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선수 진로지원을 위한 2019 스포츠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지난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스포티비뉴스=방이동, 박대현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를 뛰어넘었으면 한다."

길잡이로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전(前) 엘리트 체육인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부상 탓에 운동을 그만둔 학생, 실업 팀 입단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새 길을 모색하는 20~30대 청년에게 실마리를 건넸다.

은동선수 진로지원을 위한 2019 스포츠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지난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강연 주제는 스포츠기업 및 직무 소개였다. 켈리서비스 김소현 상무가 조곤조곤 핵심을 짚었다.

강연자로 나서 스포츠기업 정의와 취업 성공 전략을 설명했다.

김 상무는 "흔히들 나이키와 아디다스, 언더아머 같은 회사만 스포츠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스포츠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뿐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 홍보, 행사 대행 등을 업으로 하는 회사도 많다. 스포츠기업은 주변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막연하다. 취업 준비는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어느 곳부터 살피고 출발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가 있다.

교실보다 운동장이 익숙했던 이에겐 더 그럴 수 있다. 낯설 수 있다.

김 상무는 '경력자 공고문'이 훌륭한 취업 지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입 채용 공고문보다 훨씬 효과적인 참고서로 꼽았다.

"1년, 3년 경력직 채용 공고를 유심히 보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직업이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직 공고문에는 '업무 A를 경험하신 분 선호, B 경력을 지닌 분 우대' 등이 적혀 있다. A와 B를 꼼꼼히 살피고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빠르고 바르게 획득할 수 있다."

◆ 승무원 합격으로 이어진 '영화관 알바'

취업 시장에서 경험은 무기다. 취준생도 안다. 인턴십 공고문에 수천 수만 명이 몰리는 이유다.

김 상무도 기업은 경험자를 선호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전제로 삼아도 좋을 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은 다 다르다. 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교집합은 있다. 당신이 영업 관리직에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은 '저는 친화력이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합니다' 말하는 사람보다 '(무언가를) 팔아 본 경험이 있습니다' 말하는 면접자를 선호한다."

회사는 '하고 싶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란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해봤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원한다.

짧게라도 직무 경험이 있다면 경쟁자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오르는 셈이다. 

김 상무는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계약직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약직 형태로라도 경험을 쌓는 게 오히려 취업 지름길 노릇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 승무원에 합격한 사람이 들려준 얘기다. 그는 CGV 영화관에서 발권 업무를 1년 동안 했던 게 합격 비결이었다고 귀띔했다. 그 경험을 면접관에게 얘기하니 표정이 밝아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승무원이 하는 일 가운데 표를 뽑아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어서오십시오' 인사를 건네는 업무가 있지 않나. 질문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도 있고. (모두가) 영화관 발권 업무와 유사한 일이다."

"기업은 그런 사람을 원한다. (우리 회사 업무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 경험자.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꼭 항공사나 공항에서 경험을 쌓아야만 하는 게 아니다. 비슷한 맥락을 지닌 업무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현재 체육계 공기업을 지망하는 남혜원 씨는 "계약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는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바라는 직무와 관련성이 높은 경험을 (짧게라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선수 출신에게만) 단기 계약직 경험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업무 경험에 초점을 맞춰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전을 권장해 드린다. 무엇에 관심 있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해봤다'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준비하셨으면 바람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피겨퀸' 에이전트의 당부…"외국어 꼭 배우세요"

장대석 아레나코리아 CM(Country Manager)은 2000년대 중반 '피겨 여왕' 김연아 에이전트로 활동했다. 그가 들려준 에이전트 세계는 흥미로웠다. 수강생 귀가 쫑긋 섰다.

"에이전트 역할은 간단하다. 선수에게 좋은 팀, 좋은 대우, 좋은 후원사를 얻게 해주는 것"이라며 운을 뗀 그는 "참 많은 일을 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우선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한다. '김연아 선수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는 식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여기에 쇼트·롱 프로그램에 쓰일 곡명 등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뿌리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엄청 온다. '트리플 악셀이 몇 번 들어가는지' '의상은 어느 브랜드와 색상, 콘셉트로 입을 것인지' 등 기자가 쉴 새 없이 묻는다. 거기에 대답하는 게 에이전트 임무"라고 설명했다.

피겨 선수다 보니 김연아 발에 꼭 맞는 부츠 후원을 받아오는 것도 주요 업무였다. 광고 촬영 스케줄을 잡고 정리하는 것도 신경 써서 했다.

장대석 CM은 외국어 능력을 강조했다. 에이전트든 스포츠기업 취직이든 외국어 능력은 효과적인 무기라고 설명했다. 언어는 쓰임새가 넓다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과 언어 능력이다. 특히 외국어는 정말 중요하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가운데 하나라도 구사할 수 있다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넓어진다. 오늘(21일) 강의에서 이것만은 꼭 기억해 줬으면 하는 부문이다. 외국어를 꼭 배우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발상의 전환을 단단히 부탁했다. 세상엔 다양한 스포츠기업이 있기에 넓은 시야로 시장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몇 년 전 KBS에서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특강에 참여하신 분들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다. 발상을 전환해보라. 운동부라 죄송하다가 아닌 '운동 선수 출신이라 성실하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생각하고 행동하셨으면 좋겠다. 그러하면 운동부 경력은 (메워야 할 결핍이 아닌)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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