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변신' 김홍선 감독.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김홍선 감독이 영화 '변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7년 개봉한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2년 여 만이다. 앞서 선보인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 등 김홍선 감독이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주기는 짧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웃은 그는 '변신'을 통해선 "인간 본성 이야기를 공포 스릴러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신'(감독 김홍선, 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영화로 배우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김혜준 등이 출연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가 '변신' 개봉을 앞두고 있던 김홍선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김홍선 감독과 일문일답

-'반드시 잡는다'를 선보인 지 얼마 안 됐다. '반드시 잡는다'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해 '변신' 개봉을 앞둔 마음이 남다를 텐데.

"'공모자들'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기술자들'은 당시 (김)우빈이가 핫한 상황이었다. '반드시 잡는다'는 개봉 전 관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 걱정을 안 했었다. '공모자들' 때 아쉬운 게 있어 '기술자들'은 흥행이 잘 되길 바랐는데 다행히 잘 됐다. 그런데 '반드시 잡는다'는 망하지 않았나.(웃음) 신기하게 이번 작품은 며칠 전부터 잠이 안 오고 정말 너무 떨린다. 흥행이 절실하다.(웃음)"

-흥행을 원하는 만큼 더 노력한 게 있나.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전작 평가는 좋았기 때문에 연출 제안도 많았고 글을 쓸 것도 있었다. 하지만 쉽게 작품 선택을 못하겠더라. 그러던 중에 '변신' 제작사 대표가 준 시놉시스를 보고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더라. 급하게 작업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새 작품에 대한 갈증은 컸다. 전작이 흥행은 안 돼서 좀 더 공들여 찍어야겠다는 마음도 컸다. 44년 인생을 살면서 제일 힘들었다.(웃음)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극 구조 등 논리에 공을 들이면서 찍었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 해서 개연성이 흐트러지면 안 됐다."

-가족 이야기에 오컬트를 넣었다.

"기존에 오컬트 장르가 많지 않나. '검은 사제들'(2015) '곡성'(2016) '사바하'(2019) 등 악령이 나오는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는 오컬트에 가족 이야기를 넣었다. 구마 장면은 익숙하지만 신선할 걸 넣고 내러티브에 중점을 뒀다. 악마를 몸에 넣고 있는 장면이라든가 중수가 절망적인 상황들을 표현하는 신들이 그랬다. 또 복숭아 나뭇가지, 청동 거울 등 미장센적으로도 잘 표현되지 않았던 그림을 만들어냈다. 엄청 새롭지 않지만 라틴어를 거꾸로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원래 오컬트물에 관심 있었나.

"아니다.(웃음) '악마 백과사전', '리얼 엑소시즘' 이런 관련 책들을 엄청 찾아보고 읽었다. 구글 검색도 하고 신부님을 만나 물어보고 라틴어 선생님의 자문도 구했다. 자료 조사를 엄청했다."

-종교가 있나.

"무교다.(웃음)"

▲ 영화 '변신' 김홍선 감독.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변신'으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 

"인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왔다. 원래 관심 있던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호러이지만 스릴러 측면으로 할 수 있겠다 싶더라. 성선설과 성악설의 화두를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내러티브적으로 인간 본모습을 관찰하려 한 영화다. 여기에 '누가 악마일까'라는 장치로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왜 '가족'인가.

"가족이 무섭다. 가족이 나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않나. 아빠가 성적으로 학대한다든가, 엄마가 괴롭힌다든가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이 영화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져왔다. 충분히 가족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들의 대사를 호러, 스릴러 장르에 덧입혀 표현한 것 또한 그 이유에서다."

-한 가족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표현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 캐릭터가 변하는 모습을 비슷하게 반복되면 두려움이 떨어진다. 공간적 한계다. 그래서 필리핀으로 로케이션할 거라고 영화 들어가기 전 제작사에게 말했었다. 또 원작에 없던 지하실 공간을 확대해 변주를 줬다."

-결말이 결국 '한국형' 가족 이야기에 그친 것 아닌가.

"신파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최선을 다했다.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베드 엔딩일 수도 있다. 원래 막내 아들 우종(김강훈)이 변한 모습도 촬영을 해놨었다."

-성동일을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어떻게 캐스팅 했나.

"'반드시 잡는다'에서 성동일 선배 분량이 15회 차밖에 안 됐다. 실제 겪었을 때 되게 든든하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차기작은 더 분량이 많은 걸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이 씨가 됐다. '변신' 각색할 때 성동일 선배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원래는 중수(배성우)와 형사 캐릭터가 있었는데 후자를 없앤 뒤 강구(성동일) 캐릭터를 넣고 형제 얘기로 바꿨다. 원래 성동일 선배가 출연할 수 없는 여건이었는데 촬영이 딜레이되면서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다."

-중수 역의 배성우 캐스팅은.

"원래 드렸던 시나리오와 달라져서 치열하게 설득했다. 촬영할 때는 내가 계획한 틀 안에 들어와주셔서 정말 재밌게 찍었다."

-배성우를 어떻게 설득했나.

"설득했다기보다 설득당해준 게 아닐까 싶다. 몇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코미디가 아니고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구마사제 캐릭터에 진지함과 따뜻함이 있어야 했다. 배성우 선배가 잘하시는 것도 있지만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배성우 선배가 그동안 연기했던 작가주의적 특색이 강한 작품들을 보면 이 역할을 잘해주실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진지하고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백윤식이 특별출연을 했다. '반드시 잡는다' 인연일 텐데.

"삼고초려했다. 열 번도 넘게 찾아가 출연을 부탁드렸다. 정말 공들여서 한 캐스팅이다. 선생님이 연기한 신부 캐릭터는 첫 등장부터 묵직해야 했다. 그걸 해줄 수 있는 분이 백윤식 선생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정말 저를 도와주셨다."

▲ 영화 '변신' 김홍선 감독.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기존 오컬트 흥행작들에 비해 주연 캐스팅이 약한 것 아닌가.

"'캐스팅이 세다, 약하다'가 아니라 내게는 적합한지가 중요하다. 전 작품들도 모두 그랬다. 특히 우빈이는 스타가 되기 전에 캐스팅이 된 거다. 배성우 선배도, 성동일 선배도 모두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적합한 캐스팅에 적합한 타켓층이 있다. 사실 '반드시 잡는다'는 원래 6월 개봉이었지만 늦춰져 11월이 됐다. 어르신들이 타겟층이었는데 추워서 영화관에 걸음을 못 하신 것 같다."

-'변신'의 타겟층은.

"물론 장르적으로는 10대다. '곤지암'(2018)이라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젊은 친구가 안 나오고 충분히 연기 잘하는 데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나오고 완성도를 높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많이 우리 영화에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

-'변신'을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호러스릴러 영화이기 때문에 가장 중점을 둔 건 무서움으로 인한 재미다. 그걸 중심으로 가족 간의 갈등, 희생 등이 그려진다. 첫번째는 장르적인 재미를, 만약 두 번 본다면 그땐 가족, 이웃의 의미, 사회적으로 알 수 없는 무서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 익숙함이 변했을 때 오는 두려움이 있지 않나."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 장르가 세다. 말랑말랑한 작품은 안 하는 건가.

"사실 멜로를 좋아한다. 멜로 장르로 충분히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환경이고 나 또한 호흡이 긴 게 좋아서 해보고 싶다. '도깨비'(2016) '호텔 델루나'(2019) 같은 작품들을 봤는데 얘기만 들어도 울컥한다. 보면서 운 적도 많다."

'변신'은 지난 21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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