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바요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다니 세바요스가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제 유럽 챔피언을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야 할 때다.

세바요스는 이번 여름 아스널로 임대 이적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스널 이적은 선수도 팀도 웃는 이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스널은 애런 램지가 빠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활동량과 기술을 모두 갖추고 공격과 수비 모두를 도와줄 수 있어야 했다.

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1-0 승)에는 교체로 나섰던 세바요스는 후반 30분 정도를 뛰었다. 그리고 2라운드엔 곧장 선발 명단에 진입해 번리를 상대했다. 그리고 자신의 '홈 데뷔전'에서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 홈 데뷔전 기립 박수, 세바요스의 장점

"아주, 아주, 아주 잘했다. 완벽하게 경기를 운영했다"면서 "그가 태클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도 아주 잘 뿌렸다.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잇었고, 창의적이었으며 패스 범위도 좋았다." - 대런 벤트(잉글랜드 대표팀 FW)

세바요스는 번리전에서 후반 38분까지 활약한 뒤 루카스 토레이라와 교체됐다. 아스널의 일부 홈 팬들은 안방에서 첫 경기를 치른 다니 세바요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2도움은 물론이고 사실상 중원에서 아스널의 경기를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세바요스는 포메이션상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지만 중원 깊은 곳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했다. 공을 받아야 한다면 측면까지 넓게 벌려섰다. 세바요스가 후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아스널의 빌드업도 깔끔해졌다. 세바요스는 무려 9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4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다. 영리한 턴 동작과 원터치 패스로 번리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려고 했다. 골킥에서도 길게 차지 않고 수비수들에게 짧은 패스로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에메리 감독은 세바요스의 합류로 자신이 생각하는 세밀한 후방 빌드업을 실현할 수 있었다.

공격 지역에서도 날카로웠다. 공간을 읽는 능력을 살려 팀에서 가장 많은 3회 키패스를 기록했다. 전반 41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마테오 귀엥두지에게 패스를 내줘 유효 슈팅으로 이어졌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나초 몬레알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해 리스 넬슨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본분에도 충실했던 셈이다.

날카로운 킥 역시 하나의 무기. 전반 13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의 득점으로 이어진 코너킥도 세바요스의 발에서 시작됐다. 후반 18분에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시도한 오른발 감아차기 슛도 득점에 가까웠지만 닉 포프의 선방이 좋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즉각적인 전방 압박이다. 세바요스는 전방 압박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자신의 공격에서 실수에 잘 대처했다. 후반 19분 터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골도 세바요스의 적극적인 수비에서 나왔다.

▲ 세바요스가 믿을 수 있는 오바메양과 라카제트(왼쪽부터0

◆ 3번 공 빼앗겼다, 공격 집중의 위험성

"세바요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8번(중앙 미드필더), 10번(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것이었다. 처음엔 10번처럼 시작했지만 윌록과 자리를 바꿨다. 피치에서 더 잘 해냈다고 느꼈을 것이다." - 우나이 에메리 감독

세바요스는 번리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최우수선수 투표에서도 6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세바요스는 에메리 감독의 말대로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시작해,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8번'중앙 미드필더에서 활약했다. 후방 빌드업에 더욱 관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바요스의 활약을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돋보였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할 약점이다.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세바요스 혼자서 전체 점유율의 9.1%를 기록해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후방에서 빌드업을 비교적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수비수들의 점유율이 높지만 세바요스는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기 중 가장 많은 공을 만지는 선수이자, 아스널의 공이 집중되는 선수가 세바요스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바요스는 3번 공을 빼앗겼다. 전방 압박으로 역습을 적절히 제어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하나 분명 부담스러운 수치다. 무엇보다 세바요스가 공격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후방까지 자주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공을 빼앗길 경우 수비진이 무방비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 리버풀전은 진짜 시험대

그래서 오는 24일 벌어질 아스널-리버풀전은 세바요스에게 좋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세바요스는 리버풀을 상대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리버풀은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강력한 압박을 구사하는 팀이다. 조르지뇨 베이날둠, 파비뉴, 조던 헨더슨, 제임스 밀너,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등 많이 뛰고 강인한 선수들이 있다. 세바요스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들이다.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1차 압박 이후엔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의 역습이 전개된다. 세바요스가 미드필더의 견제를 이기지 못한다면 경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리버풀의 뛰어난 개인 기량과 활동량, 거친 수비까지 두루 갖춘 미드필더들 사이에서 자신의 생존 전략을 입증해야 한다.

세바요스는 이제 아스널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막 적응을 시작한 단계다. 이른 시기 가장 높은 수준의 압박을 펼치는 리버풀을 만난 것은 중요한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다. 그의 능력과 한계를 시험해볼 적절한 상대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