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을 앞두고 김상식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김효은 영상기자] 월드컵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 팀은 31일 중국에서 막을 올리는 2019 FIBA(국제농구연맹) 남자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다.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차례로 상대한다. B조에 속한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조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16강 진출은커녕 1승도 쉽지 않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마지막 승리는 무려 25년 전 일이다.

1994년, 월드컵 전신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집트를 만나 13위 결정전에서 89-81로 이긴 바 있다. 허재가 62득점을 몰아치며 원맨쇼를 펼쳤다. 하지만 4년 후 대회에서 전패(5패)를 당했고 16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도 모두 졌다(5패).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선 어떨까? 적어도 조별 리그에선 승리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아르헨티나(5위)와 러시아(10위)는 세계 랭킹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32위)보다 전력이 크게 좋은 팀들이다.

각각 남미, 유럽 강호인 이들은 16강이 아니라 8강, 4강 이상을 목표로 두는 팀들이다. 루이스 스콜라(아르헨티나), 티모페이 모즈고프, 알렉스 쉐베드(이상 러시아) 등 NBA(미국 프로 농구) 출신 선수들도 버티고 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이지리아(33위)도 만만치 않다. 현역 NBA 선수인 알파룩 아미누, 조시 오코기가 있어 오히려 아르헨티나, 러시아보다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은 분위기도 좋지 않다. 김선형, 이정현, 양희종이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력도 기대 이하다. 진천선수촌에서 프로 팀들과 연습 경기를 펼쳤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는 프로 팀들에게 오히려 고전했다.

대표 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지금쯤이면 경기력이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상식 감독을 만나 월드컵 준비 상황과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보일 비장의 무기 등을 물어봤다.

Q. 월드컵에서 상대할 팀들이 모두 한국보다 전력이 좋다. 1승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월드컵 미디어 데이에서 1승 상대를 물어보길래 나이지리아라고 말했다(웃음). 나이지리아 연습 경기를 분석 중인데 강하다. NBA 선수들이 3명이나 포진돼 있다. 월드컵 예선 땐 이 선수들이 리그를 치르느라 뛰지 않아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나이지리아는 우리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러시아도 굉장히 고전할 수 있는 팀이다. 모두 다 너무 센 팀들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다.

Q. 이번 대표 팀에는 슈터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다.

기자들이 많이 물어본다. 슈터 없이 어떻게 경기를 하냐고. 전준범이나 기존에 같이하던 몇몇 선수들이 빠졌지만 지금 있는 12명은 모두 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렀던 선수들이다. 우려하는 내용은 알고 있지만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는 데 심사숙고했다. 젊은 선수들은 기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뽑지 않았다.

지역 예선을 잘 치렀던 멤버로 가서 분위기를 이어 가고 싶었다. 여러 고민 끝에 최종 엔트리를 꾸렸다. 주위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선수들도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에는 루이스 스콜라(위), 알파룩 아미누(아래) 등 전현직 NBA 선수들이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Q. 이대성, 이정현, 김선형, 박찬희, 허훈 등 앞 선 선수들의 색깔이 각자 다르다. 앞 선 조합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속공 위주로 할 땐 박찬희가 상대 수비를 흔들어 주고 패스를 뿌려야 한다. 수비로 압박하는 건 이대성, 허훈 조합이 적합하더라. 현대 농구의 추세는 프레스 디펜스(압박 수비)다. 어느 한 선수가 10, 20분 뛰는 게 아니고 초반 5분을 뛰더라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프레스 디펜스는 체력 소모가 크다. 때문에 선수들을 계속 교체할 생각이다. 한 선수가 들어가면 5분간 다 쏟아 붓고 힘들면 나와서 다른 선수가 압박한다. 선수 모두를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Q. 그동안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장신들이 많은 팀과 상대할 때, 스크린 한번에 허무하게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공격에선 스크린 이후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국내 프로 농구에서 스크린을 제일 잘 활용한다는 이정현도 "확실히 국내에서 하는 것과 국제 대회에서 하는 투맨 게임은 달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크린 플레이는 중요하다. 농구는 투맨 게임을 했을 때 스크린 이후 찬스가 난다. 하지만 상대는 다 스위치로 대처한다. 우리는 2m 7cm의 김종규가 제일 크다. 하지만 우리랑 붙을 팀들은 포워드들이 2m 7cm다. 상대가 스위치를 하면 해결점이 없다. 장신 팀들을 만날 때 이런 점에서 어렵다. 스크린 이후 상대의 스위치 수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러시아도 분명히 스위치 수비로 나올 것이다. 스크린 이후 스위치 됐을 때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서 밖으로 빼주는 전략이 어떨까 싶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Q. 라건아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크다. 아시아 무대에선 라건아의 힘과 높이가 통할지 몰라도, 월드컵에선 힘들다. 라건아가 막힐 때 공격을 어떻게 풀어 갈지 궁금하다.

정확히 봤다. 아시아 무대에서 붙은 서아시아 팀들도 2m10cm가 넘는 장신들이 있었다. 하지만 하메드 하다디(이란)를 제외하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키 큰 선수들이 나오면 경기를 수월하게 푸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2m10cm의 선수들이 NBA급 기량을 갖고 있다. 과연 라건아가 버텨 낼지 모르겠다. 이제는 골 밑에 있는 라건아에게 공을 주고 1대1 공격을 시키는 건 힘들다고 본다.

(라)건아도 국내나 월드컵 지역 예선에선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될 거다. 우리도 이 점이 고민이다. 대표 팀 공격에서 40, 50% 비중을 가졌던 선수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투맨 게임을 해서 상대 큰 선수들을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무엇이 더 좋은 방향인지 연습 경기를 통해 더 찾아보겠다.

Q. 월드컵에서 보여 줄 비장의 무기가 있나?

수비에서 세계적인 추세는 풀 코트 프레스다.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거의 프레스 디펜스를 주로 한다. 우리도 이에 맞게 수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공격에선 5명 전원이 뛰는 농구를 할 것이다. 그래야 재밌기도 하지만 확률적으로 이기는 데 다가설 수 있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팀들이 워낙 강하다. 코칭스태프가 연습 경기들을 보며 분석하고 있지만 정말 잘한다. 우리보다 잘하니까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한번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대표 팀 공격 1, 2옵션인 라건아(위)와 이정현(아래)이 내외곽에서 공격을 풀어줘야 한국의 1승 가능성도 올라간다 ⓒ 한희재 기자
Q. 27일부턴 인천에서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 농구 대회가 열린다. 사실상 월드컵 리허설을 갖는 셈이다.

이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이 크다. 우리에겐 월드컵만큼 중요하다. 고민이 많다. 대회에 출전하는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는 결코 떨어지는 팀이 아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우승권에 있는 팀이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 국내에서 하는 대회라 부담이 많이 된다.

Q. 이번 월드컵에서 목표는 무엇인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Q.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강팀들과 격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와 선수들에겐 NBA 선수들, 세계적인 지도자가 있는 팀들과 붙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영광스럽게 다가온다. 그들과 대등하게 붙어 "잘 움직인다"는 소리를 듣는 게 우리가 갖는 또 하나의 목표다. 상대 팀들의 경기를 계속 분석 중이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

Q. 월드컵을 앞두고 농구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월드컵 지역 예선 때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 줘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본선이다. 강팀을 만나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예전처럼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힘을 얻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 응원 부탁한다. 열심히 하겠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김효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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