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정해인. 제공|CGV아트하우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시작된 사랑의 이야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제작 무비락 정지우필름 필름봉옥)은 시간을 25년 전으로 되감아 음악과 함께 사랑의 기억을 되돌린다.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을 시작한 남자 현우 역의 정해인은 1988년생. 처음 '유열의 음악앨범'이 전파를 탈 때 만 6살이었던 그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시절 첫사랑과 청춘의 이야기에 녹아들었다. 완성된 영화도 재미있게 봐 기분이 좋다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첫사랑과 청춘의, 소중한 앨범"이라고 영화를 설명한 정해인은 현우의 감정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연기했냐는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공감 안 된 순간이 한 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없던 시대의 감성을) 이해하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았어요.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았고요. 너도나도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고, 기호들을 써서 만든 이모티콘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저도 생생하게 있어요. 그래서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정해인. 제공|CGV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의 출세작이 된 지난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전에 이미 제안을 받아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 난 정지우 감독이 선보이는 레트로 감성멜로는 시나리오부터 정해인을 사로잡았다. 상대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잠시 호흡을 맞췄던 김고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복고풍 감성을 좋아하는데 대본부터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김광석님 이문세님 장필순님 같은 옛날 노래가 떠올랐고요. 이 와중에 김고은씨가 한다고 해서 더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감독님과 만나 한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대화하면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촬영장에서도 정지우 감독과 내내 긴 이야기를 나눴다. 리허설하고 촬영한 시간에 버금갈 만큼 많은 대화를 했을 정도다. 물음표가 생겼던 순간들을 그렇게 해소해가며 이야기에 접근해갔다. 주인공 현우가 자신을 내내 짓누른 비밀을 상대에게 끝까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대목도, 연기하는 정해인으로서는 이해가 됐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모든것을 공유해요. 숨기지 않고, 최대한 숨김없이 표현해야 마음이 편해요. 그래도 워낙 큰 일이라 현우가 숨긴 과거의 아픔이 이해되더라고요. 진지하게 연애하거나 결혼해 인생의 동반자가 되려면 다 이야기해야겠지만, 그래도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정해인. 제공|CGV아트하우스
2013년 데뷔 후 묵묵히 연기 활동을 펼쳐 온 그는 지난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과 호흡을 맞춰 크게 사랑받으며 차세대 멜로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지난 7월 종영한 MBC 드라마 '봄밤'에 이어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거푸 멜로 장르에 출연하며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보이고 있다. 

"멜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물 흐르듯 이어진 것 같다"는 정해인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멜로 장르의 매력으로 꼽았다. '케미 장인'으로 불리는 비결을 물었더니 "부끄럽다"며 "저를 채찍질하는 타이틀 같다. 만족하는 순간 무너지는 걸 잘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 정해인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순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가 된다"며 "기본적으로 존중하지 않으며 연기한다는 건 힘든 일"이라고도 털어놨다. '지금 연애중'이냐는 질문에는 "연애를 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함께 한) 고은씨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저는 연기를 직업으로 생각해요. 배우도 직업의 타이틀이고. 인간 정해인과 배우 정해인을 정확하게 구분하려고 합니다. 사실 힘들죠. 작품 끝나면 밀려오는 공허함과 허전함이 있어요."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정해인. 제공|CGV아트하우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후 쏟아진 높은 관심과 사랑은 혼란과 함께 그에게 더 큰 책임감을 안겨줬다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좋아해줄수록 연기를 더 책임있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아졌단다. 그 때문일까. 그는 많은 고민에도 연기가 한계에 부딪쳤을 때 자존감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고 했다. "쉬운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는만큼 많은 질타를 받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정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제 일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연기란 게 자존감이 높아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멘탈이 흔들리기도 하고 우울증도 오고 하잖아요. 연기하는 배우 정해인과 보통의 대한민국 청년 정해인을 최대한 분리해보려고 하는 이유예요."

그럴 때마다 의지하고 위로가 되는 건 가족들이다. 특히 7살 아래 동생은 그가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만큼 터놓고 속을 이야기하는 사이다. "이해를 바라고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마냥 어리게 봤는데, 요즘엔 마냥 동생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로 인연을 맺은 배우 김해숙은 그에게 진지한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선배다. 정해인은 '너는 멀리 보고 길게 봐라. 초조해하지 말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항상 이야기했던 선배의 말씀을 늘 새기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천천히 그는 자신의 길을 가는 중이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멀리, 길게 보고 있어요. 앞으로 20년, 30년 멜로만 할 건 아니니까요. 이 나이대에 하 수 있는 걸 한다는 게 행복이고요, 그것이 주어진다는 것도 행복합니다. '또 멜로냐' 하는 소리를 굳이 안 들으려고 장르를 바꿔야겠다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주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야 그 다음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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