 이야기들이 차례대로 진행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어 "극 중 박무진이 법과 원칙대로 안 되는 이유를 묻는 장면들이 있다. 규칙 안에서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데 그것이 깨지는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규칙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도 재밌는 것"라고 생각을 밝힌 지진희는 "원리원칙주의자인 박무진과 실제 내 성격이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무진 캐릭터에 실제 자신의 모습을 이입하는 걸 경계하기도 했다고. 그는 "나는 드라마에서 박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다.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게 된다면 캐릭터 자체가 흔들리고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박무진은 정치적으로 중간을 선택하는 인물이라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 배제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 여겼다. 나 자신을 배제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결말에 대해서도 작품을 우선시했다. 그는 "엔딩에 대해 모두가 몰랐다. 모두 각자만의 해석을 가지고 있지 않겠나. 나 또한 내가 멋있게 마지막을 장식할 줄 알았다. 초반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에 맞춰 결말에는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웃음)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라며 "지금 결말이 매력적이고 작품에 맞다"라고 했다.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갔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아니다. 주변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박무진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 22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지진희의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지진희는 장르물에서 연기한 즐거움뿐 아니라 "여전히 멜로를 하고 싶다"는 연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들은 멜로 장르에 대한 배고픔이 있을 수밖에 없다. 멜로는 나이가 들어서도 끝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이에 따라 사랑에 대해 갖는 감정도 다르게 되지 않나"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진희는 "촬영장이 여전히 너무 좋다"고 웃으며 "예전과 시스템이 많이 달라졌다. 굉장히 젊어진 느낌이고 촬영 시간도 이제 정해져 사전에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것도 많아졌다"고 느낀점을 밝혔다.

"예전에는 대본이 늦게 나와 준비가 제대로 안 되면 핑계거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핑계거리가 없다.(웃음) 미리 준비해 가지 않으면 현장에서 문제가 생긴다. 촬영이 들어가면 그 안에서 바로 해나가야 하는 상황라서 상대 배우들이든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줘서도 안 된다. 그만큼  준비해가지 않으면 타격이 온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더라."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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