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감독 김홍선, 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영화로 배우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김혜준 등이 출연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가 '변신' 개봉을 앞두고 있던 김홍선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김홍선 감독과 일문일답
-'반드시 잡는다'를 선보인 지 얼마 안 됐다. '반드시 잡는다'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해 '변신' 개봉을 앞둔 마음이 남다를 텐데.
"'공모자들'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기술자들'은 당시 (김)우빈이가 핫한 상황이었다. '반드시 잡는다'는 개봉 전 관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 걱정을 안 했었다. '공모자들' 때 아쉬운 게 있어 '기술자들'은 흥행이 잘 되길 바랐는데 다행히 잘 됐다. 그런데 '반드시 잡는다'는 망하지 않았나.(웃음) 신기하게 이번 작품은 며칠 전부터 잠이 안 오고 정말 너무 떨린다. 흥행이 절실하다.(웃음)"
-흥행을 원하는 만큼 더 노력한 게 있나.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전작 평가는 좋았기 때문에 연출 제안도 많았고 글을 쓸 것도 있었다. 하지만 쉽게 작품 선택을 못하겠더라. 그러던 중에 '변신' 제작사 대표가 준 시놉시스를 보고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더라. 급하게 작업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새 작품에 대한 갈증은 컸다. 전작이 흥행은 안 돼서 좀 더 공들여 찍어야겠다는 마음도 컸다. 44년 인생을 살면서 제일 힘들었다.(웃음)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극 구조 등 논리에 공을 들이면서 찍었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 해서 개연성이 흐트러지면 안 됐다."
-가족 이야기에 오컬트를 넣었다.
"기존에 오컬트 장르가 많지 않나. '검은 사제들'(2015) '곡성'(2016) '사바하'(2019) 등 악령이 나오는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는 오컬트에 가족 이야기를 넣었다. 구마 장면은 익숙하지만 신선할 걸 넣고 내러티브에 중점을 뒀다. 악마를 몸에 넣고 있는 장면이라든가 중수가 절망적인 상황들을 표현하는 신들이 그랬다. 또 복숭아 나뭇가지, 청동 거울 등 미장센적으로도 잘 표현되지 않았던 그림을 만들어냈다. 엄청 새롭지 않지만 라틴어를 거꾸로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원래 오컬트물에 관심 있었나.
"아니다.(웃음) '악마 백과사전', '리얼 엑소시즘' 이런 관련 책들을 엄청 찾아보고 읽었다. 구글 검색도 하고 신부님을 만나 물어보고 라틴어 선생님의 자문도 구했다. 자료 조사를 엄청했다."
-종교가 있나.
"무교다.(웃음)"
-'변신'으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
"인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왔다. 원래 관심 있던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호러이지만 스릴러 측면으로 할 수 있겠다 싶더라. 성선설과 성악설의 화두를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내러티브적으로 인간 본모습을 관찰하려 한 영화다. 여기에 '누가 악마일까'라는 장치로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왜 '가족'인가.
"가족이 무섭다. 가족이 나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않나. 아빠가 성적으로 학대한다든가, 엄마가 괴롭힌다든가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이 영화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져왔다. 충분히 가족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들의 대사를 호러, 스릴러 장르에 덧입혀 표현한 것 또한 그 이유에서다."
-한 가족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표현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 캐릭터가 변하는 모습을 비슷하게 반복되면 두려움이 떨어진다. 공간적 한계다. 그래서 필리핀으로 로케이션할 거라고 영화 들어가기 전 제작사에게 말했었다. 또 원작에 없던 지하실 공간을 확대해 변주를 줬다."
-결말이 결국 '한국형' 가족 이야기에 그친 것 아닌가.
"신파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최선을 다했다.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베드 엔딩일 수도 있다. 원래 막내 아들 우종(김강훈)이 변한 모습도 촬영을 해놨었다."
-성동일을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어떻게 캐스팅 했나.
"'반드시 잡는다'에서 성동일 선배 분량이 15회 차밖에 안 됐다. 실제 겪었을 때 되게 든든하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차기작은 더 분량이 많은 걸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이 씨가 됐다. '변신' 각색할 때 성동일 선배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원래는 중수(배성우)와 형사 캐릭터가 있었는데 후자를 없앤 뒤 강구(성동일) 캐릭터를 넣고 형제 얘기로 바꿨다. 원래 성동일 선배가 출연할 수 없는 여건이었는데 촬영이 딜레이되면서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다."
-중수 역의 배성우 캐스팅은.
"원래 드렸던 시나리오와 달라져서 치열하게 설득했다. 촬영할 때는 내가 계획한 틀 안에 들어와주셔서 정말 재밌게 찍었다."
-배성우를 어떻게 설득했나.
"설득했다기보다 설득당해준 게 아닐까 싶다. 몇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코미디가 아니고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구마사제 캐릭터에 진지함과 따뜻함이 있어야 했다. 배성우 선배가 잘하시는 것도 있지만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배성우 선배가 그동안 연기했던 작가주의적 특색이 강한 작품들을 보면 이 역할을 잘해주실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진지하고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백윤식이 특별출연을 했다. '반드시 잡는다' 인연일 텐데.
"삼고초려했다. 열 번도 넘게 찾아가 출연을 부탁드렸다. 정말 공들여서 한 캐스팅이다. 선생님이 연기한 신부 캐릭터는 첫 등장부터 묵직해야 했다. 그걸 해줄 수 있는 분이 백윤식 선생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정말 저를 도와주셨다."
-기존 오컬트 흥행작들에 비해 주연 캐스팅이 약한 것 아닌가.
"'캐스팅이 세다, 약하다'가 아니라 내게는 적합한지가 중요하다. 전 작품들도 모두 그랬다. 특히 우빈이는 스타가 되기 전에 캐스팅이 된 거다. 배성우 선배도, 성동일 선배도 모두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적합한 캐스팅에 적합한 타켓층이 있다. 사실 '반드시 잡는다'는 원래 6월 개봉이었지만 늦춰져 11월이 됐다. 어르신들이 타겟층이었는데 추워서 영화관에 걸음을 못 하신 것 같다."
-'변신'의 타겟층은.
"물론 장르적으로는 10대다. '곤지암'(2018)이라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젊은 친구가 안 나오고 충분히 연기 잘하는 데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나오고 완성도를 높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많이 우리 영화에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
-'변신'을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호러스릴러 영화이기 때문에 가장 중점을 둔 건 무서움으로 인한 재미다. 그걸 중심으로 가족 간의 갈등, 희생 등이 그려진다. 첫번째는 장르적인 재미를, 만약 두 번 본다면 그땐 가족, 이웃의 의미, 사회적으로 알 수 없는 무서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 익숙함이 변했을 때 오는 두려움이 있지 않나."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 장르가 세다. 말랑말랑한 작품은 안 하는 건가.
"사실 멜로를 좋아한다. 멜로 장르로 충분히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환경이고 나 또한 호흡이 긴 게 좋아서 해보고 싶다. '도깨비'(2016) '호텔 델루나'(2019) 같은 작품들을 봤는데 얘기만 들어도 울컥한다. 보면서 운 적도 많다."
'변신'은 지난 21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