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벌새' 배우 박지후. 제공|엣나인필름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꿈만 같죠." 

배우 박지후가 첫 장편영화 '벌새'로 제18회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소감을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영화 홍보 차 학교 수업 대신 인터뷰를 하러 왔다고 웃은 그는 "나 또한 은희에게 반했다"며 영화를 향한 많은 찬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후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사당동에서 '벌새'(감독 김보라, 제작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개봉을 앞두고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박지후)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다.

'벌새'는 개봉 전부터 놀라운 기록들을 써내려갔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돼 넷팩상과 관객상을 수상하고, 이후 국내는 물론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베이징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대상을 비롯한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받는 등 전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무려 25관왕이라는 기록을 냈다.

박지후는 극 중 세상이 궁금한 14살 소녀 은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지난 2003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영화 '가려진 시간'(2016) '조작된 도시'(2017) '목격자'(2017),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2019) 등에 출연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벌새'를 통해 첫 장편영화 주연, 여기에 해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박지후는 지금의 나이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참석할지 몰랐다며 "꿈만 같았다"고 회고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가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세계 3대 영화제인데 10대 때 첫 장편으로 가게 될 줄은, 그리고 많은 관객들을 GV(관객과 대화)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그렇다. 내가 '여우주연상'이라는 단어와 연관될 줄은 몰랐다"며 "하루하루가 고맙다"고 말했다.

▲ 영화 '벌새' 배우 박지후. 제공|엣나인필름

올해 17살인 박지후는 "친구들이 어떻게 영화를 볼지 궁금하다"고 수줍게 웃으며 "관객들이 내 부족한 모습을 발견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은희의 모습과 닮아있는 박지후는 "은희가 평범한 아이이지만 부모님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마음,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동시에 당찬 성격이 있다. '마이웨이' 같아서 끌렸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캐스팅 오디션 당시 "출연하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있었다. 이기적인 게 아닌, 주도적인 은희의 모습에 애정이 갔다. 전체적으로 느린 호흡도 좋았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한편의 영화를 먼저 본 느낌이었다. 합격했다는 걸 알았을 때 간절하게 기도한 게 이뤄진 것 같아 울었다." 

박지후는 "10대의 지금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했다. 대사가 없는 편이라서 눈빛, 표정 등에 신경썼다. 아무래도 은희가 겪은 상황들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쉽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열정적이고 할 말은 하는 모습도 비슷하다"며 다만 "은희와 달리 나는 학교에서 완전 수다쟁이"라고 웃었다. 또 "'모쏠'(모태솔로)이라서 연애 감정을 연기할 때 처음엔 어색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동성과 특별한 감정을 나누는 것에 대해선 "굳이 '사랑'이라고 칭하지 않아도 친구들끼리 좋으면 볼 뽀뽀도 하지 않나. 애정 표현이라 생각했다. 충분히 그 감정을 이해했다"고 담담히 생각을 밝혔다.

'벌새'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한 박지후는 은희를 연기하며 "나도 이런 말을 하다니"라고 통쾌함도 느꼈다고 했다. 

"은희의 당찬 모습이 참 좋았다. 특히 극 중에서 유리가 '언니와는 지난 학기 때였잖아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때 한번 바닥을 보고 눈을 흘기지 않나. '은희는 정말 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게 표현하기 힘들지 않나. 나 또한 그렇다. 은희 캐릭터로 살아보고 싶었고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신 났다.(웃음)"  

"은희를 연기하면서 주변 사람에 대해 더 귀 기울이게 됐다"고 진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은희는 주위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동등하게 사랑으로 대한다. 연기를 하면서 '이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후는 인터뷰 내내 10대의 풋풋함과 10대 같지 않은 성숙함을 함께 드러냈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에 가깝지만 연기관, 그리고 직업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다. 그는 "'연예인'보다 '연기자'가 되고 싶다"면서 배우 한지민을 롤모델로 들었다.  

▲ 영화 '벌새' 배우 박지후 스틸. 제공|엣나인필름

"한지민 선배를 존경한다. 내가 항상 배우로서 꿈 꿨던 이미지 그대로다. 영화 '플랜맨'(2013)을 통해 한지민 선배의 연기를 처음 봤는데 이후 '밀정'(2016) 등 선배가 나온 작품들은 모두 챙겨봤다. 연기뿐 아니라 눈빛이 너무 좋으시다. 한지민 선배는 의미 있는 행사 참여 등 선한 행동들을 하신다. 그런 부분에서 더 큰 존경심이 생겼다. 나도 그런 배우가, 어른이 되고 싶다."

'벌새'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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