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왼쪽)과 김연경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잠실, 조영준 기자] "올해 새로운 감독님 체제로 하고 있는데 태국전이 기다려집니다. 우리 팀이 어떤 식으로 경기를 치를지 흥미진진해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주장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은 23일 열리는 태국과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팀은 국제 대회에서 수없이 경쟁했다. 여러 번 맞대결을 펼치며 두 팀은 상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또한 친분이 생긴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 대륙별 예선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운명의 승부'를 해야 한다. 한국과 태국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맞붙을 '마지막 승부'를 5개월여 앞두고 전초전을 치른다.

한국은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8강 라운드 E조 1차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3-0(25-22 25-13 25-19)으로 눌렀다.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은 2차전에서 조 1위를 놓고 태국과 맞대결 한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중국은 지난달 열린 올림픽 대륙간 예선에서 조 1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일찌감치 올림픽 본선 준비에 들어갔다.

대륙간 예선에 참여한 한국은 러시아에 2-3으로 역전패했다. 눈앞에 다가온 올림픽 티켓을 놓친 한국은 태국이라는 또 다른 벽을 만난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오른쪽) ⓒ AVC 홈페이지 캡쳐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0, 이탈리아)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태국은 강한 팀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를 할 예정이다. 잘된 점은 오늘 밤 미팅에서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제대로 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은 태국과 맞붙은 경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한국은 태국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6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은 태국과 다시 맞붙었다. 당시 김연경이 없는 상태로 경기를 치른 한국은 설욕에 실패했다.

김연경은 "새로운 감독님 체제로 하고 있는데 태국전을 어떻게 준비할지 흥미진진하다. 내일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태국 전력의 핵은 세터 눗사라 톰콤이다. 세계적인 세터로 명성을 떨친 그는 2016~2017 시즌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다. 김연경은 "태국의 장점은 베테랑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의 조화다. 세터 눗사라는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경계했다.

양효진(30, 현대건설)도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태국과 많은 경기를 치렀다. 그는 "태국은 정말 많이 알고 있는 팀이고 우리와 경기하면 더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팀 워크가 좋고 선수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에 큰 실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태국과 비교해 우위를 보이는 점은 '높이'다. 확실하게 높이를 장악하고 서브로 리시브를 흔드는 점이 중요하다. 김연경은 "태국은 빠른 공격을 하는 팀인데 세터 머리 위로 공이 제대로 올라가면 상대하기 어렵다. 대신 파워가 강한 확실한 공격수가 별로 없다는 점은 상대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 양효진 ⓒ AVC 홈페이지 캡쳐

양효진은 "우선은 서브가 강하게 들어가야 한다. 높이는 우리가 뛰어나기에 상대 리시브를 먼저 흔들어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선수들의 높이와 파워가 떨어지지만 이러한 약점을 끈끈한 조직력으로 이겨냈다. 주전 선수 상당수는 서른을 훌쩍 넘은 노장들이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해외 리그에서 뛰던 눗사라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자국 무대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세터 눗사라와 미들 블로커 프룸짓 등 노장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아시아 대륙별 예선을 자국에서 개최하면서 홈어드밴티지도 얻었다.

태국의 다나이 스리와차라마이타쿨 감독은 지난 17일 열린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내년 1월이다. 이때를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 팀은 물론 다른 팀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뛰고 있다. 우리의 장점은 조직력인데 이를 잘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AVC 홈페이지 캡쳐

몇몇 배구 관계자들은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태국이 숨겨진 전력을 100%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러모로 상대하기 어려운 태국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태국의 빠른 플레이를 많이 경험해 본 양효진은 리딩 블로킹을 강조했다. 그는 "태국과 경기할 때는 리딩 블로킹을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할 때는 그냥 이리저리 뛰기만 했고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 세터의 폼도 많이 봐야 한다. 미들 블로커인 플룸짓이 빠르고 공격력도 강한데 이 선수가 뚫리면 그 경기는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열쇠 키를 쥐고 있는 라바리니 감독의 전술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연경은 "태국은 결승에서도 붙을 수 있는 상대다. 감독님이 어떤 작전을 지시하고 어떻게 이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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