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선수들이 경기 전 훈련을 위해 정리해 놓은 배트. ⓒ정철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지난해까지 키움에서 뛰었던 LG 김민성은 팀을 옮긴 뒤 가장 놀랐던 일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네거 내거 없이 다들 돌려 쓰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일반 배트와는 다른 고가의 배트다. 15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책정된다.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구단에서 지급 받는 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배트도 있지만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재질의 배트를 쓰기 위해 추가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입 고가 배트는 3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배트에 대한 애정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A급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춤형 배트를 주문해서 쓰기도 한다. 배트를 돌려 쓴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민성은 "LG 선수들은 누가 구입한 배트인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놓여 있는 배트 중 손에 맞는다 싶으면 그 선수가 주인이 된다. 사례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말로 끝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라고 말했다.

LG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여유있는 주축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방망이를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채은성은 "연봉이 적어 배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던 시절 선배들이 자신의 배트를 선뜻 내주며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쓰는 배트는 질이 확실히 달랐다. 그런 배트들을 쓰면서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후배들에게 좋은 배트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끼던 배트라도 후배들이 쓰겠다고 하면 선뜻 내준다. 다른 팀이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LG는 배트를 함께 쓰는 것이 오래된 문화다. 고가의 배트를 구입했을 때 후배들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정도다. 그 배트가 후배의 손에 잘 맞으면 그 후배가 쓰게 된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전통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수년간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며 모래알 같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었다.

선수들의 개인주의가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들도 설득력 있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LG는 LG만의 전통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 뭉치고 있었다. 좋은 배트를 한 명이라도 더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모래알 같다는 지적은 LG가 성적을 내지 못하며 생긴 편견일 뿐이다. LG는 LG만의 방식으로 '원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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